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초기업노조의 ‘개인화’… 무엇을 자초하는 선택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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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7.5만명 ‘삼성 초기업노조’… 넉달 만에 왜 싸움판 됐나


1. 보도내용 정리

삼성전자 초기업노동조합이 불과 몇 달 사이 상당한 변화를 맞고 있습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초기업노조는 삼성전자 안에서 가장 큰 노동조합으로 성장했습니다. 조합원 수가 7만5000명을 넘어 삼성전자 창사 이래 처음으로 과반수 노조 지위를 확보했고, 당시에는 반도체를 담당하는 DS부문뿐 아니라 스마트폰과 가전 등을 담당하는 DX부문의 노동자들도 상당수 가입한 상태였습니다.

 

최승호 위원장은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과 동행노조 등 다른 노조와 공동투쟁본부를 구성하면서 임금과 성과급 인상을 함께 요구했고, 총파업까지 예고했습니다.

 

하지만 임금협상 과정에서 성과급 문제가 불거지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DS부문과 DX부문의 성과와 보상에 상당한 차이가 나타났고, 동행노조는 전사적인 성과급 재원을 함께 분배해야 한다는 입장을 주장하면서 공동투쟁본부에서 이탈했습니다. 이후 초기업노조에서도 DX부문 조합원들의 이탈이 이어지면서 조합원 수가 5만명대로 감소했고 과반수 노조의 지위도 잃었습니다.

 

이후 최승호 위원장은 DS부문을 우선하는 교섭과 DS부문 교섭단위 분리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6월 재신임 투표에서 투표율 70.8%, 찬성률 87.5%로 재신임됐습니다. 당시 재적 조합원 전체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약 61.9%가 재신임에 찬성한 셈입니다. 초기업노조는 이후 공동교섭단을 구성하지 않고 DS 중심으로 교섭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습니다.

 

9월에 들어서는 변화가 더욱 구체화됐습니다.

 

초기업노조는 이송이 부위원장과 이원일 광주지회장에 대한 불신임안을 상정했고, 동시에 조합원 가입 자격을 DS부문 근로자로 한정하는 규약 개정안을 투표에 부쳤습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초기업노조는 사실상 DS부문 중심의 노동조합으로 재편되고 기존 DX 조합원은 탈퇴 처리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연합뉴스 역시 이를 성과급 통합분배를 둘러싼 노노 갈등이 조직 분리로 확대된 과정으로 설명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 초기업노조 내부에서는 집회 물품 구매와 관련해 최승호 위원장의 친인척 업체 계약 문제가 논란이 됐고, 이를 둘러싼 내부 갈등은 불신임 문제로까지 확산됐습니다.

 

결국 불과 몇 달 전만 하더라도 삼성전자 노동자를 광범위하게 묶었던 조직이 현재는 DS 중심으로 다시 조직의 경계를 설정하는 상황에 놓인 것입니다.


2. 보도에서 언급된 초기업노조의 행보가 의미하는 것

이번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단순히 조합원이 줄었다는 사실이 아닙니다.

 

초기업노조가 자신들이 누구를 대표할 것인가를 스스로 다시 정하고 있다는 점이 더 중요합니다.

 

초기업노조는 이름 그대로라면 특정 사업부나 특정 사업장의 경계를 넘어 노동자를 조직하는 노동조합이라는 인상을 줍니다.

 

그런데 현재 추진되는 규약 개정안은 오히려 가입 자격을 DS부문 노동자로 한정하는 내용입니다. 즉 조직의 이름과 관계없이 실제 대표 범위를 DS부문으로 좁히는 선택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선택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을 수 있습니다.

 

DS와 DX는 사업의 성격이 다르고 실적과 보상구조에도 차이가 있습니다. 실제 2026년 임금협상에서 DS에는 반도체 사업성과를 기반으로 하는 특별경영성과급이 마련됐고, DX와의 보상 차이가 크게 나타났습니다. 이런 차이를 고려하면 서로 다른 사업부문의 노동조건을 하나의 교섭구조에서 동일하게 다루기 어렵다는 주장은 충분히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한 가지 중요한 문제가 있습니다.

