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의원의 노무현 발언, ‘팩트’라고 단정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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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노무현 3억 시계 받은 건 팩트 '피해자 신화'는 허구"…민주당과 전면전 예고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과거 검찰 수사를 다시 꺼내 들었습니다.

 

검찰청 폐지와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 신설을 앞두고 열린 토론회에서 한동훈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의 금품수수 의혹을 언급하며,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찰의 조작수사를 받은 피해자라는 이른바 ‘노무현 피해자 신화’를 비판했습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모독이라며 한동훈 의원의 사과를 요구했고, 한동훈 의원은 다시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의 주장을 반복하면서 민주당을 향해 ‘팩트로 반박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처음 보도를 접했을 때에는 정치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공방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한동훈 의원이 ‘팩트’라는 표현까지 사용하면서 과거 사건에 대한 결론을 명확하게 제시했기 때문에, 실제로 그 내용이 어디까지 사실로 확인되어 있는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누가 맞고 틀렸는지를 먼저 정하지 않고, 보도에 나온 내용을 하나씩 확인해 보겠습니다.


1. 보도내용 정리

이번 논란은 검찰청 폐지와 관련한 한동훈 의원의 발언에서 시작됐습니다.

 

2026년 10월 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 D-1 토론회’에서 한동훈 의원은 검찰청 폐지와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 신설을 비판하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과거 검찰 수사를 언급했습니다.

 

한동훈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가족이 박연차 전 회장으로부터 피아제 시계와 수십억원의 금품을 받았다는 취지로 말했고, 이를 근거로 노무현 전 대통령을 ‘검찰 조작수사의 피해자’라고 보는 주장은 허구라는 취지의 주장을 했습니다. 또한 민주당이 이러한 인식을 만들어 검찰을 악마화했고, 그것이 현재 검찰제도 폐지로까지 이어졌다는 정치적 주장을 함께 제기했습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한동훈 의원의 발언을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모독으로 규정하고 사과를 요구했습니다. 논두렁 시계 보도와 당시 검찰 수사에 관한 기존 논란 등을 근거로 한동훈 의원의 주장을 반박하는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그러자 한동훈 의원은 10월 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다시 반박했습니다.

 

한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 본인 또는 가족이 3억원 상당의 피아제 시계 2개와 수십억원을 박연차 전 회장으로부터 불법적으로 받은 것은 ‘팩트’라고 거듭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민주당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조작수사의 피해자’라는 신화를 만들어왔다고 비판하면서, 자신의 말이 틀렸다면 욕설이 아니라 팩트를 가지고 반박하라고 요구했습니다.

 

결국 이번 논란은 단순히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금품수수 의혹이 있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그 의혹이 법적으로 어디까지 확인됐으며, 당시 검찰 수사를 어떻게 평가할 수 있는가를 둘러싼 논쟁으로 확대됐습니다.


2. 단초가 된 한동훈 의원의 발언 정리

한동훈 의원의 최초 발언을 정리하면 크게 네 가지 내용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노무현 전 대통령 또는 가족이 박연차 전 회장으로부터 피아제 시계와 수십억원의 금품을 받았다는 주장입니다.

 

두 번째는 그것이 단순한 금품이 아니라 고위공직자가 받아서는 안 되는 불법 금품이었다는 주장입니다.

 

세 번째는 이러한 사실이 있었기 때문에 노무현 전 대통령을 검찰 조작수사의 피해자로 보는 이른바 ‘노무현 신화’는 허구라는 주장입니다.

 

네 번째는 민주당이 이러한 피해자 서사를 지난 20년 가까이 정치적으로 이용했고, 그 결과 검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대되어 현재의 검찰제도 폐지로 이어졌다는 주장입니다.

 

한동훈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모든 것을 부정하는 방식으로 이야기한 것도 아닙니다. 당시 발언에서 한미FTA 등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일부 정책적 성과는 높이 평가하면서도, 가족의 금품수수 문제가 있었다면 대통령이라도 수사를 받아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습니다.

 

따라서 이 발언을 단순하게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난했다’고만 정리하기보다는,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과거 수사와 그 이후 형성된 정치적 평가를 현재의 검찰제도 논쟁과 연결한 발언으로 보는 것이 더 정확해 보입니다.

