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홍수의 결론-"4대강사업은 틀렸다" - 뉴스타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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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집중 호우와 홍수로 인해 4대강 사업이 다시 소환됐다. 섬진강의 제방이 무너지고 피해가 확산되자 미래통합당은 “섬진강까지 4대강 사업을 했어야 했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명박 정권의 2인자였던 이재오 전 특임장관은 “4대강 16개 보가 있는 지역에는 피해가 없었다. 그러니 보가 홍수를 막는 기능이 있다”고 까지 주장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4대강 보에 홍수조절 기능이 있는지 조사하라고 환경부에 지시했다.

큰 피해 낳은 제방 붕괴의 직접 원인은 안전상식 위반한 시설물들

4대강 사업과 홍수 관련 논란이 진행 중인 가운데 뉴스타파 취재진이 홍수 피해 현장을 확인한 결과 막상 큰 피해를 낳은 제방 붕괴의 직접 원인은 안전을 감안하지 않은 시설들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낙동강의 무너진 제방은 모래로 축조된 제방이었다. 섬진강의 제방 붕괴는 제방보다 낮은 다리가 원인이었다. 구례읍을 침수시킨 홍수 피해의 원인은 다리 밑에서 갑자기 높이가 낮아진 제방으로 인한 것이었다.

낙동강의 붕괴된 제방은 모래제방

뉴스타파 취재진이 현지에서 점검한 결과 이번에 붕괴된 낙동강 합천보 상류 제방의 경우 거의 모래로 축조된 제방이었다.

▲ 낙동강 합천보 상류 붕괴 제방의 절단면. 일반적인 제방과 달리 모래재질로 구성돼 있다.

제방의 재질이 모래였다는 사실은 제방 붕괴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이 지역 주민 서병화 씨는 뉴스타파에 “모래로 만들어진 제방이라서 불안한 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제방이 터지던 날 배수문 구조물이 닿는 부위에서 누수가 생긴 현상을 관찰했다고 말했다. 이 주민도 “제방은 모래로 만들어진 것이다”고 확인했다.

낙동강 제방이 무너질 당시 수위는 17.57미터, 계획 홍수위인 18.57미터보다 1미터 낮은 상태였다. 제방의 높이인 21.7미터까지는 4미터 이상 남은 상황이었지만 제방은 무너졌다. 구조물과 제방 사이의 누수현상과 모래제방의 취약성이 제방붕괴를 낳았을 가능성이 충분해 보인다.

국립한경대 토목안전환경공학과의 백경오 교수는 “무너진 제방이 모래제방이라는 것은 낙동강의 다른 지역에도 모래제방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말한다. 모래제방이라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인데 앞으로 홍수가 났을 때 또 어디서 문제가 생길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낙동강 제방을 관리하는 책임을 가진 부산지방국토관리청 하천공사 2과장은 “모래제방일 리 없다”면서 “육안과는 다를 것이다. 제방은 양질의 재료로 만들어진다”라고 답변했다.

섬진강 금곡교 제방 붕괴 원인은 제방보다 낮은 다리

섬진강 제방 붕괴 원인도 안전의 상식을 위반한 시설들이었다. 섬진강 금곡교 인근 제방이 붕괴된 것은 지금까지 섬진강 물이 불어나 제방을 넘어 일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이는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뉴스타파 취재 결과 제방 높이보다 낮게 설치된 금곡교를 타고 섬진강 물이 들어간 것이 제방 붕괴의 일차적인 원인이었다. 서의열 이장 (남원시 금지면 귀석리)은 뉴스타파에 “금곡교 다리가 제방보다 낮아서 물이 다리로 들어왔다. 그 물이 제방 안 쪽을 허물기 시작했고 결국 제방이 무너졌다”고 전했다.

▲ 섬진강 물이 금곡교(화면위쪽)를 통해 제방을 넘어들어오고 있다. 제방은 멀쩡했지만 금곡교가 제방보다 낮게 설계되었기 때문에 제방은 무용지물이 됐다. (서의열 이장 촬영영상)

실제로 당시 서 이장이 촬영한 영상을 보면 금곡교로 쏟아져 들어오는 물을 볼 수 있는데 주변 제방은 다리보다 높아서 여전히 온전한 채로 서 있는 것이 확인된다. 그러나 다리로 들어온 물이 제방을 안쪽부터 허물기 시작했고 결국 제방은 무너졌다.

▲ 제방이 먼저 무너진 것이 아니라 제방보다 낮게 위치한 금곡교를 통해 들어온 강물이 제방의 안쪽을 허물어버렸다.
구례 침수시킨 서시천 제방 붕괴 원인은 다리 밑에서 낮아진 제방

이번 홍수에서 가장 많은 이재민을 발생시킨 구례읍 침수사태는 지천인 서시천의 제방 붕괴로부터 시작됐다. 그런데 취재진이 현장을 점검한 결과 정상적인 높이로 유지되던 제방이 서시1교 지점에서 낮아져 있었다. 당시 현장 영상에 따르면 바로 이 낮은 지점으로 강물이 쏟아져 들어오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 구례읍 침수는 서시1교와 맞닿는 곳에서 제방 높이가 낮아져 있다. 이곳 때문에 제방 붕괴가 시작됐다.(유튜브 'sh Baek' 영상)









구례읍 양정마을 전용주 이장은 “이전부터 제방 문제 때문에 위험하다는 민원을 낸 것으로 안다. 그러나 묵살됐고 이런 사태가 생겼다”고 안타까워했다. 익산지방국토관리청의 담당자는 “서시1교의 설계도면에는 하천제방을 건드리지 않는 것으로 되어 있다. 낮아진 제방문제는 지자체에 문의하라”고 답했다. 반면 관리주체인 전라남도 자연재난과 담당자는 “제방이 낮은 것은 다리 놓을 때 그렇게 한 것 아니겠느냐. 우리는 제방을 깎지 않았다”고 해 제방이 낮아진 정확한 원인은 추가 조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4대강 예산을 홍수 취약지점에 썼다면?