 

이해관계가 다르다는 이유로 조직을 분리하기 시작한다면, 그 분리의 경계가 어디에서 끝날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삼성전자 전체가 다르다는 이유로 DS와 DX를 나눌 수 있다면, DS 내부에서도 메모리와 파운드리의 성과 차이를 이유로 다시 다른 이해관계를 주장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이미 DS 내부에서도 성과급 차이에 대한 불만이 나타났습니다. 초기업노조가 실시한 설문에서 파운드리 사업부의 높은 이직 의향이 확인됐다는 보도까지 나왔습니다.

 

따라서 이번 선택은 단순히 DS와 DX를 분리하는 것에서 끝나는 문제가 아닐 수 있습니다.


3. 초기업노조가 선택한 파편화, 연쇄반응 가능성의 내포

필자는 이번 사태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이 바로 파편화의 연쇄 가능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처음에는 삼성전자 전체 노동자를 하나의 조직 안에서 묶었습니다.

 

그러다가 성과와 보상 차이가 드러나자 DS와 DX의 이해관계가 달라졌고, 이제는 DS 중심으로 다시 조직을 재편하려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다음 질문은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DS 내부에서도 사업부별 이해관계가 다르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리고 그 다음에는 다시,

 

같은 사업부 안에서도 사업장별 노동조건과 생산성과가 다르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라는 질문이 생길 수 있습니다.

 

물론 현재 초기업노조가 사업장별 독립노조를 만들겠다고 밝힌 것은 아닙니다. 현재 확인되는 것은 DS 중심 교섭과 DS 중심 조직 재편입니다.

 

하지만 한 번 “사업 특성과 성과가 다르므로 별도의 이해관계를 인정해야 한다”는 논리가 조직분리의 근거로 자리 잡는다면, 그 논리는 더 작은 단위에서도 활용될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 전체에서 DS와 DX가 달라지고,

DS 안에서 메모리와 파운드리가 달라지고,

다시 생산거점별로 노동환경과 사업 전망이 달라진다면,

 

결국

 

삼성전자 → DS·DX → 사업부 → 사업장

 

이라는 방향으로 대표단위가 계속 세분화될 가능성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필자가 우려하는 것은 바로 이 부분입니다.

 

한 번의 분리가 문제가 아니라, 분리가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선례가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4. 노조가 파편화가 된다는 것의 의미

노조가 파편화된다는 것은 단순히 노조가 여러 개로 늘어난다는 뜻이 아닙니다.

 

노동자의 이해관계를 하나의 문제로 묶는 범위가 작아진다는 의미도 함께 가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과거 삼성전자 노동자들이 하나의 요구를 가지고 함께 행동한다면, 한 사업부의 문제도 삼성전자 전체 노동자의 문제로 확대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사업부별 노조가 각각 존재하고 다시 사업장별 노조까지 분리된다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용인에서 발생한 문제가 용인 노동자만의 문제가 될 수 있고, 광주에서 발생한 문제가 광주 노동자만의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노동자의 이해관계는 더욱 구체적이고 선명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서로의 문제를 자신의 문제로 받아들이는 범위는 좁아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물론 조직이 나뉘었다고 반드시 연대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여러 노조가 각각 독립적으로 존재하면서도 임금 이외의 문제에서는 공동행동을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임금과 성과급은 각자 협상하더라도 구조조정이나 산업재해, 고용안정과 같은 문제에서는 공동으로 움직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파편화의 핵심은 노조의 숫자가 아니라 분리된 노조가 과연 서로의 힘을 다시 연결할 수 있느냐에 있습니다.


5. 노조의 협상력

여기에서 가장 많은 오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노조의 규모가 작아진다고 해서 해당 노조의 협상력이 반드시 약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특정 사업장이 삼성전자의 핵심 생산공정을 담당하고 있고 다른 사업장에서 이를 쉽게 대체하기 어렵다면, 그 사업장의 노조는 조합원 수가 많지 않더라도 상당한 교섭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단순하게

 

작은 노조 = 약한 노조

 

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것을 반대로 해석하여 노조의 규모와 범위가 협상력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보는 것 역시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참고뉴스 : 35%의 협상력·1%의 체념…삼성 타결 뒤 번진 중소기업 한숨[취중생]

 

2024년 기준 우리나라 노동조합 조직률을 보면 300명 이상 사업장은 35.1%였지만 300명 미만 사업장은 1.0%에 불과했습니다. 서울신문이 이 차이를 두고 ‘35%의 협상력·1%의 체념’이라고 표현한 것도 단순히 노조의 존재 여부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대기업과 중소기업 노동자가 실제로 행사할 수 있는 집단적 협상력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삼성전자처럼 규모가 크고 사업영역과 생산거점이 넓은 글로벌 기업을 상대로 한다면 노조의 규모와 범위가 갖는 의미는 더욱 커질 수 있습니다.