 

참고뉴스 : "아이들 집이라도 사줘야한다며 盧 전 대통령 부부가 돈 요구"

참고링크 : 박연차 게이트 사건을 최대한 쉽게 정리


3. 한동훈 의원의 주장에 대한 민주당의 반박 정리

더불어민주당은 한동훈 의원의 발언을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모독으로 받아들이고 사과를 요구했습니다.

 

민주당 측의 반박에서 중요한 부분은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와 이른바 ‘논두렁 시계’ 보도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입니다. 즉 노무현 전 대통령 측에 금품수수 의혹이 있었다는 사실과 별개로, 당시 수사 및 언론보도가 적절하게 이루어졌는지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부분은 과거의 조사 결과를 통해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2017년 국가정보원 개혁발전위원회는 당시 국정원 간부가 이인규 전 대검 중수부장을 만나 고가 시계 수수 문제를 언론에 흘려 망신을 주는 방식으로 활용하라는 취지의 말을 했고, 국정원 직원들이 SBS 사장을 만나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상황을 적극 보도해 달라고 요청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다만 국정원 개혁위 역시 실제 ‘논두렁 시계’ 보도를 국정원이 지시하거나 실행했다고 확정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참고뉴스 : 국정원 개혁위가 밝힌 MB 국정원 '적폐'[정리뉴스]

 

SBS 역시 이후 자체 진상조사를 실시했습니다.

 

SBS 진상조사위원회는 2009년 5월 13일 보도에 대한 국정원의 개입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당시 취재기자는 대검 중수부 관계자를 취재원으로 지목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SBS 사장과 보도국장이 조사에 응하지 않았고, 외부인 출입기록 가운데 소속이 확인되지 않는 인사도 있었으며, ‘논두렁’이라는 표현의 출처 역시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았다는 조사상의 한계도 함께 지적됐습니다.

 

참고뉴스 : SBS ‘논두렁시계 보도’ 반쪽조사 발표 “국정원 개입 확인 못해”

 

따라서 민주당의 반박은 단순히 ‘금품수수는 없었다’는 주장으로만 볼 수 없습니다. 금품수수 의혹과 별개로 당시 수사 및 보도 과정에 문제가 있었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는 반론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4. 한동훈 의원의 재반박 정리

민주당의 반발 이후 한동훈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주장을 더욱 강하게 반복했습니다.

 

한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 본인 또는 가족이 3억원 상당의 피아제 시계 2개와 수십억원을 박연차 전 회장으로부터 불법적으로 받은 것은 ‘팩트’라고 했습니다.

 

또 피아제 시계를 논두렁에 버렸는지, 부쉈는지 여부는 고위공직자가 불법 금품을 받았다는 본질을 가리지 못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민주당이 그 사건을 이용해 자신들이 검찰 조작수사의 피해자인 것처럼 ‘신화’를 만들었다고 비판했습니다.

 

여기서 한동훈 의원이 강조한 것은 ‘논두렁 시계’라는 세부적인 사실 자체보다 노무현 전 대통령 측에 금품 문제가 실제로 존재했다는 것입니다.

한동훈 의원의 논리는 결국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측에 금품수수 문제가 있었다.

그런데 민주당은 이를 검찰 조작수사의 피해자인 것처럼 바꾸어 설명해왔다.

따라서 ‘노무현 피해자 신화’는 허구다.

 

그리고 그 결과로 현재 검찰제도 폐지까지 이어졌다는 것이 한동훈 의원의 주장입니다.

 

이제 여기에서 실제 사실관계를 확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5. 한동훈 의원의 발언에 대한 검증

가장 먼저 확인되는 것은 박연차 게이트라는 사건 자체가 실제로 존재했다는 사실입니다.

 

2009년 검찰은 박연차 전 회장과 정·관계 인사 사이의 금품수수 사건을 수사했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가족을 둘러싼 640만 달러 수수 의혹도 수사했습니다. 검찰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포괄적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할 예정이었지만,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하면서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됐습니다. 당시 검찰 설명에 따르면 가족 가운데 노무현 전 대통령만 피의자였고, 권양숙 여사와 노건호·노정연 씨 등은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습니다.

