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경찰 신청 감정서 단독 입수 알려진 3500cc 수술 중에만 흘린 것 바닥에 피 고이자 십수 차례 밀대질도 이송 전 흘린 피 총량 모두 고려해야 재정신청·형사1심 판단에 영향줄까
[파이낸셜뉴스] 사망한지 4년 만에 형사재판이 진행 중인 고 권대희씨 사망사건과 관련, 법정에 제출된 증거자료에서 사실이 드러났다. 권씨가 해당 병원에서 흘린 피가 기존에 알려진 3500cc를 넘어설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전문기관의 감정회신에서 확인된 것이다.
수술이 종료된 이후 119 이송 전까지 권씨에게 더 많은 출혈이 있었을 가능성이 인정될 경우 병원 측에 불리한 판결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기존 권씨의 실혈량으로 추정된 3500cc만 해도 70kg 성인 남성 전체 혈액의 60%를 넘어선다는 것이다.
다수 전문기관의 감정회신에선 즉각적인 혈액 수혈과 상급병원으로의 이송이 필요했다는 의견도 확인된다.
본지는 지난 몇 달 간 권대희씨 수술 당시의 CCTV영상 및 의무기록지, 관련자 증언 등을 모두 분석해 관련 보도를 이어왔다. 이번 보도는 권씨 유족과 경찰이 각각 별도의 전문기관에 감정을 신청해 받은 회신 내용을 분석한 결과다. 사진=김성호 기자
■수술 당시 실혈량 3500cc 넘을 수도
13일 본지가 고 권대희씨 사망사건과 관련한 감정회신 전문을 전수 분석한 결과 권씨 이송 당시 상황이 기존 알려진 것보다 심각했을 수 있는 가능성이 확인됐다. 권씨 유족 측이 감정을 신청한 내용 뿐 아니라 병원 측이 ‘병원의 과실없음’을 밝히고자 신청한 감정회신에서도 이와 같은 내용이 다수 발견됐다.
가장 눈길을 끄는 건 권씨가 성형외과에서 중앙대학교 응급실로 이송될 때까지 흘린 혈액 총량이 3500cc를 넘을 수 있다는 부분이다. 이는 2018년 6월 순천향대학교 마취통증의학과 박모 교수가 작성한 유족 신청 감정회신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박 교수는 이 회신에서 ‘수술 중의 출혈은 3500cc로 보는 것이 가장 타당’하다며 ‘정확할 수는 없지만 대략적인 계산법으로 추정해본다면 수술 중 실혈은 전체 혈액량의 60% 정도로 볼 수 있고 헤모글로빈 수치도 이에 상응하는 결과’라고 적고 있다. 당시 권씨가 70kg 정도였고 통상 남자 체중의 8%가 혈액량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유사한 수치다.
이때 박 교수는 ‘수술 중의 출혈은 마취의의 추정치가 가장 정확할 것’이라며 권씨를 수술한 병원 마취의 이씨의 추정치가 3500cc였다는 사실을 언급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3500cc가 이송 전 권씨가 흘린 전체 혈액량이 아닌 ‘수술 중’ 혈액량이란 부분이다. 이는 박 교수가 같은 해 11월 유족이 재차 신청한 감정에 대한 회신에서도 언급된다.
이에 당시 중앙대병원 응급실 외래 기록지를 입수해 확인한 결과 박 교수가 적은 것과 같은 문구를 확인할 수 있었다. 해당 기록지엔 ‘동행한 마취의에 의하면’이라고 발언자 역시 명시돼 있다.
이는 수술실CC(폐쇄회로)TV를 확인해도 유추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의료진은 수술 중 혈액 등을 빨아들이는 흡인장치를 이용했는데, 이때 흡인장치에서 혈액이 담기는 통은 각 3L 용량 2개다. 병원 관계자는 이 병을 수술 중과 수술이 끝난 직후 두 차례에 걸쳐 버리는데,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버려진 액체 총량을 5300cc로 추정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 2018년 2월 경찰 의뢰로 회신한 감정서엔 ‘흡인통 기준으로 실혈량은 약 5300-1600=3700cc’란 답변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역시 수술 중에만 3700cc의 피를 흘렸다는 분석이다.