 

필자가 중요하게 보는 것은 바로 협상력의 범위와 그것을 실제 행동으로 전환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과거 삼성전자에서 많은 노동자가 하나의 큰 조직 안에 있었을 때에는 단순히 조합원 숫자가 많았다는 것만 의미하지 않았습니다.

 

서로 다른 부문의 노동자들이 하나의 요구를 가지고 동시에 움직일 수 있었고, 한 부문의 문제가 다른 부문의 문제로 확대될 수 있었습니다.

 

특정 부문의 노동자가 회사와 협상하는 과정에서 다른 부문의 노동자도 공동행동에 참여할 수 있다면, 회사가 상대해야 하는 것은 특정 사업부의 요구가 아니라 삼성전자라는 거대한 기업 전체에서 발생하는 집단적인 요구가 됩니다.

 

이것은 단순한 조합원 수 이상의 힘입니다.

 

예를 들어,

 

100명의 힘 + 100명의 힘 + 100명의 힘이 각각 따로 움직이는 것

 

과

 

300명이 하나의 요구를 가지고 함께 움직이는 것

 

은 조합원 수의 합계만 보면 같지만, 회사가 느끼는 압박의 방식은 같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더구나 연대는 단순히 숫자를 더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한 부문의 문제를 다른 부문의 노동자들도 자신들의 문제로 받아들이고 함께 행동할 수 있다면, 개별 부문이 가지고 있는 협상력을 다른 조직의 힘으로 확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참고뉴스 : 노조 조직률 하락? 협상력은 더 떨어졌다

 

이 점에서 과거 대규모 노조가 가진 힘은 단순히 ‘몇 명이 가입했는가’로만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얼마나 많은 노동자를 하나의 요구로 묶을 수 있고, 그 노동자들이 얼마나 넓은 범위에서 동시에 행동할 수 있는가가 중요한 요소였습니다.

 

SK하이닉스의 최근 임단협은 이러한 차이를 생각하게 만드는 사례입니다.

 

첫 잠정합의안이 전임직 노조 조합원 투표에서 불과 25표 차이로 부결되자 노사는 다시 협상했고, 자사주와 현금의 지급 비율을 수정한 새로운 합의안을 마련했습니다. 이후 높은 투표율 속에서 수정안이 다시 조합원들의 동의를 받아 타결됐습니다.

 

이 사례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노조의 조합원 수가 몇 명인가가 아닙니다.

 

하나의 교섭구조 안에서 하나의 조직이 합의안을 거부할 수 있었고, 그 거부가 다시 회사와의 재교섭으로 연결됐다는 것입니다.

 

즉 하나의 조직 안에서 조합원들의 의사를 하나로 모으고, 그 의사를 회사에 다시 협상의 압력으로 전달할 수 있는 구조가 작동한 것입니다.

반대로 삼성전자처럼 여러 사업부와 사업장으로 노조가 계속 분리된다면 이러한 구조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A노조가 임금이나 성과급을 요구하고 B노조가 작업환경을 요구한다고 해서 A와 B의 조합원 숫자를 단순히 더하면 과거와 같은 집단적 협상력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A노조가 행동할 때 B노조가 함께 움직이지 않는다면 회사가 상대해야 할 것은 A노조의 요구와 그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영향입니다.

 

특히 삼성전자처럼 여러 생산거점을 가지고 있고 향후 생산시설을 국내외로 분산할 수 있는 기업이라면, 특정 사업장의 생산 차질을 다른 사업장이나 생산거점에서 일부 흡수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한 사업장의 파업이 삼성전자 전체의 생산 차질로 곧바로 이어지는 정도 역시 과거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필자는 파편화 이후 협상력이 단순히 사라진다고 보는 것은 아닙니다.