 

따라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둘러싼 금품수수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있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피아제 시계 역시 실제 수사 대상이었습니다.

 

다만 금액을 보면 주의할 부분이 있습니다. 당시 주요 보도에서는 피아제 시계 2개의 가격을 약 2억원 또는 2억원대로 제시했습니다. 따라서 한동훈 의원이 말한 ‘3억원 상당’이라는 금액은 당시 알려진 자료와 차이가 있으며, 별도의 근거가 필요한 부분입니다.

 

더 중요한 것은 ‘불법적으로 받았다’라는 표현입니다.

 

검찰은 당시 해당 금품을 뇌물수수 혐의와 연결해 수사했고,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포괄적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할 방침이었습니다. 그러나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재판을 받기 전에 서거했고, 이에 따라 법원의 유죄판결이나 무죄판결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헌법은 형사피고인이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무죄로 추정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사건에서 구분해야 할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검찰이 불법적인 뇌물수수 혐의로 수사했다는 것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사책임이 법원의 유죄판결로 확정됐다는 것은 같은 말이 아닙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에는 그 유죄 여부를 법원이 판단할 재판 자체가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공소권 없음 역시 무죄판결과 같은 의미가 아닙니다. 검찰사건사무규칙은 피의자가 사망한 경우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종결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불법 금품을 받은 것이 법적으로 확정된 사실이다”라고 표현하는 것은 현재 확인되는 법적 절차와는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음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조작수사의 피해자였는가’라는 문제도 따로 봐야 합니다.

 

여기에서는 한동훈 의원의 주장에서 중요한 논리적 문제가 발생합니다.

 

금품수수 의혹이 실제로 존재했다는 것과 수사과정에 조작이나 부적절한 언론개입이 있었는지는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실제 국정원 개혁위 조사에서는 국정원이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와 관련해 불구속 수사 의견을 전달하고, 언론보도와 관련해 움직인 정황이 확인됐습니다. 반면 SBS 자체 조사에서는 ‘논두렁 시계’ 보도에 국정원이 직접 개입했다는 사실을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현재 확인되는 자료만으로는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금품 문제가 있었으므로 당시 수사는 모두 정당했다.”

 

라고 할 수도 없고,

“논두렁 시계 보도에 의혹이 있으므로 박연차 금품수수 의혹 전체가 조작이었다.”

 

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서로 다른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민주당이 20년 가까이 ‘허구의 피해자 신화’를 만들어 국민을 가스라이팅했다는 주장 역시 별도의 검증 대상입니다. 이것은 금품수수 사건의 존재만으로 자동으로 증명되는 사실이 아니라, 민주당의 시기별 발언과 행위, 그리고 현재 검찰제도 폐지와의 관계를 추가로 확인해야 하는 정치적 주장입니다.


6. 다시 언급된 노무현 전 대통령 뇌물 수수 의혹, 박연차 게이트 정리

이번 발언 때문에 다시 언급되고 있지만, 박연차 게이트는 2009년에 실제로 검찰 수사가 진행됐던 사건입니다.

 

당시 검찰은 박연차 전 회장으로부터 노무현 전 대통령 측과 관련된 금품이 전달된 정황을 수사했습니다.

 

대표적으로 100만 달러와 관련된 권양숙 여사 부분, 500만 달러가 송금된 연철호 씨와 노건호 씨 관련 부분, 노정연 씨와 관련된 금품 문제가 수사 대상에 포함됐습니다. 당시 검찰은 관련자들의 진술과 금융거래 등을 조사하면서 이 돈의 최종적인 성격과 귀속 관계를 확인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하면서 본인에 대한 수사는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됐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박연차 게이트의 다른 관계자들까지 아무런 결론 없이 끝난 것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예를 들어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노건평 씨는 박연차 게이트와 별개로 세종증권 매각 과정의 알선수재 사건으로 재판을 받아 징역 2년 6개월과 추징금 3억원이 확정됐습니다.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은 박연차 전 회장에게 금품을 받은 혐의와 대통령 특수활동비 횡령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아 징역 6년과 추징금 16억4400만원이 확정됐습니다. 대법원은 박연차 전 회장에게 받은 금품의 뇌물성을 인정했습니다.