2016년 고 권대희씨 수술 당시 한 간호조무사(CCTV영상 위쪽 보라색 옷)가 흡인장치에서 혈액이 담긴 통을 분리해 버리러 나가는 모습. 경찰조사 결과 통은 3L짜리 용기로 확인됐다. 수술실CCTV 영상 캡처.
■수혈 준비도, 이송 결정도 늦었다
놀랍게도 권씨가 수술 중 흘린 피는 흡인장치에 담긴 양이 전부가 아니다. 본지가 수술실CCTV를 분석한 결과 권씨가 흘린 피는 수술대 시트를 타고 바닥에 계속 떨어졌으며, 간호조무사가 수술 중에 최소 여섯 차례, 수술이 끝나고 지혈이 되지 않는 동안 최소 세 차례나 더 닦아야 했을 만큼 많았다.
전문기관이 경찰이 내놓은 추정치 등을 바탕으로 분석한 3500cc와 3700cc의 혈액량에 더해, 밀대가 빨아들인 피까지 고려해야 하는 이유다.
수술 중에만 발생한 실혈량이 최소 3500cc를 넘을 수 있다는 분석은 의미하는 바가 적지 않다. 수술이 모두 끝나고 원장 등 의료진이 퇴원한 상태에서도 권씨가 피를 흘렸다는 사실이 감정서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순천향대학교 병원 감정서에선 ‘119 구급대원 진술상 혈압이 118/60에서 108/73으로 변화하는 것을 감안할 때 직접적인 원인은 지속적인 출혈로 인한 저혈량성 쇼크’라고 언급한 대목 등이다. 실제 수술이 종료된 오후 4시 17분 이후에도 간호조무사가 바닥에 고인 피를 밀대로 닦아내는 모습이 CCTV 상에서 수차례 보인다.
결과적으로 권씨가 병원 응급실 이송 전까지 흘린 피는 기존에 알려진 3500cc를 훌쩍 뛰어넘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권씨는 이 병원에서 밤 11시 35분께 이송될 때까지 단 한 차례도 혈액을 수혈 받지 못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은 ‘응급실 내원 당시 혈색소치가 5.5g/dl인 것으로 미루어 그 전에 수혈이 필요한 상태’였다며 ‘최소한 수술 종료 시점인 15:50경에서 마취 종료 시점인 18:30경 사이에 수혈을 결정하고 혈액을 준비하여, 수혈이 시작되어야 했을 것으로 추정함’이라고 분석을 내놨다.
순천향대학교 병원은 ‘20:00경까지 수액 공급을 증가시켰는데도 이렇게 호전이 없고, 빈혈 정도도 심했다면 수혈을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며 ‘21:00의 상태에 이른다면 수혈을 시작하거나 그것이 여의치 않다면 전원을 준비해야 했을 것’이라고 회신했다.
문제 병원이 권씨 이송을 위해 119에 신고한 시각은 소방서 기록상 11시 30분께인 것으로 파악됐다. 퇴근했던 장모 원장이 병원에 다시 돌아온 뒤에야 이송 결정을 내린 게 아니냐는 추정이 가능한 대목이다.
수술대에 누워있는 고 권대희씨를 앞에 두고 간호조무사들이 휴대폰을 보고 있다. 권씨 어머니 이나금씨는 CCTV와 의무기록지 교차 분석을 통해 당시 권씨 혈압이 80정도로 위험 상태였다는 사실을 밝혔다. 고 권대희씨 유족 제공.
■재정신청, 형사 1심 판결에 영향줄까
권씨가 흘린 피가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더 많을 수 있다는 사실은 고등법원의 재정신청 및 형사 1심 판결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경찰 조사결과 간호조무사 혼자 수술실에 남아 권씨를 지혈한 시간이 무려 35분여에 달하고 권씨 사망원인이 과다출혈로 인한 저산소성 뇌손상인 상황에서, 새로운 사실이 받아들여지면 무면허 의료행위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성립할 수 있다.
