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우물 밖으로 나갈거야" 옥탑방서 추락한 20대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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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학으로 CG 배운 계약직, 야근-박봉 견디며 해외취업 꿈꿔
한밤 퇴근 회식 뒤 집에서 실족사

1995년생 이윤혁 씨가 지난해 10월 추락해 숨진 서울 마포구의 다세대주택 옥탑방 난간.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25일 서울 마포구의 한 다세대주택 5층 옥상. 기자가 아래를 내려다보니 도로 바닥에 흰색 스프레이로 사람이 누운 모양이 그려져 있었다. 1995년생 이윤혁 씨가 생의 마지막 순간 머물렀던 자리다.

이 건물 옥탑방에 살았던 이 씨는 지난해 10월 25일 옥상 난간에서 추락해 숨졌다. 난간 높이는 고작 92cm였다. 키가 180cm인 이 씨의 허리 정도까지 오는 높이다. 건축법상 옥상 난간은 최소 1.2m는 돼야 한다. 이 옥탑방은 월세가 주변 시세보다 10만 원 정도 쌌다. 밖에서 본 옥탑방은 마치 컨테이너 박스처럼 보였다. 화장실 벽면은 나무판자로 돼 있었다. 이 씨는 평소 여자친구에게 “사람 사는 것 같은 집에서 살고 싶다”는 말을 종종 했다고 한다.

컴퓨터그래픽(CG) 제작회사의 계약직이던 이 씨는 사고 당일 밤 12시 반쯤 퇴근했다. 하지만 곧바로 집으로 향하지 못했다. 상사와 함께 새벽 3시가 넘을 때까지 술자리를 가졌다. 술에 취해 귀가한 이 씨는 아슬아슬한 난간 앞에서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사고를 당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타살 흔적이 없고 유서도 발견되지 않아 사고사로 사건을 마무리했다.

이 씨는 광주에서 고교 과정을 검정고시로 마치고 스무 살이던 2015년 상경해 조그만 CG업체에 첫 직장을 얻었다. 그는 미국 할리우드에서도 인정받는 영화 특수효과 전문가가 되겠다는 꿈을 갖고 있었다. 이 씨는 밤샘 야근을 숱하게 했다. 월급은 150만 원 남짓이었다. 이마저도 제때 나오지 않을 때가 많았다. 생활비를 대느라 택배 아르바이트까지 해야 했다. 여자친구는 “윤혁이는 새벽까지 알바를 한 날에는 회사에 지각할까봐 곧바로 회사로 가 쪽잠을 잔 적도 많다”고 했다.

이 씨는 2017년 회사를 옮겼다. 새로 들어간 곳은 국내 유명 CG회사로 이름만 대면 알만한 흥행작의 CG 작업에도 꽤 많이 참여한 곳이다. 큰 회사로의 이직으로 이 씨는 꿈을 실현하는 데 한발 더 다가선 듯했다. 직장을 옮겨서도 이 씨는 마감이 가까워오면 1주일에 100시간 넘게 일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그가 받는 월급은 208만 원이었다.

‘우물 밑으로 들어가지 않을 거야. 우물 밖으로 나와서 맘껏 뛰어볼 거야.’ 이 씨는 사고 한 달 전 여자친구에게 이런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여자친구는 “윤혁이가 퇴직금으로 비행기 삯을 마련하겠다면서 입사 2년이 되는 올해 4월까지는 어떻게든 버텨보겠다고 했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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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그동안의 고생과 노력이 너무나도 많았는데 결국 그 노력과 결실을 내놓기도 전에 하늘로 갔네요..

다른 세상에선 고생없이.. 고통없이 안식을 하길 바랍니다.

기사를 보는 이중에 남일같이 않은 사람들도 많을 것입니다. 적정시간을 일을 하면서 삶을 살아가는 것이 힘든 이땅에서 과연 꿈을 꾸는 건 사치인지 생각하곤 합니다.

꿈은 과연 대기업이나 공무원을 다니는 사람만의 특권인지도 생각하곤 합니다.

과연 이땅에 박봉에 하루하루 근근히 살아가는 사람에게 미래는 무엇인가 생각하곤 합니다..

그래서 결혼.. 그리고 출산 또한 생각하지 못하는거 아닌가 싶습니다. 자신과 같은 삶을 살게 하지 않기 위해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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