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외주화'... 생각의 분산화라면 AI만 똑똑해질까?
“결국, 똑똑해지는 건 AI”...‘생각 외주화’에 치매 늦추는 힘 약해질까
최근 생성형 AI가 빠르게 보급되면서 AI가 인간의 사고능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나오고 있습니다.
디멘시아뉴스에서는 「“결국, 똑똑해지는 건 AI”...‘생각 외주화’에 치매 늦추는 힘 약해질까」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디지털 기술과 인지기능의 관계를 다룬 새로운 스코핑 리뷰를 소개했습니다.
기사에서 소개한 연구는 스마트폰과 SNS, 멀티태스킹 같은 기존 디지털 기술부터 생성형 AI까지 다양한 문헌을 검토하고, 디지털 기술을 수동적으로 사용하면서 기억이나 판단, 문제 해결 등을 반복적으로 외부 도구에 맡길 경우 인지기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특히 장기적으로는 이러한 인지적 외부화가 ‘인지 예비력(cognitive reserve)’을 쌓을 기회를 줄여 노년기의 인지기능 유지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진의 가설까지 소개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 연구는 AI 사용이 인간의 인지능력을 떨어뜨린다는 것을 직접 입증한 실험이 아닙니다. 937편의 문헌을 폭넓게 살펴보는 스코핑 리뷰이며, AI와 관련된 경험적 연구도 21편에 불과합니다. 연구진 역시 AI 관련 연구가 아직 초기 단계이고 장기적인 인과관계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기사를 읽고 저는 AI의 부정적인 면을 무조건 부정하기보다는, 과연 AI를 사용하는 행위 전체를 ‘생각의 외주화’라고 볼 수 있는가라는 의문부터 가져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1. 보도내용 정리
이번 보도는 슬로베니아 류블랴나대 연구진이 작성한 「A Scoping Review of the Negative Effects of Digital Technology on Cognition」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스코핑 리뷰는 특정 주제에 관한 연구를 넓게 모아 어떤 연구가 진행됐고 어떤 문제들이 제기돼 왔는지를 살펴보는 문헌 검토 방법입니다. 이번 연구에서는 초기 디지털 기술부터 스마트폰, SNS, 멀티태스킹, 생성형 AI까지 디지털 기술이 인지기능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다룬 문헌을 폭넓게 검토했습니다. 연구팀은 Scopus를 출발점으로 삼고 OpenAlex를 활용해 인용문헌을 추적하는 방식으로 연구 범위를 확장했습니다.
최종적으로 937편의 문헌이 분석됐고, 경험적 연구가 584편, 비경험적 연구가 353편이었습니다. 다만 AI와 관련된 경험적 연구는 2023년 이후 발표된 연구로 범위를 좁히면서 21편에 그쳤습니다. 따라서 937편이라는 숫자만 보고 AI에 대한 실증연구가 937편 존재하는 것처럼 이해해서는 안 됩니다.
연구에서 살펴본 디지털 기술의 부정적 영향은 주의력과 기억력에서부터 비판적 사고와 창의성 같은 고차원적 인지기능까지 폭넓게 다뤄졌습니다.
특히 AI에 대해서는 기존 디지털 기술과 조금 다른 위험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사람이 직접 하던 글쓰기, 코딩, 검색, 추론, 계획 등의 작업을 AI가 대신하면서 인간이 사고 과정에 참여할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연구진은 ‘인지적 외부화(cognitive offloading)’라는 개념에 주목합니다. 필요한 정보를 직접 기억하거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기보다 디지털 기기나 AI에 맡기는 행동이 반복되면, 인간이 직접 인지활동을 수행할 기회가 감소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또 이러한 현상이 장기적으로 이어지면 인지 예비력을 충분히 쌓을 기회가 줄어들 가능성도 이론적으로 제시합니다. 다만 이 부분은 장기추적 연구로 검증해야 할 가설이며, 현재의 연구만으로 인과관계를 확정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닙니다.
즉 이번 연구가 말하는 핵심을 단순하게 정리하면 “AI를 사용하면 인지력이 떨어진다”가 아니라 “AI가 인간의 인지활동을 반복적으로 대체하고 사용자가 이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방식이라면 장기적인 인지적 비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정도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2. 보도에서 언급한 스코핑 리뷰의 내용
이번 연구에서 흥미로운 점은 디지털 기술이 인지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이유를 단 하나의 원인으로 설명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연구진은 기능적 간섭, 신경화학적·대사적 변화, 신경가소성 변화, 사회·발달적 대체라는 네 가지 경로를 제시했습니다.