낙동강과 섬진강의 제방이 붕괴된 사례를 종합하면 올해 폭우로 강물이 이전보다 불어났던 것은 사실이지만 피해의 직접적인 원인은 모래로 만들어진 제방이나 제방보다 낮은 다리, 높이가 일정하지 않고 갑자기 낮아진 제방 등 안전 상식을 지키지 않은 홍수 대비 시설 때문이었다. 특히 낙동강에서 335km의 노후제방을 보강하는 내용이 마스터플랜에 들어가 있었는데도 안전에 취약한 제방을 방치했다는 것은 4대강 사업이 무엇을 위한 사업이었느냐는 비판을 부를 수 있다.낙동강은 4.4억톤의 모래를 준설하는데 가장 많은 예산을 투입해서 홍수방지가 아니라 운하를 만드는 데 주력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섬진강 제방 붕괴의 원인을 조사하고 있는 김원 건설기술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남원과 구례의 제방 붕괴는 제방 높이가 균일하지 않고 교량 때문에 낮아진 부분으로 물이 넘쳐 침수의 일차적인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천설계기준에 의하면 제방의 높이는 계획홍수위에 여유 높이(여유고)를 더한 높이로 하게 되어 있다. 자세한 것은 측량 등을 통해 확인해봐야겠지만 현장 상황으로 보면 두 곳은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전국에 이런 지점이 많은데 대책 수립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백경오 한경대 토목안전환경공학과 교수는 ‘교량을 설치할 때 제방보다 높게 해야 하는데 공사비 부담 등 원인으로 낮게 된 것이 아닌가 한다'며 ‘4대강 사업의 예산을 홍수 취약지점 개선에 투입했다면 지금보다 피해가 적었을 것’이라고 했다. 환경부 집계에 따르면 2018-2019 2년 간의 홍수 피해액 중 98%가 지방하천, 소하천에서 발생했다.

감사원 감사 “4대강 사업은 홍수 예방 효과 없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4대강 사업을 착공하던 2009년 “매년 강에서 수해로 4조씩 들어갑니다. 그것을 매년 1-2조 보태서 공사를 해서 한 3년 뒤에는 앞으로 매년 들어가던 4조가 훨씬 줄어들 것입니다. 국가예산에 굉장히 도움이 됩니다”라고 주장했다. 4대강 사업 이후에는 홍수 피해로 들어가는 예산이 획기적으로 줄어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감사원은 2017년 4대강 사업 감사에서 ‘홍수예방효과는 0’이라고 결론내렸다.

감사원은 또 “4대강지역과 비4대강지역의 홍수피해액 변화의 차이를 분석한 결과 4대강 지역의 홍수피해액이 유의하게 감소했다는 결과를 찾을 수 없었고, 4대강 사업이 비가 많이 내리는 경우 더 강한 홍수예방효과를 낼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일 수 있으므로 사업 후 강수량이 많았던 시군구 대상 추가분석한 결과도 피해를 줄이는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4대강사업의 망령 벗어나 새로운 홍수대책 마련해야

4대강 사업은 운하를 만드는 것이 숨은 목적이었기 때문에 4대강의 전체 구간을 깊게 준설하는데 많은 예산을 투입했다. 홍수 위험이 크거나 작거나를 막론하고 강의 전체구간을 파는데 주안점을 두었다. 배가 다닐 주운수로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4대강 사업 예찬론자들은 준설의 결과 강바닥이 낮아졌으므로 홍수 예방에 큰 효과가 있다고 주장한다. 미래통합당 하태경 의원은 SNS에서 “강바닥 깊이를 수 미터 더 파내서 강의 빗물 용량을 몇 배로 키우면 당연히 홍수 예방 효과가 있는 겁니다. 섬진강도 기존 4대강처럼 준설 작업으로 더 깊이 파내면 범람 방지 효과가 있었을 겁니다.”라고 했다. 그러나 준설은 효과적인 홍수 예방법이 아니다.

감사원은 2017년 감사에서 4대강사업으로 준설된 구간 중 금강은 28.8% 영산강은 26.5%가 다시 메워졌다고 밝혔다. 하태경 의원 말처럼 준설로 생긴 홍수위 저감을 유지하려면 지속적으로 유지 준설을 해야 하고 막대한 예산을 퍼부어야 한다. 서식처를 파괴하는 등 강의 생태계를 망치는 것은 당연히 따라오는 피해다.

이번 홍수의 진정한 교훈은 ‘홍수에 대한 대응책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백경오 교수는 “기후위기가 심화된 2000년대 들어 하천관리의 세계적인 추세는 하천에 맞서 대응하는 정책보다는 적응하는 정책으로 패러다임이 전환되었다. 그런데 4대강 사업이 강행되면서 이러한 세계적 흐름에 역행하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백 교수는 또 “이제 4대강 재자연화를 통해 직강화(하천의 물길을 직선으로 바꾸는 것)된 강에서 원래의 자연스러운 강 흐름을 회복해야 한다. 문재인정부가 4대강 재자연화를 서둘렀다면 재자연화가 홍수방어에 효과 있다는 것을 입증했을 텐데 그러지 못해 다시 4대강 논란에 휩싸이고 있는 것이 매우 아쉽다"고 말했다.

뉴스타파 최승호 hoish@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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