 

각 사업장의 특성과 생산의 중요성에 따라 개별 노조가 상당한 협상력을 행사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과거처럼 많은 노동자를 하나의 요구 아래 묶어 삼성전자 전체에 압박을 가할 수 있는 협상력이 그대로 유지될 것인가입니다.

필자는 여기에 대해서는 상당한 의문이 있습니다.

 

노조가 부문별로 나뉘고, 그것이 다시 사업장별로 확대되며, 동시에 생산거점까지 분산된다면 각각의 노조는 자기 사업장에서는 강한 목소리를 낼 수 있지만 노동자 전체를 하나의 행동으로 연결하는 힘은 약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특히 파업이나 태업과 같은 실제 단체행동에서 더욱 중요합니다.

 

임금협상에서는 각 노조가 회사와 개별적으로 협상할 수 있지만, 회사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아 단체행동에 들어가는 순간에는 실제로 얼마나 많은 노동자가 함께 움직이는가가 중요해지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특정 사업부의 요구에 삼성전자 전체의 노동자가 함께 행동할 수 있었다면, 앞으로는 같은 요구가 있어도 특정 사업부 또는 특정 사업장의 노동자만 행동하는 상황이 될 수 있습니다.

 

그 차이는 단순히 참여 인원의 숫자 차이가 아닙니다.

 

회사 입장에서 감당해야 하는 생산 차질의 범위와, 노조가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행사할 수 있는 압박의 범위 자체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필자가 보는 노조의 협상력은 단순히

 

조합원 수

 

로만 결정되지 않습니다.

 

보다 정확하게는

 

조합원 규모 + 조직의 결속 + 생산에서의 중요성 + 다른 노조와의 연대 + 공동행동 가능성

 

을 함께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파편화가 진행될수록 이 가운데 특히 조직의 범위와 연대, 공동행동 가능성이 약해질 수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노조가 얼마나 작아졌느냐가 아니라, 필요할 때 얼마나 많은 노동자를 하나의 행동으로 움직일 수 있느냐입니다.

 

작은 노조라고 해서 반드시 약한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삼성전자처럼 규모가 큰 글로벌 기업을 상대로 과거와 같은 수준의 집단적 협상력을 행사하려면 개별 사업장의 강한 협상력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습니다.

 

각각의 노조가 자기 사업장에서는 강하지만, 서로 따로 움직이는 구조와

 

여러 사업장의 노동자가 하나의 요구를 가지고 함께 움직이는 구조

 

는 같은 수의 노동자를 가지고 있더라도 회사에 미치는 압박의 크기와 형태가 다를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필자는 삼성전자 노조의 파편화를 단순히 ‘노조의 힘이 약해진다’는 문제로 보지 않습니다.

 

오히려 과거 하나의 큰 조직이 가지고 있던 집단적 협상력이 여러 개의 독립된 협상력으로 분산되는 것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그 분산이 부문별에서 끝나지 않고 사업장별로까지 이어진다면, 앞으로 삼성전자 노사관계에서 중요한 것은 각 노조가 얼마나 강한가가 아니라 분리된 노조들이 필요할 때 다시 하나의 행동을 만들어낼 수 있는가가 될 것입니다.

 

그 연결이 끊어지는 순간, 과거의 거대노조가 가지고 있었던 협상력을 단순히 조합원 수의 합계만으로 다시 만들어내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6. 사측의 단결된 통합노조와 파편화된 노조를 바라보는 시각

삼성전자 사측 입장에서도 통합된 노조와 파편화된 노조는 전혀 다른 교섭환경을 만들 수 있습니다.

 

하나의 거대한 노조가 존재하면 회사는 하나의 요구안과 하나의 집단행동 가능성을 고려해야 합니다.

 

특정 사업부의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다른 부문 노동자들이 함께 행동할 가능성을 무시하기 어렵습니다.

