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 떠도는 '유령', 엘리베이터 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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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1일 밤 9시 서울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 분주했던 낮과 달리 밤을 맞은 건설현장은 잠잠했다. 건설사 직원은 이미 오후 6시를 전후해 퇴근했고, 일용직 건설노동자들은 그보다 앞서 현장을 빠져나갔다. 입구를 통과해 간이 경비실을 지나자 인기척이 끊겼다. 곳곳에 멈춰선 중장비가 보였다. 지하주차장에 들어서자 습한 콘크리트 바닥에서 한기가 느껴졌다. 페인트 냄새가 코를 찔렀다. 목적지는 109동. 간이 표지판이 설치돼 있었지만 좀처럼 길을 찾기 어려웠다. 통신설비 설치 전이어서 전화도 인터넷도 먹통이었다.

20분 가까이 헤맨 끝에 109동을 찾았다. 공사 중인 엘리베이터 문을 두드리며 “계십니까” 소리치자 위에서 “누구세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잠시 뒤 작업용 엘리베이터(카)가 내려와 문이 열렸다. “무슨 일입니까.” 얼굴에 먼지를 뒤집어쓴 ㄱ씨(39)가 나왔다. ㄱ씨는 5층에서 홀로 엘리베이터 문을 달고 있던 참이라고 했다. 다른 동 엘리베이터에도 자신과 같은 작업자들이 흩어져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ㄱ씨를 비롯한 엘리베이터 설치 노동자들은 왜 모두가 떠난 건설현장에 남아 일을 하고 있을까.

아무도 없는 현장에 남은 노동자들 

ㄱ씨는 매일 오전 7시30분에 현장에 나온다. 엘리베이터 제조사로부터 받은 부품과 기자재를 조립하고 설치하는 게 ㄱ씨의 일이다. 설치일을 한 지는 10년이 됐다. 처음 한동안은 ‘사수(선임자)’를 따라다니며 일을 배웠다. 5년차에 접어들자 일이 손에 익었다.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하게 되자 ㄱ씨의 일상에서는 저녁과 휴일이 사라졌다. 엘리베이터를 ‘빨리 또 많이’ 설치해야 일감이 끊기지 않는 구조여서 밤낮으로 엘리베이터를 레일에 걸었다. 제조사가 요구한 공기(工期)는 늘 촉박하다. 일단 통보하면 그 기간에 맞춰야 한다. 기한을 넘기면 새 일감을 주지 않는다. 이 때문에 ㄱ씨는 따로 퇴근시간을 정해두지 않는다. 이번 주 내내 밤 11시까지 작업을 했다. 자정을 넘기는 날도 부지기수다. 종종 밤을 새우기도 한다.

지난 2월 아파트 건설현장에 투입된 이후 오롯이 쉰 휴일이 없다. 그나마 노동절에 반나절 쉰 게 전부다. 수면시간을 쪼개 작업을 하다보니 늘 잠이 부족하고 집중력이 떨어진다. ㄱ씨는 “건설현장에서 밤에 일하는 사람들은 엘리베이터 설치하는 사람뿐이다”라며 “피로가 쌓인 상태에서 작업을 계속하기 때문에 사고가 자주 난다”고 말했다. ㄱ씨는 이날도 11시를 넘겨 퇴근했다.

엘리베이터 노동자들의 강도 높은 노동은 건설사의 명령과 이를 따르는 엘리베이터 제조사의 지시에서 비롯된다. 건설사들은 승객용 엘리베이터를 먼저 설치해 공사용으로 쓰기를 원한다. 승객용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건설 자재·부품·인력을 나르고 작업을 한다는 얘기다. 별도의 공사용 리프트를 세우는 비용을 아낄 수 있고, 아파트 마감 공정 기간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건설사들은 승객용 엘리베이터 선(先) 설치를 제조사에게 강요한다. 수주 경쟁을 해야 하는 제조사의 입장에서는 건설사의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다. 엘리베이터 설치공사 기간이 짧아진 이유다.