더불어 형사재판에 있어서도 이 사실은 주요하게 작용할 여지가 있다. 집도의인 장모 원장과 그림자의사 신모씨가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조차 부인하는 현 상황에서 수술 중 통상의 경우와 현격히 다른 출혈량을 보였다는 점이 주요한 판단근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권씨 유족과 경찰이 요청한 감정서에서 사건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실이 여럿 발견되며 향후 이어질 수 있는 재정신청 인용여부 및 1심 선고가 더욱 관심을 모으게 됐다.
권대희씨 모친 이나금씨가 지난 3일 경희대학교 서울캠퍼스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하는 모습. 아들이 끝내 졸업하지 못한 학교 캠퍼스를 찾은 권씨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고 권대희씨 유족 제공.
■아들 잃은 어머니는 오늘도 거리에
한편 ‘권대희 사건’은 지난 20대 국회에서 한 차례 논의 없이 폐기된 수술실CCTV 입법 필요와 맞물려 최근 다시 주목받고 있다. 2016년 경희대 3학년에 재학 중이던 권씨(당시 25세)가 부모 몰래 신사역 인근 한 성형외과를 찾아 안면윤곽 수술을 받던 중 중태에 빠져 사망한 사건으로, 어머니 이씨가 500여 차례나 CCTV를 돌려보며 분석해 화제를 모았다.
당시 “수술을 끝까지 책임지겠다”던 집도의는 다른 수술을 위해 수술실을 나갔고 사전에 고지되지 않은 20대 신입의사가 이를 이어받는 등 ‘공장식 수술’ 실태가 CCTV에 고스란히 찍혔다. 권씨 유족이 민사재판에서 병원 측 80% 책임판결을 얻어낸 데는 이 CCTV의 존재가 결정적이었다.
하지만 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의료진에게 상해치사나 사기는 물론 경찰이 기소의견으로 송치한 무면허 의료행위 혐의조차 적용하지 않아 논란이 됐다. <본지 2월 1일. ‘[단독] 검찰, '권대희 사건' 전문감정과 정반대 결론... '봐주기 수사' 의혹’ 참조>
권씨 어머니 이나금씨(60·여)는 재정신청 인용과 수술실CCTV 설치법 입법을 요구하며 한 달 째 법원과 검찰, 대학가 등지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수년 간 수술실CCTV 입법 필요성을 공론화해온 이씨의 노력으로 관련법은 ‘권대희법’이란 별칭으로 불리고 있다.
권대희씨... 당시 대학에 재학중인 학생으로 2016년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 위치한 성형외과에서 안면윤곽 수술을 받던 도중 의료사고로 사망한 분입니다..
발생한 시기는 2016년이죠.. 벌써 4년이 지났네요...
이 의료사고가 밝혀진 결정적인 증거는 CCTV였습니다.. 그리고 이후에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하는 법안이 나오는 계기도 되었었습니다.
권대희씨가 사망한 결정적 원인은 과다출혈로 인한 쇼크이었다고 합니다.. 위의 보도에 의하면 기존에 알려진 출혈량인 3500cc를 훌쩍 뛰어넘는 출혈을 보였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런데 많은 출혈이 있었다면 수혈로 보충해야 함에도 한번도 수혈을 하지 않았다고 보도되었네요...
그리고 응급상황이었으면 응급처치 후 빠른 이송을 하였어야 합니다.. 그런데 늦어졌죠.. 이유는 응급상황을 전달받은 의사가 병원에 돌아와서야 이송이 결정되었기 때문이라고 보도내용에 언급되어 있습니다..
상당한 출혈이 있었음에도 수혈을 하지 않았고.. 응급상황임에도 병원내에서 감당못할 지경이면 빨리 대형병원등에 이송을 해야 했음에도 지체되다 결국 권대희씨는 사망했습니다.
이 의료사고에 대한 재판은 아직도 진행중입니다. 관련 법안이 나왔으나 폐기되었죠..
지금도 권대희씨의 모친은 1인 시위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권대희씨가 다시 재언급되는 이유는 권대희씨 의료사고로 인해 발의된 법안이 결국 폐기가 되었기 때문 아닐까 생각합니다.
폐기가 된 원인중에 대한의협의 영향도 있을 것이라 추측합니다. 대한의협은 여러가지 이유로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하는 걸 반대해 왔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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