 

반면 여러 노조가 각각의 사업장이나 사업부를 중심으로 교섭한다면 회사는 각 조직의 요구와 영향력을 개별적으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것이 회사에 무조건 유리하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노조가 많아지면 회사가 상대해야 할 교섭 상대방도 많아지고, 서로 다른 합의가 쌓이면서 형평성을 둘러싼 추가적인 요구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회사가 하나의 거대한 단체행동에 직면하는 위험은 분산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특히 삼성전자가 생산능력을 여러 지역과 해외로 분산하고, 특정 사업장의 생산 차질을 다른 거점에서 일정 부분 보완할 수 있는 구조까지 갖추게 된다면 이 효과는 더욱 커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용인의 특정 생산라인에서 파업이 발생했을 때 다른 국내 사업장이나 해외 생산거점에서 일정 부분 생산을 유지할 수 있다면, 회사가 감당해야 하는 생산 차질의 범위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노조의 조직 파편화

와

생산거점의 분산

 

이 동시에 진행된다면 회사는 특정 사업장의 단체행동이 회사 전체의 문제로 확대되는 상황을 줄일 수 있는 환경을 갖게 됩니다.

 

물론 특정 핵심공정처럼 대체하기 어려운 영역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그래서 필자가 말하는 것은 회사가 반드시 유리해진다는 결론이 아니라, 회사 입장에서는 이전보다 여러 갈등을 개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선택지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7. 앞으로 예측하는 초기업노조의 미래

현재 상황만 놓고 보면 초기업노조의 미래는 두 가지 방향으로 나뉠 수 있다고 봅니다.

 

첫 번째는 DS 중심의 강한 노조로 정착하는 경우입니다.

 

이 경우 초기업노조는 삼성전자 전체 노동자를 대표하려는 조직보다는 DS 노동자의 임금과 성과급, 고용과 작업환경을 집중적으로 교섭하는 조직으로 성격이 분명해질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DS 내부에서는 오히려 요구사항이 명확해지고 결집력이 강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만큼 삼성전자 전체의 노동문제를 공동의 문제로 만들어내는 힘은 약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두 번째는 독자교섭의 한계를 경험한 뒤 다시 연대를 모색하는 경우입니다.

 

만약 초기업노조가 DS 중심으로 독자적인 교섭을 진행하고 단체행동까지 했는데도 과거만큼의 결과를 얻지 못한다면, 다른 노조와 공동행동의 필요성을 다시 인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문제는 그때 다른 노조들이 다시 초기업노조를 받아줄 것인가입니다.

 

연대는 필요할 때 바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평소의 신뢰와 상호성이 축적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파편화 이후 다시 연대하는 길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과거처럼 자연스럽게 하나의 공동전선을 복원할 수 있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오히려 파편화가 계속 진행된다면 각 노조가 자기 사업장의 성과와 이해관계를 우선하는 문화가 자리 잡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삼성전자 안에서

 

DS 노동자

DX 노동자

특정 사업부 노동자

특정 사업장 노동자

 

라는 여러 이해관계가 각각 독립적인 목소리를 갖게 될 수 있습니다.

 

이때 가장 큰 문제는 “노조가 약해진다”는 단순한 문제가 아닙니다.

 

삼성전자 노동자 전체를 대표하는 하나의 목소리가 누구인지 점점 불분명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법적으로는 각각의 교섭단위에서 대표노조가 정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삼성전자 노동자의 공동된 입장을 전달할 대표가 누구인가라는 문제는 별개입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처럼 여러 산업과 지역, 사업장의 조직을 묶고 있는 상급단체가 지금까지 노동 현안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던 이유도 단순히 조합원이 많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하나의 사업장 문제를 다른 노동자들과 연결해 공동행동으로 확대할 수 있는 조직적 기반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필자는 초기업노조가 현재 선택하는 방향을 단순한 ‘DS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교섭전략’으로만 바라보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이 선택은 동시에 “우리가 누구와 함께 힘을 사용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선택이기도 합니다.

 

현재의 성과를 특정 부문에 집중시키는 것은 단기적으로 해당 부문의 노동자에게 상당한 이익을 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삼성전자 전체 노동자를 하나의 이해관계로 묶는 힘이 약화되고, 다른 노조와의 연대까지 약해진다면 정작 어려운 순간에 사용할 수 있는 협상수단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필자가 초기업노조의 미래를 밝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지금 초기업노조가 잃은 것은 단순히 7만5000명이라는 조합원 숫자가 아닙니다.