이미 줄어든 설치공사 기간은 현장에서 추가로 단축된다. ㄱ씨가 당초 통보받은 엘리베이터 설치기간(15~24인승 1대 기준)은 75일이었지만 두 차례에 걸쳐 재공지가 내려오면서 45일까지 공기가 줄었다. 승강기설치협회 등 업계에서 정한 엘리베이터 설치 적정 기간은(15~24인승 1대 기준) 최소 120일 이상이다. 엘리베이터 설치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공사기간을 수주계약에 명시했는데 지금은 계약서에도 기간을 넣지 않는다”며 “개별 현장 상황에 맞춰서 공기가 단축되고 심지어 현장 소장 뜻에 따라 공기가 좌지우지된다”고 말했다.

서울의 또 다른 아파트 현장에서 만난 엘리베이터 설치 노동자 ㄴ씨(56)도 매일 연장근로를 한다. 일을 해온 지난 26년 동안 거의 매주 주말에 일을 했다. 6.25㎡(약 1.9평)의 비좁은 공간에서 반복되는 장시간 노동은 근골격계 질환을 불렀다. 추락과 감전사고 위기도 숱하게 겪었다. “허리 통증은 기본이고 잦은 드릴 작업 때문에 청력에 이상이 생긴 동료들이 많다”며 “몸 버려가면서 일을 하는데도 제조사들이 담합해서 설치 단가를 떨어뜨려 수입이 줄었다”고 말했다.

인정받지 못하는 밤샘노동 

엘리베이터 설치 노동자에게 야간·휴일·연장 근로는 일상이지만 이들의 노동은 인정받지 못한다. 당연히 이들의 추가 노동에는 어떤 수당도 붙지 않는다. 이들은 매일 제조사 서버에 작업일지를 기록하는데 야간·휴일·연장 근로 내역은 제외된다. 공식적으로 이들의 근무시간은 평일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5시30분까지다. 그 외 노동 내역에 대한 기록은 제조사 측에서 허용하지 않는다. 공식 서류상 이들은 주52시간제 적용을 받는 제조사 직원과 동일한 환경에서 일한다.

부산 엘리베이터 노동자 추락사건을 담당했던 산업재해 전문 윤경환 노무사는 “연장근로의 관리와 인지 여부는 불법파견 행위를 판단할 때 중요한 요소”라며 “낮에 이뤄진 불법 업무지시는 공동 도급사로서 권리라고 해명할 수 있더라도 연장근로 관리 기록이 나오면 제조사들은 법 위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했다.

ㄱ씨를 비롯한 엘리베이터 설치 노동자들은 엘리베이터 설치 협력업체 소속이지만 업계에서는 이들을 대형 제조사(현대엘리베이터·티센크루프엘리베이터코리아·오티스 엘리베이터·미쓰비시 엘리베이터 등) 소속 노동자에 가깝다고 본다. 근무일정과 근무시간 등을 작업일지에 적어 제조사에 보고하는 한편, 안전 관리 등 업무와 관련된 모든 지시를 대형 제조사로부터 직접 받기 때문이다. 지난 3월 발생한 부산 엘리베이터 설치 노동자 추락 사망사고를 담당한 최해영 부산 해운대경찰서 형사과장은 “대형 제조사가 설치 노동자에게 모든 업무지시를 하고 있어 실질적인 고용관계로 볼 수 있다”며 “엘리베이터 업계 자체가 위험·사고 책임은 하청업체에 돌리고 이윤은 대형 제조사가 독식하는 기형적인 구조로 이뤄져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심지어 제조사가 협력업체에 공사 현장 폐기물 처리 지시를 하고 처리과정에서 나온 수익을 제조사에서 챙긴 혐의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일한만큼 정당한 댓가를 받는것이 노동의 결실... 그런데 어찌된게 과한 노동이 들어갔는데 댓가는 그대로고 노동자 수명을 좀먹는 것이 당연시 된 것 같아 씁쓸할 뿐입니다.

아파트 공사.. 여러 공정이 같은 장소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기에 공정 하나하나가 제대로 시작되고 끝나지 않는다면 다음 공정이 미뤄지고 일이 연속적으로 연결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관리자들.. 특히나 현장소장과 공사부장은 일의 진척도를 상당히 엄하게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간이 길어지면 벌 수 있는 돈이 줄어들테니까요..

그래서 위의 기사처럼 남들 퇴근 후에도 일하는 사람들이 있죠.. 공사 속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공정들의 우선 공사를 위해서... 이번엔 승강기 파트네요..

그런데 기사에서 나왔다시피 공기를 줄이기 위해 이들을 가혹하게 현장에서 일하도록 종용합니다..

