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대형 재난의 복합 안보 위기…‘대통령=컨트롤타워’가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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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 대응 등 골든타임 놓치는 데 중요한 요인 돼
역대 정부 모두 국가 위기 관리 ‘미흡’…재난의 ‘국가 책무성’ 인식 부족 드러내
(시사저널=조경환 성균관대 겸임교수(국가정보안보정책연구센터장))

'복합 위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및 중동 전쟁에서 북한의 파병과 무기 제공은 한국의 안보를 연루시킨다. 한반도와 대만해협에서 군사행동의 위험성은 높아진다. 여기에 '극단적 날씨' 및 상상을 뛰어넘는 대형 재난은 국가와 국민의 실존을 위협한다. 2023년 8월, 미국 하와이 사상 최악의 산불은 폭우와 폭염 뒤에 발생했다. 26년 만에 허리케인이 겹쳐 3곳을 잿더미로 만들었다. 올해 1월의 로스앤젤레스(LA) 화재는 건조와 돌풍에 통제 불능이었다. 미얀마의 강진은 "아시아에서 한 세기 넘게 보지 못한 참사"로 진단된다. '1만 명 사망 예측'이 나온다. 집권 군부의 재난 관리 능력은 부재다. 코로나19 팬데믹이 3년4개월 동안 700만 명을 앗아간 지도 2년이 채 안 지났다. 

다보스포럼(WEF)은 올해 1월 발간한 '글로벌 리스크 리포트 2025'에서 안보 위협의 우선순위를 제시했다. 당면한 국가적 무력충돌과 지경학적 대치에서부터, 단기로는 가짜뉴스, 사회 분열, 사이버 간첩, 오염을 걱정한다. 장기 위협으로는 생물 다양성·생태계 붕괴와 토양 시스템 급변, 자원 고갈을 중시한다. '극단적 날씨'는 임박했고, 장단기의 계속적 위협으로 리스크 최상위에 랭크돼 있다.

4월2일 기준, 경북 의성·안동·청송 일대 및 경남 산청·하동 산불로 31명이 희생됐다. 영향 구역이 여의도 면적의 166배다. 3월28일 산림청과 지자체, 군이 6일간의 사투 끝에 주불을 잡은 뒤 이철우 경북지사는 기후 위기와 강풍이 빚은 '도깨비불'에 원망을 담았다. 언론은 '괴물 산불'로 묘사한다. 불가항력을 함의한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3월26일 담화에서 인력·장비를 최대한 동원한 진화와 함께 산불 예방과 대응체계 보완을 주문했다. 3월28일 안동 현장의 통합지휘본부를 찾아서는 기후 위기가 근원임에 동조했다. 재정적·행정적 뒷받침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대통령실에서는 정책실장과 경제수석이 참석했다.

'예방·초동대응 실패' 人災가 키운 산불 피해

그런데 재난의 범위가 넓고 피해가 엄중한 국가 위기지만 그 책임을 자연에 돌려놓고 나니 인적 책임이 없다. 공직자들의 마음은 편할지 모르되, 진지한 진단은 아니다. 해법이 실효적일 리가 없다. 시간이 지나면 유야무야된다. 피해가 커진 데는 필시 예방과 초동대응 실패가 있을 것이다. 고령자·취약 지역민 대피와 비상 통신·전기 시스템, 재난 전파와 장비·인력의 동원 과정에서 인재(人災)가 있었을 터이다. 컨트롤타워는 장악력이 뚜렷하지 않았고, 골든타임은 놓쳤다. 정책 당국의 절박감은 보이지 않는다. 다 끝난 후에 예산으로 수습하는 전형적 관료 행태가 눈에 들어온다. 국회의 추궁도 왠지 예리하지 않다. 대통령의 리더십 부실과 그 공백이 치른 값비싼 비용일까?

윤석열 정부는 억울해할지 모르나, 국가 위기 관리에 높은 점수를 줄 수 없다. 위기는 반복됐고 그 피해는 참혹하다.

첫째, 대통령과 국가안보실은 북핵 및 국내외 군사·외교안보에만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재난 위기는 총리실과 각부 소관으로 인식한다. 2022년 5월 집권 이래, 그해 8월 서울 강남 일원이 기상 관측 이후 최대치의 '물 폭탄'을 맞은 데 이어 10월에 이태원 참사를 겪었다. 이듬해 7월, 폭우로 인해 예천의 '채 해병 사망'과 오송 지하차도 참사가 일어났다. 8월에는 새만금 잼버리가 파행했다. 그리고 작년 12월 무안의 제주항공 사고도 있었다. 대통령은 2023년 1월 안보실 3차장을 신설하고 경제안보를 한다며 경제학자를 앉히는 데 그쳤다. 위협 인식과 현실 간의 괴리다. 