이 가운데 특히 눈여겨볼 부분은 사회·발달적 대체입니다.
디지털 기술이 뇌에 직접적인 독성을 일으킨다기보다 디지털 기술을 사용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독서, 학습, 운동, 수면, 대인관계 같은 다른 활동이 줄어들고, 그 결과 인지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이런 관점이라면 스마트폰이나 AI 자체를 무조건 문제로 볼 이유는 없습니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을 사용한다고 해서 모두가 멀티태스킹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스마트폰은 여러 작업을 수행하는 도구일 뿐이고, 실제 인지적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여러 정보와 작업 사이를 계속 전환하는 멀티태스킹이나 끊임없는 알림과 같은 사용환경일 수 있습니다.
물론 연구에서도 스마트폰과 멀티태스킹을 각각 다룬 기존 연구를 폭넓게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둘을 완전히 같은 개념으로 취급한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다만 스마트폰이라는 도구와 그 도구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행동을 구분해서 볼 필요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현대 사회의 정보환경은 과거와 상당히 달라졌습니다.
과거에는 일정한 시간과 장소에서만 받을 수 있었던 연락이나 정보, 업무지시가 지금은 스마트폰 하나로 거의 계속해서 들어옵니다. 여러 사람이 동시에 연락을 하고, 여러 업무가 겹치며, 짧은 정보가 끊임없이 화면에 나타납니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문제를 단순히 “스마트폰을 사용하기 때문에 주의력이 떨어진다”고 보는 것은 부족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정보가 너무 많이 들어오는 환경 자체가 과부하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는 AI가 반대 방향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정보가 너무 많아서 사람이 직접 하나하나 분류하고 정리해야 한다면 인지적 부담이 커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AI를 이용해 정보를 정리하고 분류하면 사람이 직접 처리해야 하는 정보량을 줄일 수도 있습니다.
즉
정보 증가 → 인지부하 증가
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정보 증가 → AI를 이용한 정리·분류 → 인간이 직접 판단해야 할 정보량 감소
라는 구조도 가능합니다.
이번 스코핑 리뷰는 디지털 기술의 부정적인 효과를 집중적으로 살펴본 연구이기 때문에 이러한 순기능까지 함께 평가해서 결론을 내린 연구는 아닙니다. 논문 자체도 디지털 기술의 순효과(net cost-benefit)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문헌에서 보고된 부정적 효과와 위험 가능성을 지도화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AI가 인지력을 떨어뜨리는 것인지, 아니면 정보 과부하를 줄여주는 역할도 할 수 있는지는 별도의 연구가 필요합니다.
이 연구는 부정적 효과를 지도화하는 것이 목적이므로, 이러한 결과만으로 디지털 기술의 전체적인 순효과를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3. 인지력 저하를 우려하지만 실상은 다른 이유
제가 이번 연구를 보면서 가장 의문을 가진 부분은 ‘AI 사용’과 ‘인지활동의 대체’를 같은 것으로 볼 수 있는가였습니다.
AI에게 질문을 한다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질문을 입력하는 동작 자체는 간단합니다. 키보드로 문장을 입력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질문이라는 것은 단순한 입력 동작으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무엇이 궁금한가?
무엇을 알고 싶은가?
어떤 답이 필요한가?
내가 지금 무엇을 모르는가?
이것부터 판단해야 합니다.
질문을 만들어내는 행위 자체가 지식의 공백을 찾아내고, 그 공백을 해결하기 위해 원하는 정보를 구체화하는 과정이라는 연구도 있습니다.
2026년 npj Science of Learning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질문 형성을 단순한 대화의 도구가 아니라 지식의 공백을 발견하고 해결하기 위한 인지적 과정으로 설명했습니다. 연구진은 질문의 질과 복잡성에 따라 학습과의 관계도 달라질 수 있다고 봤습니다.
그렇다면 AI에게 질문한다는 행위 자체를 인지력 저하로 연결하는 것은 지나치게 단순한 해석일 수 있습니다.
더구나 AI가 답변을 내놓은 뒤에도 사람이 해야 할 일이 남아 있습니다.
이 답이 내 질문에 맞는 것인지, 사실관계가 맞는지, 내가 원하는 결과인지, 다른 해석은 없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다시 질문할 수도 있습니다.
결국
질문 → 답변 → 검토 → 재질문 → 판단
이라는 과정이 가능합니다.