웃기게도 노동자를 압박하는건 시공사측이 아닙니다.. 하청업체 관리자들이죠.. 시공업체측은 넌지시 돈으로 압박하고 하청업체는 그걸 데리고 있는 노동자의 노동결과로 압박하게 되는 겁니다. 기성이 제때 안나오면 각각의 노동자들의 월급과 하청업체 자금이 안들어오니까요..

글쎄요.. 현 노동구조가 당연시되고 있어 그것때문에 현장에 사고가 일어나도 그때 뿐 현재로서는 바꿀 생각은 없어보입니다.

심지어는 그런 노동강도를 못견디고 나오더라도 노동환경에 대해 뭐라 하는 사람 없고 나가는 사람보고 인내가 부족하다.. 끈기가 부족하다.. 숙련이 덜되서 그렇다는 등의 사람문제로 치부되는 게 현실...

그래서 현재 건설현장에... 한국인이 살게 되는 아파트 공사현장에 정작 일하는 한국인은 별로 없습니다.

몇몇 건설현장에서는 한국인 기술자가 팔요하다 요구하지만 정작 그런 현장에 한국인은 관리자뿐... 직접적으로 노동하는 노동자는 한국인이 극히 적죠.. 물론 일당 올려 찾아도 나이가 있는 숙련자 이외엔 젊은 청년들은 보기가 어려운 게 현재 공사현장입니다.

그런 자리에 중국인.. 한국계 중국인.. 동남아, 심지어는 동유럽국가 출신까지.. 외국인이 일하고 있고 그들을 관리하는 사람도 요샌 한국말 좀 하는 외국인이 하기도 합니다.. 보통 하청업체에서 재하청을 주기 때문이겠죠..

조선족.. 한국계 중국인들이 자주 찾는 커뮤니티에 이런 자리의 구인이 자주 올라옵니다. 그걸 보고 일자리를 찾아 오죠.. 대부분 불법체류자이지만요..

물론 대기업이 시공사인 곳에선 불법체류자를 거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전부는 거르진 못합니다. 서류상 없는 사람이 일하기도 하거든요..

기사에서 나오는 보통 저리 밤샘근무를 하는 것에 대해 왠만한 현장에서는 하지 말라 합니다. 돈때문이죠..

저리 일하면 보통 초과수당과 특근수당을 받아야 합니다. 1.0의 월급에 1.5, 2.0의 추가 일당을 지급해야 합니다. 많게는 보통 받는 일당의 2배입니다..

그렇게 주면서 저리 시킨다면 저들은 불만이 없습니다. 일한만큼 돈을 받을텐데 과연 불만이 있을턱이 있겠습니다.. 하지만..

"공식적으로 이들의 근무시간은 평일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5시30분까지다. 그 외 노동 내역에 대한 기록은 제조사 측에서 허용하지 않는다."

그렇습니다.. 시공사든 하청업체는 안줄려 합니다..그렇기에 문제인겁니다.. 저리 압박하며 시켜도 돈이 별로 들어오지 않습니다. 열받는 일이죠.

저러다 사고가 나면? 지금이야 신고하고 확정받는게 그나마 나아져서 산재..산업재해 판정받고 치료와 돈을 받는다 하지만 보통은 공상처리하고 치료비만 받고 말아버립니다..

그리고 일 못하는 기간동안 일당은 깎죠.. 심지어는 그냥 현장에서 내보냅니다..아닌것 같죠? 상당수 일당.. 하루 일해 돈을 받는 사람들이기에 안나오면 그냥 돈 안나옵니다. 

많은 어르신들이 말합니다. 자신들은 그런 환경에서도 열씸히 일해서 먹고 살았다고... 그런 어르신들... 본인 집에 가면 약 줄줄히 쌓아놓고 힘들게 먹는건 생각 안하시나 봅니다.. 관절염이 있어 온몸 파스도배부터 병원 처방받고 진통제를 붙이는 분들까지..

건강을 좀 먹는 환경에 대해 바꿀 생각은 하지 않고 나도 좀먹어봤으니 너희들도 해라 라는 말을 하는 분들...

정작 본인 자식에게는 그런 일을 하지 말라 만류를 하면서 말이죠..

언제쯤 환경이 바뀔까요? 아마도 바뀌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외국인 노동자를 데려오면 싼값에 지금처럼 일을 부릴 수 있는데 과연 바꿀려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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