'항명 교사' 격리 후 전기·인터넷 끊은 서울디자인고..시교육청, 이틀간 학교 감사
시교육청, 학교 시설물 대여 전반 감사
학교 "직장 내 괴롭힘 감사 거론 안돼"
서울디자인고의 학교 시설물 외부업체 대여를 비판했다가 홀로 격리된 교사 A씨의 책상. 책상 위에는 다른 교사들이 사용하던 사무 용품들이 쌓여 있다. |
서울디자인고등학교가 학교 시설물 외부업체 대여를 비판한 교사를 홀로 사무실에 격리시키고 전기와 인터넷을 끊는 등 조직적 괴롭힘을 가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6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서울특별시교육청은 지난달 30일과 31일 이틀간 서울디자인고를 상대로 감사를 진행했다. 시교육청은 학교와 시설물 대여업체 사이의 금전거래, 학교 내부 괴롭힘 정황 등을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디자인고는 2020년부터 현재까지 한국교원댄스스포츠협회로부터 대여료를 받고 평일 저녁과 주말 학교 시설물 일부를 빌려주고 있다. 협회는 이 공간에서 유료 교직 연수를 진행하고 있는데, 올해 1학기 기준 1인당 연수비는 14만~33만원에 달한다. 협회는 이렇게 번 돈으로 강사료와 대관료로 지급한 뒤 남은 금액은 단체 운영에 사용하고 있다.
학교와 A씨의 갈등은 지난해 초 학교 측이 수업 비품을 보관해온 체육 창고를 협회 탈의실로 개조하면서 시작됐다. 개조에 앞서 창고를 비워달라는 요구를 받은 A씨는 “학생들의 수업권이 우선돼야 한다”며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창고 안에 수업에 필요한 체육 용품들을 보관해왔는데 창고가 사라지면 비품을 놓을 곳이 없어 수업에 지장이 생긴다는 논리였다.
그러자 학교가 조직적 괴롭힘을 가하기 시작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A씨는 지난해 4월 학교가 기존 사무실에서 자신을 뺀 나머지 교사들의 책상을 모두 다른 사무실로 옮겨 격리시킨 뒤 전기와 인터넷을 끊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교사들이 사용했던 사무 용품들을 A씨 책상에 무더기로 올려놓기도 했다.
결국 A씨는 지난해 5월 학교 고위관계자 B씨를 찾아가 무릎을 꿇었다. 당시 현장에서 여러 선생님들이 A씨가 무릎을 꿇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한다. 같은해 12월14일에는 8개월 가까이 지속된 괴롭힘을 못이긴 A씨가 자택에서 쓰러져 응급실에 실려가는 일도 있었다. 사고 당일 A씨가 출근하지 못하자 학교 측은 그를 향해 근태 불량을 의심하는 말들을 건네며 결근 배경을 추궁했다. 결국 A씨는 올해 3월1일 휴직을 신청했고, 최근에는 정신적 충격으로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기도 했다.
갈등의 발단이 된 체육 창고는 올해 초 탈의실로 리모델링이 완료됐다. 지금은 이 공간에 체육 용품들 대신 댄스스포츠 의상과 간이침대 등이 놓여 있다.
서울디자인고는 2019년 학교 운동장을 외부인에게 빌려준 뒤 영리 목적의 야구 리그가 열리는데도 방치하다가 시교육청 감사에서 지적을 받은 바 있다. 당시 시교육청은 서울디자인고 교장에게 시정명령을 내리고 학교법인 송산학원에 교장을 상대로 경고 처분을 내리라고 권고했다.
서울디자인고 관계자는 “(이번 시교육청 감사에서)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부분은 거론되지 않았다”며 “시설물 관리는 사용하고 있는 그쪽(한국교원댄스스포츠협회)이 문제가 되지 않는 (시교육청 유관단체) 소속”이라고 말했다. 또 직장 내 괴롭힘 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A씨를 특정해주지 않으면 개인정보이기 때문에 알려줄 수 없다”며 “A씨 이름을 말해달라”고 했다.
이홍근 기자 redroot@kyunghyang.com
참고링크 : 서울디자인고등학교
서울디자인고등학교측에 따르면 지난 6월 7일 "항명 교사 사무실 격리 후 전기·인터넷 끊은 서울디자인고"라는 제목으로 보도된 경향신문 기사가 언론중재위원회 결정으로 삭제되었다고 밝혔다.
당시 경향신문(이홍근 기자)은 『서울디자인고등학교측이 학교시설대여료를 받기 위해 일부 체육시설을 개조하였고, 이에 학생수업권을 훼손한다며 항의하는 체육교사를 사무실에 격리하고 전기 및 인터넷을 끊는 등 조직적인 괴롭힘을 가하여 해당 교사가 극단적인 선택에 이르렀다』는 취지의 기사를 게재한 바 있다.
전해진 바에 따르면, 지난 8월 10일에 열린 언론중재위원회 서울제3중재부(중재부장 김양호)는 '위 기사의 내용이 오로지 제보자의 주장만을 전제로 작성되었고, 기자가 조금만 주의를 기울여 추가 취재를 했다면 대부분 사실관계가 부합하지 않음을 알수 있을 정도의 허위주장임에도 경향신문 데스크에서 전혀 걸러지지 않은 채 보도된 것은 정정보도의 대상'이라는 취지로 경향신문사측에 권고하였고, 중재부에 출석한 경향신문사측 역시 이를 받아들여 최종적으로는 해당 기사를 삭제키로 합의하기에 이르렀다.
통상적으로 기사 삭제는 언론사 입장에서 볼 때 가장 높은 수준의 피해구제 대응책으로서 피해자가 강력히 요구한다고 할지라도 여간해서는 받아들여지지 않는 조치이다. 정정보도를 통해 해당 기사가 탄핵될 경우 기사 전체를 살려두는 것이 언론사에게 별로 유익하지 않다고 판단될 경우 불가피하게 취하는 이례적이 조치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서울디자인고측 언론대응에 자문역을 했던 기회평등학부모연대 김정욱 대표(서울디자인고 전 학운위원)는 "결국 경향신문사 측이 기사 삭제를 받아들인 것은 지난 6월 7일자로 보도된 원문보도에 대해 거의 허위날조에 가까운 것이었음을 인정한 결과로 본다"고 말했다.
본지가 입수한 학교측의 언론중재청구 준비서면에 의하면, 외부기관에 대여료를 받고 학교시설을 임대했다는 주장에 대해 '해당기관은 서울시교육청에 의해 승인된 무료대여기관으로서 학교측이 대여료를 받고 있지 않았다'는 입증자료를 제시하였고, 전기 및 인터넷을 끊어서 A교사를 격리하고 따돌렸다는 제보자의 주장에 대해서는 '격리되었다고 주장하는 기간에 A교사가 학교에 출근하여 나이스에 접속하여 통상적인 업무를 계속했다'는 입증자료들을 제시하였다.
학교측에 따르면 A교사는 학생들에게 폭언하는 등 여러가지 문제가 있어 아동학대죄로 기소된 상태이고, 동료교사에게 공개석상에서 험한 말을 해서 모욕죄로 처벌을 받기도 하는 등 교사로서의 학교생활 전반에 문제를 노출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금년들어 A교사는 휴직계를 내고 쉬는 중 갑자기 사직서를 보내온 바 있는데, 사직처리를 위해 신원조회 절차를 밟는 중 음주운전 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것으로 밝혀지기도 하였다.
그러나 언론중재위에 나온 경향신문사측에 의하면 제보자인 A씨가 학교측으로부터 따돌림을 당했다는 주장만은 굽히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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