 

박연차 전 회장 역시 뇌물공여와 조세포탈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았고 실형이 선고됐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 가족에게도 별도의 수사와 재판이 있었습니다.

 

2012년 노정연 씨는 미국 아파트 매매대금 13억원을 신고하지 않고 송금한 혐의인 외국환거래법 위반으로 기소됐고, 법원에서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이 사건에서 권양숙 여사는 13억원을 마련해 준 사실은 인정했지만, 돈의 구체적인 출처는 확인되지 않았고 검찰은 권 여사를 입건유예했습니다.

 

따라서 박연차 게이트 전체를 하나의 사건으로 묶어 “노무현이 사망하면서 아무런 법적 판단도 내려지지 않았다”라고 하는 것도 정확하지 않습니다.

 

다만 반대로 이것을 근거로 노무현 전 대통령 본인의 뇌물수수 혐의까지 법적으로 확정됐다고 말할 수도 없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 본인은 재판을 받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2017년에는 자유한국당의 고발로 권양숙 여사와 노건호 씨 등 노 전 대통령 가족과 관련된 640만 달러 의혹이 다시 검찰에 배당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당시 의혹을 다시 살펴보는 수사였을 뿐, 노무현 전 대통령 본인의 뇌물수수 혐의를 법원의 유죄판결로 확정한 절차는 아니었습니다.

 

결국 박연차 게이트는 실제로 존재했던 사건이고, 많은 관련자들의 범죄에 대해서는 법원의 판단까지 내려졌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 본인의 뇌물수수 혐의는 재판으로 유죄 또는 무죄가 확정된 사건이 아니라는 점을 구분해서 봐야 합니다.


7. 한동훈 의원의 발언에서 확인되는 문제

이번 발언에서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하는 부분은 실제로 존재했던 의혹과 법적으로 확정된 사실을 동일하게 표현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한동훈 의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 또는 가족에게 금품수수 의혹이 있었다”고 말했다면 이는 당시 수사자료와 보도로 충분히 검증할 수 있는 내용입니다.

 

그러나 한 의원은 여기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불법적으로 받은 것은 팩트”라고 표현했습니다. 이 표현은 단순한 수사 의혹이나 검찰의 판단을 넘어, 불법성이 이미 확정된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 법원의 유죄판결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이 부분은 ‘검찰이 뇌물수수 혐의로 수사했다’와 ‘뇌물수수가 법적으로 확정됐다’를 구분하지 않은 표현이라는 점에서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두 번째 문제는 금품수수 문제와 조작수사 문제를 하나의 결론으로 연결했다는 점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측의 금품수수 의혹이 실제로 있었다고 해서 당시 검찰 수사 과정에 부적절한 부분이 없었다는 결론이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반대로 국정원이 수사와 언론에 관여하려 했다는 정황이 확인됐다고 해서 박연차 사건 전체가 조작됐다는 결론이 나오는 것도 아닙니다.

 

2017년 국정원 개혁위와 SBS의 자체조사 결과가 서로 다른 부분을 보여주는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국정원의 수사·언론 관련 활동은 확인됐지만, 그것이 특정 ‘논두렁 시계’ 보도를 직접 만들어냈다고까지 확인되지는 않았습니다.

 

세 번째는 수사와 정치적 해석의 범위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는 점입니다.

 

“민주당이 20년 가까이 허구의 피해자 신화를 만들어 국민을 가스라이팅했다”는 표현은 객관적인 하나의 사실이라기보다는 한동훈 의원의 정치적 해석입니다.

 

민주당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서거 이후 정치적 상징으로 활용해왔다는 부분은 정치적 행위와 발언을 통해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임기 말과 서거 이후 정치권의 태도에 변화가 있었다는 점 역시 역사적으로 살펴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을 곧바로 “허구의 신화를 의도적으로 만들었다”거나 “그것이 현재 검찰제도 폐지의 원인이 됐다”고 확정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자료와 인과관계에 대한 검증이 필요합니다.

