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에게 ‘빨갱이’라는 박사모

 관련링크 : 한겨례  등록 :2016-12-19 15:08  수정 :2016-12-19 16:04

2005년 박근혜가 북한 김정일에게 보낸 편지

‘문재인이 작성했다’고 한 누리꾼이 속여올리자

박사모 회원들 종북프레임 씌워 악플 달아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가 2002년 5월 방북해 평양 백화원초대소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고 있다. 사진 박근혜 의원실 제공

‘박근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회원들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빨갱이” “종북”이라고 비난했다. 2005년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일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보낸 편지 때문인데, 박사모 회원들이 해당 편지를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작성한 것으로 착각해 벌어진 일이다.

지난 17일 밤 박사모 카페에는 ‘문재인 비서실장 당시 북측에 올린 편지(문재인은 안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게시물에는 “이런 사람이 대통령 후보요? 진정 나라 망하는 꼴 보고 싶소?”는 글과 함께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게 보내는 편지가 한 통 첨부되어 있었다.

 편지는 ‘위원장님께 드립니다’, ‘건강히 잘 계시는지요?’, ‘위원장님의 염려 덕분에 잘 지내고 있습니다’ 등 극존칭으로 시작된다. 또 ‘위원장님께서 살펴보시고 부족한 부분이나 추가로 필요하신 사항들이 있으시면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위원장님의 지시를 부탁드립니다’와 같이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쓰는 것 같은 표현도 다수 포함돼 있다. 특히 남과 북을 ‘남북’이 아닌 ‘북남’으로 표현한 것도 눈에 띈다.

‘박사모’ 누리집 갈무리

이 편지는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005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의 회담 이후 김 전 위원장에게 인편으로 전달한 것인데, <주간경향>이 그 내용을 입수해 보도하면서 알려졌다. 한 누리꾼이 이 편지를 문재인 전 대표가 작성한 것처럼 박사모 카페에 올렸고, 박사모 회원들이 잇따라 악플을 단 것이다. 박사모는 “북남이란다…비굴한 놈” “또 김정일의 재가를 받는구나…X신” “북남이라고 하는 걸 보면 북한 추종세력이 확실하다” “몸이 부르르 떨린다. 마치 신하가 조아리는 듯 하다”는 등의 댓글을 달았다. 박사모 댓글에 따르면, 박 대통령 역시 ‘종북’ ‘빨갱이’인 셈이다.

뒤늦게 이 편지가 박 대통령이 작성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박사모는 누리꾼들의 조롱을 받아야 했다. 정청래 전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김정일에 보낸 박근혜 편지를 문이 썼다고 착각한 박사모, 종북·빨갱이 비난하더니…큰 웃음을 주신 박사모 회원님들께 감사하다. 종종 이런 웃음 부탁한다”는 글을 남겼다. 누리꾼 ‘푸른**’은 “박사모님들 그 분 빨리 잡아서 북으로 보내세요~”라고 했고 또 다른 누리꾼 ssdo*******는 “박사모는 박근혜는 단두대로 보내야겠다”고 댓글을 달았다.

현재 논란이 된 박근혜 대통령의 편지글은 삭제된 상태다. 한편, 박사모 회원은 18일 “지금 네이버에 ‘박근혜 편지’가 실검 1위입니다. 이게 오히려 대통령님이 쓴 거라고 온 세상에 알리는 일이 돼버렸다. 정말 창피하다”며 “자료를 퍼나를 때는 제발 출처를 확인해 달라. 우리도 지성적이고 상식으로 대응합시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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