이것을
질문 → AI 답변 → 인지활동 감소
라고 단순하게 연결한다면 실제 AI 사용과정을 지나치게 단순화하게 됩니다.
또한 기사에서는 AI가 결과물을 빠르게 제공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물론 AI 자체는 몇 초 만에 상당한 분량의 결과물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런데 AI가 결과물을 만드는 시간과 사용자가 최종 결과물을 완성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동일하지 않습니다.
저 역시 AI와 대화를 통해 블로그 글을 작성하면서 이 부분을 직접 경험하고 있습니다.
무엇을 물어볼지 결정하고, AI의 답변을 읽고, 다시 의문을 제기하고, 필요한 부분을 검증하고, 잘못된 답변을 수정하고, 최종적으로 어떤 내용을 글에 넣을지 판단하는 과정을 반복합니다.
그렇다면 단순히 “AI가 몇 초 만에 결과물을 만들었다”는 사실만으로 사람이 사고할 시간을 잃었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반대로 사람이 처음부터
“이런 결과물이 필요하다.”
라고 정해놓고, 그 결과를 얻기 위해 어떤 프롬프트를 만들어야 하는지를 생각한다면 이 과정에도 분명한 인지활동이 들어갑니다.
따라서 문제는 AI가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속도가 아니라 그 결과물을 만드는 과정에서 인간이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가에 더 가까울 것입니다.
스코핑 리뷰 역시 AI 사용이 항상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진다고 단정하지 않습니다. 사용자가 AI를 능동적으로 질문하고 검토하는 방식과, AI의 답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방식은 다르게 봅니다.
또 하나 의문인 것은 “반복적으로 대신한다”는 표현의 범위입니다.
얼마나 반복해야 하는지, 어느 정도의 인지작업을 맡겨야 하는지, 어느 기간 동안 맡겨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 없다면 실제 위험을 어느 수준에서 판단해야 하는지 알기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매일 AI에게 단순 계산을 맡기는 것과, 주제 선정부터 판단까지 모든 사고과정을 맡기는 것은 같은 외부화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실제 연구에서도 AI 사용량이 아니라 어떤 인지활동이 얼마나 대체됐는가를 구체적으로 측정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관점이라면 오히려 정보 디톡스라는 문제도 함께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AI가 다양하게 사용되는 현재의 디지털 환경은 정보가 넘쳐나는 환경이기도 합니다. 끊임없이 들어오는 정보와 알림을 계속 처리하다 보면 정보 과부하가 문제가 될 수 있고, 인간의 정신적 여유를 위해 일정 시간 디지털 환경과 거리를 두는 것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는 이번 스코핑 리뷰의 주장도 반드시 부정적인 결과로만 볼 필요는 없습니다.
디지털 기술이 다른 중요한 활동을 대체할 수 있다고 본다면, 반대로 필요할 때 디지털 기술을 줄이고 독서, 운동, 수면, 대인관계 같은 활동을 유지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AI를 얼마나 많이 사용했는가보다 그 과정에서 인간의 어떤 활동이 줄어들었고, 그 대신 무엇을 했는가라고 생각합니다.
4. AI와 디지털 리터러시
이번 연구에서 제안하는 해결책을 보면 결국 디지털 리터러시의 문제로 이어집니다.
AI가 답을 주는 것을 막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그 답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보도에서 언급한 ‘의도적인 마찰(desirable friction)’도 이런 맥락입니다. AI가 모든 답을 즉시 제공하는 대신 사용자가 한 번 더 생각하고, 근거를 확인하고, 스스로 판단하도록 만드는 구조를 의미합니다. 연구 문헌에서도 AI를 답변 제공 도구에만 머물게 하지 않고 질문이나 성찰을 유도하는 방식이 제안되고 있습니다.
다만 저는 이것을 조금 더 단순하게 디지털 리터러시라고 생각합니다.
AI가 무엇을 답했는지 이해하고,
그 답이 내가 원하는 것인지 확인하고,
필요하면 다른 자료와 비교하고,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다시 질문하고,
마지막 판단은 사용자가 하는 것입니다.
즉
질문 → 답변 → 검증 → 판단
이라는 과정입니다.
물론 모든 사람이 AI 결과물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AI가 만들어준 글을 다시 읽는 사람도 있고, 다른 자료를 찾아 검증하는 사람도 있으며, 자신이 원하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AI에게 계속 수정과 재작성을 요구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따라서 “AI가 답을 주면 인간은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다”는 전제 자체가 모든 사용자에게 적용될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AI 사용방법에 따라 인지적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한 부분입니다.