 

저는 이번 논란에서 이 구분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정치인은 과거 사건을 현재의 정치적 논쟁에 가져올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미 공개되어 있는 수사자료와 판결 등을 근거로 과거 사건을 비판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형사책임이 법적으로 확정되지 않은 사안을 ‘팩트’라고 단정할 때에는 그 표현에 더욱 신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이번 사건처럼 피의자가 사망하면서 형사재판 자체가 진행되지 않은 경우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이번 한동훈 의원의 발언을 제가 확인한 범위에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박연차 게이트와 노무현 전 대통령 측의 금품수수 의혹이 존재했다는 것 → 사실입니다.

 

피아제 시계 2개가 당시 수사의 대상이었다는 것 → 사실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 본인의 뇌물수수죄가 법원에서 유죄로 확정됐다는 것 → 사실이 아닙니다. 그런 판결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3억원 상당이라는 시계 가격 → 당시 주요 자료에서 확인되는 약 2억원대와 차이가 있어 추가 근거가 필요합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전부 조작이었다는 것 → 현재 확인된 자료만으로 확정할 수 없습니다.

 

반대로 당시 수사와 언론보도 과정에 아무런 논란도 없었다는 것 역시 확인되지 않습니다.

 

민주당이 피해자 신화를 만들어 정치적으로 이용했다는 것 → 정치적 주장으로서 별도의 검증이 필요합니다.

 

그 결과 현재의 검찰제도 폐지로 이어졌다는 것 → 별도의 인과관계 입증이 필요한 주장입니다.


마무리하며

보도제목은 한동훈 의원이 민주당과 전면전을 예고했다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그 전면전에 언급된 것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시계입니다.

 

이 사건은 사실 법으로 확정된 사건이 아닙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스스로 생을 마감하면서 결국 재판을 통해 결론을 짓지 못하고 공소권 없음으로 끝난 사건입니다. 따라서 노무현 전 대통령 본인의 뇌물수수 혐의를 유죄나 무죄로 법적으로 확정된 사건이라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물론 당시 검찰이 금품수수 의혹을 수사했고, 박연차 전 회장과 관련자들의 진술 및 금융자료 등을 바탕으로 수사를 진행한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기에 이 사건을 아무런 근거가 없는 허위사건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법원의 판단을 통해 결론이 나지 않은 사건을 두고 어느 한쪽의 결론이 이미 확정된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도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신중하게 한동훈 의원의 페이스북 내용을 확인했습니다.

 

그런데 한동훈 의원은 명확하게 ‘팩트’라는 단어를 써가며 그 사건을, 그리고 그 과정을 확정지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 본인 또는 가족이 피아제 시계와 수십억원을 불법적으로 받은 것이 팩트라고 표현했습니다.

 

저는 이 부분이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여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검찰이 어떤 판단을 했는지와 법원이 형사책임을 어떻게 확정했는지는 구분할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수사기관의 판단이나 수사자료가 존재한다는 것과 법원의 유죄판결이 확정됐다는 것은 같은 의미가 아닙니다.

 

사실 민주당이 고인이 된 전직 대통령을 이용하는 것이 정치적으로 적절한지는 의문입니다. 하지만 이미 고인이 된 전직 대통령을 언급하는 사례 대부분은 고인이 된 대통령이 남긴 업적과 정치적 맥락, 상징적인 의미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마도 민주당은 이번 검찰청 폐지 및 중대범죄수사청 설립을 두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하나의 정치적 상징으로 이용하는 사례로 보는 시각이 있을 것이고, 저 역시 그렇게 판단할 여지는 있다고 봅니다. 이를 한동훈 의원이 잘못되었다고 판단하여 반박하다 이런 논란까지 나온 사례가 아닐까 추정합니다.

 

하지만 그 주장에 대해서는 매우 신중해야 합니다.

 

이미 확정되고 검증된 사례이거나 미담 등을 언급할 때는 문제가 될 부분이 크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민감한 사안을 두고 따질 때는 비록 어떤 명확한 정황이 있다고 하더라도 정확히 입증된 부분을 기준으로 이야기해야 합니다.

