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수저 판사는 봐주면서 나한테는 왜.." 판사에게 소리지른 절도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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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도 똑같아! 나도 금수저 판사였으면 안 그랬다" (63세 절도범 장모씨)
"뭐라고? 다시 와봐요! 이 사람 감치 처해야 겠구만" (서울고법 A 부장판사)

지난 7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 302호 법정. 재판 도중 때아닌 고성이 오고 갔다. 절도 혐의로 기소된 장모(63·구속)씨의 항소심 재판이었다. 형사법정에서 설전(舌戰)이 벌어지는 것이 특이한 일은 아니다. 검사와 피고인·변호인은 유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치열한 다툼을 벌인다.

이날 설전이 이례적인 것은 싸움 당사자가 피고인과 재판장이었다는 점 때문이었다. 장씨는 법대(法臺)를 향해 삿대질을 하며 소리를 질렀고, 재판장인 A 부장판사도 함께 흥분해 언성을 높였다.
일러스트=정다운

법원 등에 따르면 장씨는 이전에도 절도 혐의로 여섯 차례 기소됐다. 모두 합쳐 징역 13년형을 선고받았다. 마지막으로 수감생활을 마친 것은 지난해 10월이다. 하지만 불과 4개월여만인 올 2월 또 다시 절도 혐의로 입건됐다. 이번에는 약 열흘 동안 14차례에 걸쳐 3600여만원을 절도하거나 절도를 시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장씨가 방범 창살을 절단하고 주거에 침입하는 등 범행수법이 매우 과감하고 불량하다"며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장씨는 형이 너무 무겁다며 항소했다.

언쟁이 벌어진 것은 장씨의 항소심 선고날이었다. 항소심 재판부가 장씨의 항소를 기각하자 장씨는 "한 마디 해도 되겠느냐"며 발언 기회를 요청했다. 재판장인 A 부장판사는 "해보라"고 했다. 이에 장씨는 "대법원장, 판사는 누구 하나 저거(처벌) 하는 것 없고, (검찰이) 영장 청구해서 판사 조사하려고 해도 영장전담 판사가 ‘빠꾸’(기각)시킨다"며 "죄없는 나같이 늙은 사람들만 오갈 데 없이 밥값, 약값도 못내고 산다"고 말했다. 양승태 대법원이 박근혜 정부와 ‘재판거래’를 했다는 사법농단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최근 검찰이 청구한 전현직 관련 판사들의 압수수색 영장을 법원이 잇따라 기각한 사실을 지적한 것이다.

그러자 A 부장판사는 "피고인은 14차례 절도를 저지르며 선량한 사람들의 집에 들어가 피해를 줬다"며 "본인은 그런말 할 자격이 없다. 부끄러운 줄 알아라"고 맞받았다. 장씨는 이에 질세라 "판사들은 뭐가 다르냐"며 소리를 쳤다. 상황이 급박해지자 방호원들이 장씨를 끌고 나갔다. 장씨는 끌려가는 중에도 A 부장판사를 보며 "당신도 똑같은 사람이야"라고 말했다. 평정심을 유지하던 A 부장판사도 감정이 격해진 모습이었다. 그는 "뭐라고 했느냐. 다시 와보라"고 했고, 방호원들이 다시 장씨를 피고인석에 데리고 갔다. A 부장판사는 "안 되겠다"며 "감치에 처해야겠다"고 했다.

장씨는 "당신도 똑같은 사람이라고. 여기 세 사람 판사들이요"라며 "여보세요. 나도 있잖아요. 금수저 판사로 태어났다면 (범죄 안 저지른다)"고 말했다. 이례적인 설전에 법정 안에 있던 사람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A 부장판사는 장씨에게 감치 결정을 내려야 겠다고 연신 말했다. 판사의 소송지휘 등에 관한 사항이 규정돼있는 법원조직법에 따르면 법정 내에서 소란을 피워 재판 진행을 방해하거나 재판의 위신을 훼손하면 최장 20일간 구속시키거나 1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장씨는 구속 상태이기 때문에 감치가 확정되면 형 집행 종료 시점이 그만큼 미뤄진다.
장씨는 이날 감치되지 않았다. 하지만 법정 밖으로 나가면서도 "내가 금수저 판사였다면 그런 식으로 안 한다. 내가 감치에 저거 할 것(겁 먹을 것) 같느냐"고 했다. 장씨는 법정 밖에서도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며 소리를 질렀다. 법정 안에서도 들릴 정도였다. A 부장판사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횡령 혐의를 받는 다음 피고인을 불러 재판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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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임 그루트 이하는 생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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