여기서 조금 다른 문제도 있습니다.
AI 결과물을 반복해서 검증한다고 해서 항상 인간의 독창성이 유지된다고 볼 수도 없습니다.
AI가 만들어준 결과를 검증하는 과정에서 오류를 제거하고 표현을 다듬다 보면, 결국 AI가 제시하는 평균적인 표현과 구조가 인간의 최종 결과물에 남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것을 인지력 저하와는 별도의 문제로 봅니다.
특히 정보를 정리하는 글에서는 AI의 평균적인 결과물이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여러 자료를 묶어서 공통된 내용을 정리하는 데는 AI가 상당히 효율적이기 때문입니다.
반면 자신의 문제의식이나 독자적인 반론을 제시하는 글에서는 AI의 평균적인 답변을 그대로 따르는 것이 오히려 약점이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AI와 디지털 리터러시의 핵심은 AI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AI의 결과물이 어디까지나 하나의 결과물이라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5. 필자가 사용하는 AI 사용방법 소개
저는 이번 논문에서 말하는 ‘AI에 생각을 외주화하는 사용자’와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AI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AI에게
“이 기사로 블로그 글을 작성해 주세요.”
라고 요구하지 않습니다.
먼저 보도 내용을 전체적으로 확인합니다.
그다음 제가 궁금한 부분을 하나씩 질문합니다.
AI가 답을 하면 그 답을 다시 검토합니다.
그 과정에서
“그 근거가 무엇인가?”
“이것이 실제로 검증되는가?”
“다른 해석은 없는가?”
“앞의 답변과 모순되지 않는가?”
같은 질문을 다시 합니다.
필요하면 관련 자료를 검색하도록 요구하고, 제가 알고 있던 내용과 AI의 답변이 다르면 어느 쪽이 맞는지 다시 확인합니다.
이번 보도에서도 처음에는 단순히 “AI가 인지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연구가 나왔다” 정도의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대화를 이어가면서 질문 자체가 달라졌습니다.
AI 결과물을 사람들이 모두 맹신하는가?
AI에게 질문하는 행위 자체가 정말 인지활동 감소인가?
멀티태스킹과 스마트폰을 같은 문제로 볼 수 있는가?
AI가 오히려 정보 과부하를 줄이는 역할을 할 가능성은 없는가?
AI가 결과물을 빠르게 제공한다고 해서 실제 작업시간도 줄어드는가?
‘반복적으로 대신한다’는 것은 어느 정도의 사용을 말하는가?
‘의도적인 마찰’이라는 개념은 실제로 존재하는가?
이런 질문을 하나씩 확인하면서 처음 보도에서 제시된 논리를 다시 분해해 보게 됐습니다.
결과적으로 제가 이번 스코핑 리뷰를 바라보는 결론도 처음과 달라졌습니다.
이 논문이 제시하는 “AI의 인지적 외부화가 장기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가설 자체는 연구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AI 사용 = 인지력 저하
라고 단순하게 연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봅니다.
질문을 만드는 과정에도 인지력이 필요하고, 답변을 검토하는 과정에도 인지력이 필요하며, AI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결정하는 과정 역시 인간의 판단입니다.
반대로 사람이 주제 선정부터 자료조사, 논점 구성, 작성, 판단까지 모두 AI에게 맡기고 결과만 복사해 사용한다면 스코핑 리뷰가 말하는 인지적 외부화의 위험에 더욱 가까워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특정 이슈의 검색 유입을 노리는 상업적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실시간 인기 키워드 확인 → 주제 선정 → 관련 기사 수집 → 논점 구성 → 글 작성 → 게시
라는 모든 절차를 AI에게 맡기고, 사용자는 정해진 프롬프트를 반복해서 실행하기만 한다고 가정해 볼 수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인간이 직접 수행하던 주제 선정과 문제 설정, 정보 선별, 논점 구성 등의 인지활동이 실제로 줄어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조차도 사람이 단순히 프롬프트를 반복 입력하며 멍하니 작업할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반복 작업이 생기면 오히려
“이 작업도 자동화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매크로나 자동화 프로그램을 만들어 반복작업 자체를 없애는 것도 인간의 문제 해결 과정입니다.
결국 AI 시대에 중요한 문제는 AI를 사용하는가 아닌가가 아니라, AI가 인간의 어떤 인지활동을 대신하고 있으며 그 대신 인간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AI를 이용하면서도 질문하고, 검증하고, 반박하고, 다시 질문하는 과정을 계속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제가 AI를 사용하는 방식은 결과를 얻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AI의 결과물을 다시 질문의 대상으로 만드는 방식에 가깝습니다.