 

특히 공소권 없음은 사건이 유죄 혹은 무죄로 확정된 것이 아니라, 피의자의 사망 등으로 더 이상 형사절차를 진행할 수 없어 종결된 경우입니다. 이번 노무현 전 대통령 사건 역시 재판을 통해 유죄나 무죄가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그런 사건을 두고 사실이라고 단정하는 발언은 자칫 정치적 논란을 넘어 법적 책임과 관련한 문제까지 제기될 수 있는 만큼 더욱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정치적인 평가나 의견과 구체적인 사실을 단정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부분은 정치인들에게 공통된 부분입니다.

 

말 한 번 했다가 사실이 아님이 확인되고 난 후에 모른 척하거나, 사과를 하거나 하는 꼴사나운 행태는 어제오늘의 일은 아닙니다. 그렇기에 더더욱 이런 발언 하나하나에는 신중함이 있어야 함에도 정치인들의 입은 늘 논란을 가져오는데 이번에도 예외는 없었습니다.

 

사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이용하는 사례는 많았습니다.

 

그 의도가 존경과 정치적 이용, 조롱과 비하 등 여러 형태로 있었죠. 민주당이 마냥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지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임기 말에 보여준 민주당은 외면이었죠. 서거 후에 태도가 바뀐 것도 맞는 말이기도 합니다.

 

물론 당사자들의 생각을 직접적으로 확인할 수는 없으나 외부의 시각에서는 그렇게 보였습니다.

 

그런 민주당이 검찰을 해체하는 과정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이용하는 것이 그리 좋은 방법은 아니었다고 판단합니다. 하지만 이를 두고 한동훈 의원이 비난하는 것도 좋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보수진영에서 전직 대통령을 이용하는 행태도 민주당과 다를 바 없었으니까요.

 

상대 진영의 정치적 상징을 이용하는 것이 문제라면 그 기준은 어느 진영에나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한동훈 의원이 처음부터 정치인이 아니었기에, 검찰에서 나와 이제 막 정치인으로서, 국회의원으로서 활동하기에 할 수도 있었던 발언이었지만 아무래도 중요한 부분을 간과한 것 같습니다.

 

민주당과 중도와 진보진영에서 갖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적 무게를 말이죠.

 

상대에게 민감한 부분을 건드리는 것은 신중함을 필요로 합니다.

 

이는 마치 민주당이 박정희 전 대통령과 김영삼 전 대통령을 건드리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발언 하나에 신중함이 필요하고 사실 확인도 필요합니다.

 

물론 사실확인이 된 명확한 부분을 언급해도 이후 파장이 그리 간단한 것도 아닙니다.

 

한동훈 의원의 발언은 어떻게 보면 노무현을 지지했던 이들에게 위협으로 다가올 수 있으며, 나아가 노무현을 지지하는 이들의 결집도 불러올 수 있는 정치적 발언입니다. 한동훈 의원이 자신의 지지세를 보수 내에서의 공고화를 목적으로 했다면 적절한 발언일 수도 있으나, 중도와 진보로 더 확장할 생각이었다면 이후 정치적 흐름은 좋지 않다고 개인적으로 예측합니다.

 

그 정도로 노무현이라는 인물에게 영향을 받는 영향은 크기 때문입니다.

 

과연 한동훈 의원이 민주당을 상대로 노무현이라는 인물과 그에게 있었던 의혹을 가지고 공방을 얼마나 지속할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그 결과는 보수 내에서의 지지율에는 긍정적이나, 진보는 말할 것도 없겠지만 중도는 긍정적으로 판단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민주당이 노무현을 이용하는 것에 대해 불만을 가진 이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 때에도, 그래서 열린우리당으로 분당했을 때도 민주당의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고 기억합니다. 하지만 그의 정신을 계승하겠다고 나서며 그를 추종하는 현 시점에서 검찰청의 폐쇄 및 중수청 출범에 노무현 전 대통령을 이용하는 것은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과연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저승에서 이를 보고 긍정적으로 생각할지는 의문입니다.

 

한동훈 의원은 자신의 발언에 대해 몇 가지 수정을 해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모든 주장 자체를 철회하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본문에서 확인한 것처럼 실제로 검찰의 수사와 금품수수 의혹이 있었던 부분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다만 법적으로 확정되지 않은 부분을 확정된 사실처럼 표현한 부분, 그리고 서로 다른 사실과 해석을 하나의 결론처럼 연결한 부분은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내용은 블로그 본문에 하나씩 정리해 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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