둘째, 국가위기관리기본지침(대통령훈령 454호, Ⅲ급 비밀)상 재난 위기 관리의 컨트롤타워가 모호하다. 대통령실이 뒤로 빠져 있다. "국가안보실장과 대통령비서실장은 국가 위기 관리 컨트롤타워로서 통합적 체계를 구축하며, 대통령을 보좌한다"고 명시는 되어 있다. 그리고 안보실은 초기 상황 파악 및 보고·전파 책임을 진다. 비서실은 재난 위기 관리 기획·조정 및 국민 안정 대책을 총괄· 조정한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 때인 2018년 9월 "비서실장이 재난 컨트롤타워"인 규정은 삭제됐고, 윤석열 정부는 이어받았다. 2023년 1월에는 재난 담당을 안보실장 산하 위기관리센터에서 비서실장 밑의 국정상황실로 옮겼다. 그러고는 행안부 장관이 재난안전관리기본법에 의거, 재난 안전을 총괄 조정한다. "윤 대통령이 '재난 안전 컨트롤타워는 대통령 본인이라는 입장'을 일관되게 밝혀왔다"는 것은 공염불인 셈이다.

셋째, 그러니 책임소재가 불명확하다. 윤 대통령이 바이든 전 대통령이 선물한 '책임은 여기서 멈춘다(The buck stops here)'는 팻말을 책상에 올려놓았다지만, 대통령실의 책임성은 없다. 위기 관리 자산의 통합적 동원이 어렵다. 대응이 분산된다. 현장이 중요하다면서 책임도 넘겼다. 정무적·정책적 책임을 안 지우고, 법적 책임만 묻다 보니 법대로다. 적극 행정은 난망하다.  

재난 관리, 대통령이 '컨트롤타워 역할' 해야

국가 위기 관리의 잘못에서 자유로운 정부는 역대에 없었다. 그 근저에 재난의 국가 책무성에 대한 인식 부족이 자리한다. 노무현 정부는 사이버 기간망 마비와 대구 지하철 화재, 화물연대 총파업을 겪으면서 청와대를 재난 컨트롤타워로 세웠다. 국가위기관리기본지침과 위기 관리 메뉴얼을 시행했다. 이명박 정부는 초기에 그 기능에 퇴행이 있었으나, 금강산 관광객 피격 시 대통령 보고 지연, 신종 플루와 구제역 파동을 치르고 나서 다시 보강했다. 

박근혜 정부는 국가안보실을 신설해 안보만 책임지고 재난 대응은 안전행정부에 맡겼다. 세월호 비극은 청와대 최초 보고 지연과 오판, 대통령의 상황 인식 결여와 책임 회피에 대한 국민 분노로 이어졌다. 문재인 정부 들어 안보 위기는 안보실장, 재난은 안보실장과 비서실장 공동의 컨트롤타워로 했다. "중대 재난·재해의 컨트롤타워는 청와대"라고 대통령이 주창했다. 실상은, 재난에 비서실장은 보이지 않았다. 안보실장은 큰 산불 때마다 청와대의 책임을 회피하기 바빴다.

신(新)안보 위협은 잠복성과 연결성, 초국가성을 띤다. 대통령이 안 나서면 안 되는 영역이 됐다. 국민은 대통령의 책임과 기대치에 국가 위기 관리 능력을 상정한다. 소를 잃었으니 외양간은 고쳐야 마땅하다. 

국가 위기 시 최고 의사결정자가 그 위기를 대통령 수준에서 접근하는 것이 출발이다. 대통령은 컨트롤타워요, 대통령실은 센터로서 대통령실 내부 및 정부 전반에 걸쳐 역할과 기능을 명확히 정비해야 한다. 기존의 안보실 3차장이나 비서실 수석급을 재난 위기 관리 전담으로 두고, 국가 정보와 신안보 역량을 모으는 거버넌스를 제안한다.        


이제와서 이 보도가 나오는 저의를 모르겠네요..

윤석열 정부는 억울해할지 모르나, 국가 위기 관리에 높은 점수를 줄 수 없다. 위기는 반복됐고 그 피해는 참혹하다.

윤석열 정부는 억울해할지 모르나....  

글쎄요.. 위의 글을 작성한 이는 이 보도를 봤는지 궁금해지죠.. 

[세상논란거리/사회] - 사라진 대통령실의 '컨트롤 타워' 기능...참사 두 달전 매뉴얼 보니

이태원 참사가 벌어지도 난 뒤.. 대통령실의 컨트롤 타워 기능이 없어졌다는 보도가 이미 나왔었습니다.