그렇다면 AI는 인간의 생각을 대신하는 도구가 아니라, 인간이 생각을 계속 이어갈 수 있도록 사용하는 도구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마무리하며
보도에 소개된 논문은 사실 개인적으로 쉽게 받아들여질 내용은 아니었습니다.
과거 텔레비전을 바보상자라고 부르며 멀리하도록 유도했던 사례가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키보드를 밀어내고 잠시 생각하는 동안, 그리고 시점을 조금 달리해서 바라보는 순간 일부 이해되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현재 전 세계는 디지털 정보가 만연한 환경에 놓여 있습니다. 물론 광통신이 충분히 보급되지 않은 일부 국가와 지역도 있겠지만, 필자가 있는 대한민국은 인터넷 보급률과 정보 접근성만 생각해도 본문에서 언급한 정보과잉이 발생하기 쉬운 환경에 있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유튜브를 통해 많이 시청하는 것은 자연의 모습입니다. 백색소음에도 관심이 있습니다.
이런 개인적인 경험을 돌아보면 오히려 디지털 정보를 많이 접하는 환경에서는 정보에서 잠시 벗어나는 시간도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한국인 상당수가 정보과잉에 노출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지만, 물론 모든 사람이 그렇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스마트폰과 인터넷의 높은 이용률을 생각하면 그러한 가능성을 무시하기도 어렵습니다.
특히 스마트폰을 통해 정보와 연락, 업무지시 등이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계속 들어오는 환경에서는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 자연스럽게 늘어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무조건 더 많은 정보를 처리하는 능력만이 아니라, 적절한 휴식일 수도 있습니다.
AI의 답변을 별도의 검증 없이 받아들이는 사용자가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는 이번 보도만으로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일부 사용자가 판단의 일부를 AI에 맡기는 현상은 단순히 AI가 사람을 게으르게 만들었기 때문이라고만 보기보다, 너무 많은 정보를 동시에 처리해야 하는 환경에서 인간이 인지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일부 작업이나 판단을 외부화하는 과정으로도 해석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보도에 나온 스코핑 리뷰의 내용을 보다 정확하게 검증하려면 단순히 AI를 사용하는가 아닌가를 비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예를 들어 정보 접근성이 제한된 환경에서 AI를 사용하는 경우와 정보가 넘쳐나는 환경에서 AI를 사용하는 경우를 비교해 볼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특히 이미 많은 정보를 처리해야 하는 상황에서 AI를 이용해 정보를 정리하고 분류하면서 인지적 부담을 줄이는 경우와, AI에게 사고와 판단 자체를 반복적으로 맡기는 경우는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후자의 경우에는 논문에서 말하는 인지적 외부화의 문제가 나타날 가능성을 충분히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정보과잉 환경에서 AI를 이용해 인지적 부담을 줄이는 경우까지 같은 방식으로 인지능력 저하 가능성을 설명하는 것에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이미 상당한 정보를 처리하고 있는 사람이 AI를 통해 부담을 줄이는 경우와, 아무런 생각 없이 AI에게 모든 과정을 맡기는 경우는 출발점 자체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대신 이번 스코핑 리뷰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디지털 기술이 다른 중요한 활동을 대신할 수 있다는 문제를 이야기했다면, 이를 반대로 생각해 볼 수도 있습니다.
정보가 너무 많은 환경에서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때때로 디지털 정보에서 벗어나는 시간일 수 있습니다. 잠시 스마트폰과 AI를 내려놓고, 독서를 하거나 운동을 하거나 사람을 만나거나 자연의 소리를 듣는 것처럼 디지털 정보와 관계없는 활동을 하는 것입니다.
어찌 보면 AI와 디지털 기술의 부정적인 가능성을 모아서 소개한 이번 스코핑 리뷰가, 긍정적인 시각에서는 결국 뇌에도 휴식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번 보도를 단순히 스코핑 리뷰의 내용이라고 해서 받아들이거나 배척할 필요만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AI가 인간의 생각을 대신하는 상황은 경계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AI를 포함한 디지털 환경에서 너무 많은 정보를 끊임없이 처리하고 있다면, 그 환경에서 잠시 벗어나는 것도 필요할 수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AI를 사용하느냐 사용하지 않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AI와 디지털 정보를 어떻게 이용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인간이 어떤 인지활동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만큼의 휴식을 제대로 확보하고 있는지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잠시 AI와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자연의 소리를 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제안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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