 

삼성전자 노동자를 폭넓게 하나의 조직으로 묶고 있었던 대표성의 범위도 함께 축소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만약 앞으로 DS 내부에서도 사업부와 사업장별 이해관계가 다시 조직분리의 근거가 된다면, 초기업노조가 현재 선택한 파편화는 한 번의 분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연쇄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 결과 각 노조는 자기 사업장에서는 강한 목소리를 낼 수 있지만, 삼성전자라는 거대한 기업을 상대로 과거와 같은 규모의 공동행동을 만들어내기는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결국 앞으로 초기업노조의 진정한 시험대는 조합원이 몇 명 남느냐가 아니라, 자신들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다른 노동자들이 함께 움직여줄 수 있느냐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 문제는 현재 당장 확인할 수 있는 결과가 아니라 앞으로의 교섭과 단체행동에서 확인하게 될 문제입니다.

 

필자는 지금의 상황을 보면서 노조의 협상력에 대해 단순히 “조합원이 많으니 강하다” 또는 “조합원이 줄었으니 약해졌다”라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노조의 힘에는 규모도 있지만, 그 규모와 범위가 서로 연결되어 실제 공동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는 조직력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현재 초기업노조가 선택한 방향은 당장의 부문별 이익을 집중시키는 데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그 대가로 더 넓은 대표성과 연대의 기반을 줄이는 선택이 될 가능성도 내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선택이 어디까지 이어질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삼성전자 안에서 부문별 파편화 이후 사업장별 파편화까지 진행되고, 서로 다른 노조가 각자의 이익을 중심으로 독립적인 교섭과 단체행동을 반복하게 된다면, 지금까지 삼성전자 노사관계에서 존재했던 ‘하나의 기업을 상대로 노동자들이 하나의 큰 힘으로 움직이는 구조’는 상당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결국 앞으로 확인해야 할 것은 하나입니다.

 

초기업노조가 자신의 힘을 DS 안에 집중시키는 데 성공할 것인가, 아니면 그 과정에서 삼성전자 전체 노동자를 하나의 힘으로 묶을 수 있었던 협상력을 잃게 될 것인가.

 

필자는 현재 나타나는 변화만 놓고 본다면, 후자의 가능성을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고 판단합니다.

8. 초기업노조가 갈려는 부문별 분리가 노조의 미래에 가져올 취약점

초기업노조가 DS부문을 중심으로 교섭하고 조직을 재편하려는 선택은 당장의 조합원 이익을 집중시키는 데에는 의미가 있을 수 있습니다.

 

DS와 DX는 사업의 성격과 실적, 성과급 재원, 근로조건 등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하나의 교섭으로 묶는 것보다 각각의 특성에 맞게 교섭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는 주장이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필자가 우려하는 부분은 이러한 분리가 DS와 DX의 분리에서 끝날 것인가입니다.

 

삼성전자라는 하나의 회사 안에서도 사업부마다 성과와 노동환경이 다르고, 같은 DS 안에서도 메모리·파운드리·시스템LSI의 상황이 다르며, 같은 사업부 안에서도 생산시설과 사업장에 따라 노동조건과 경영환경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한 번 부문별 분리가 정착된 이후에는

 

삼성전자 전체 → DS·DX → 사업부 → 사업장

 

으로 이해관계가 더욱 작은 단위로 나뉘는 상황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물론 현재 초기업노조가 사업장별 독립노조를 만들겠다고 밝힌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사업의 특성과 성과가 다르기 때문에 별도의 교섭이 필요하다’는 논리가 조직분리의 정당한 근거로 받아들여진다면, 그 논리는 더 작은 단위에서도 반복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필자가 보는 첫 번째 취약점은 바로 협상력의 파편화입니다.

 

노조의 협상력은 조합원 수만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특정 사업장의 생산이 회사 전체에 미치는 영향, 조합원들의 결속 정도, 파업이나 태업에 실제 참여할 수 있는 능력, 다른 사업장의 노동자들이 함께 행동할 수 있는지 여부 등 여러 요소가 함께 작용합니다.