가장 최근 개정된 고용노동부의 사업장 대규모 인적사고 매뉴얼만 다른 점이 있습니다.

위기관리 기구의 역할에서 대통령비서실 기능을 '대통령의 위기관리 의사결정 보좌'로만 정리했습니다.

다른 매뉴얼들은 모두 국가안보실의 국가위기관리센터를 맨 위에 두고 있고 재난상황 총괄 조정과 초기 대응반 운영 기능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대통령비서실도 재난 분야별 후속대응과 복구 기능을 하도록 구체적으로 명시했습니다.

국가위기관리센터에는 재난 대응 역할을 두지 않았고 대통령비서실 역할도 간소화한 것.

[김대기 / 대통령 비서실장 (지난해 11월 8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 : 컨트롤타워는 중앙안전대책본부이고 국정상황실은 대통령의 참모 조직입니다.]

지난해 8월 위기관리 표준매뉴얼을 이렇게 바꾼 배경을 행정안전부에 문의했습니다. 
[후략]

이미 많은 이들은 기억합니다.. 윤석열 정권 이전의 문재인 정권에선 재난에 대비하기 위해 청와대가 컨트롤타워라 주장하며 국가위기관리체계를 통합해서 운용했죠...

그걸 윤석열 정권이 용산 대통령실로 옮기면서 그대로 가져가지 않았을까 예상했는데... 오히려 축소하여... 국가위기관리센터는 재난 대응 역활을 두지 않았고.. 대통령실은 아예 뒤로 빠진 것을 말이죠... 

위의 보도에선 그런 내용이 없습니다.

거기에 더해...

윤석열 정부는 억울해할지 모르나

이런 글귀까지 넣었죠... 억울해하는게 아닌... 없애거나 축소시킨게 윤석열 정권이기에 억울해하는게 아닌... 반성하고 부끄러워해야 하는거 아닐까 싶은데 말이죠... 

참고뉴스 : 5년 만에 다시 사라진 컨트롤타워, 무너진 국민안전

대통령실 이전, 그리고 사라진 국민안전 컨트롤타워

21세기에 위험이 대형화, 복합화, 집적화, 고도화되는 초위험사회로 접어들면서 전 세계는 국민생명과 국가 안위를 지키기 위한 국민안전 컨트롤타워를 새롭게 정비하거나 강화했다.

우리나라도 위험사회로 접어들기 시작한 참여정부에서 청와대에 국가위기관리센터를 설치함으로써 국민안전 컨트롤타워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노무현 대통령 취임 열흘 전에 발생한 '대구지하철 화재참사'를 계기로 국가위기대응체제를 일원화하고 국가재난관리 체계를 새롭게 구축했다.

효과는 곧바로 나타났다. 대표적으로 사스(SARS)가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었지만 우리나라는 사스 청정국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국가위기관리센터는 해체됐고, 국가위기 컨트롤센터가 사라졌다.

그 대가는 혹독했다. 금강산에서 우리 관광객이 북한군에 피살된 사건이 대통령에게 보고되기까지 무려 8시간 35분이나 걸렸다.

국가위기관리체계가 마비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국가위기나 재난이 발생할 때마다 곤욕을 치렀고, 그때마다 국가위기관리센터 조직과 기능을 찔끔찔끔 복원시킬 수밖에 없었다.

박근혜 정부는 어정쩡한 국가위기관리센터를 물려받은 것이었다.

그런 상태에서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다.

그래서 당시 청와대가 '재난 컨트롤타워가 아니다'라는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라고도 할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당선되자마자 용산으로 이전계획을 발표했다.

여러 가지 갑론을박이 있었지만, 국가위기관리센터에 대해서만큼은 갑론을박이 아니라 대다수가 염려하고 우려했다.

우호적인 보수언론마저도 '위기관리 축소한 MB정부의 오판을 답습하지 않을까' 걱정했을 정도였다.

모두 이러한 역사적 맥락에서 나온 진심(?) 어린 조언이자 경고였지만, 윤석열 정부는 '문제 없다'며 일언지하에 무시했다.

초대형 참사를 겪고도 대통령실은 여전히 재난 컨트롤타워가 아니라고 한다.

지금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나 마찬가지다.

지금까지는 그렇다고 쳐도, 앞으로도 계속 그러겠다는 것은 참으로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지금까지의 역사를 보면.. 진보정권에서 만들고 운용했다가.. 보수정권에서 없앴다가 사고치고... 그래도 어설프게 유지하다 보수정권에서 또 사고치고.. 그러다 진보정권에서 재정비해서 다시 운용했다가... 또다시 보수정권에서 없애고 축소시킨것이 드러났는데... 

이런 보도를 이제와서 내놓는 이유...

그 저의가 의심스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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