 

따라서 규모가 작은 노조라도 핵심 생산공정을 담당하거나 다른 조직과 강한 연대를 구축하고 있다면 상당한 협상력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삼성전자처럼 규모가 크고 사업영역과 생산거점이 넓은 글로벌 기업을 상대로 한다면, 개별 사업장의 협상력과 삼성전자 전체 노동자가 하나의 요구를 가지고 움직일 수 있는 집단적 협상력은 동일한 것이 아닙니다.

 

과거 많은 노동자가 하나의 조직 안에서 움직일 때에는 특정 부문의 문제가 삼성전자 전체 노동자의 문제로 확대될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한 사업부에서 임금이나 작업환경 문제가 발생했을 때 다른 부문의 노동자들이 공동행동에 참여할 수 있다면, 회사가 상대해야 하는 것은 특정 사업부의 요구만이 아니라 삼성전자 전체 노동자의 집단적인 요구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노조가 부문별로 나뉘고, 이후 사업장별로 다시 나뉘게 된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A사업장 노조가 행동한다고 해서 B사업장 노조가 반드시 함께 움직이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결국 과거에는

 

많은 노동자가 하나의 요구를 가지고 함께 움직이는 구조

 

였다면, 앞으로는

 

각 사업장이 자신의 문제를 자신의 노조를 통해 해결하는 구조

 

가 될 수 있습니다.

 

이때 조합원 수의 총합이 과거와 비슷하더라도 회사가 체감하는 압박이 동일하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100명의 노동자 세 조직이 각각 다른 문제로 움직이는 것과 300명의 노동자가 하나의 요구를 가지고 동시에 행동하는 것은 숫자의 합계는 같더라도 회사가 감당해야 하는 생산 차질과 교섭 압력의 범위가 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 차이는 임금이나 성과급 협상보다 파업이나 태업과 같은 단체행동에서 더욱 크게 드러날 수 있습니다.

 

회사가 특정 사업장의 생산 차질을 다른 지역의 생산시설이나 해외 생산거점에서 일정 부분 보완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게 된다면 한 사업장의 행동이 삼성전자 전체 사업에 미치는 영향은 더 작아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노조의 파편화

와

생산거점의 분산

 

이 동시에 진행될 경우, 회사가 특정 사업장의 노동쟁의를 전체 회사의 문제로 받아들여야 할 이유는 과거보다 줄어들 수 있습니다.

 

필자가 두 번째로 우려하는 부분은 연대의 약화가 다시 조직의 취약점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입니다.

 

노조의 연대는 단순히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문제가 아닙니다.

 

연대는 필요할 때 서로의 조직력을 함께 사용하는 방식이기도 합니다.

 

한 사업장의 문제에 다른 사업장의 노동자가 함께 행동해 준다면 작은 조직도 자신의 규모보다 더 큰 협상력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평소에 서로의 성과와 이해관계를 각자의 것으로 구분하고 각자 교섭하는 방식이 반복된다면, 정작 어느 한 조직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다른 조직이 자신의 문제처럼 받아들일 이유도 약해질 수 있습니다.

 

물론 사업부가 분리되었다고 해서 연대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임금과 성과급은 각자 교섭하더라도 안전, 구조조정, 고용안정과 같은 문제에서는 공동행동을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조직이 분리되어 있어도 서로의 문제를 공동의 문제로 받아들이는 신뢰와 상호성이 유지되어야 합니다.

 

필자는 초기업노조가 현재 선택하고 있는 방향이 이러한 상호성을 강화하는 방향이라기보다는 자신들의 조합원이 만들어낸 성과와 이해관계를 보다 명확하게 구분하는 방향에 가깝다고 판단합니다.

 

그렇다면 이후 다른 노조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초기업노조 역시 그 문제를 공동의 문제로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있고, 반대로 초기업노조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다른 노조가 얼마나 함께 움직일 수 있을지도 불확실해집니다.

 

세 번째 취약점은 회사 측의 노사관리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통합된 거대노조가 존재할 때 회사가 상대해야 하는 중심적인 교섭주체가 명확합니다.

 

노조가 강경한지 온건한지와 관계없이 회사는 하나의 조직을 상대로 전체적인 노사전략을 세워야 합니다.

 

그러나 부문별·사업장별로 노조가 나뉘면 회사는 각 노조의 규모뿐만 아니라 지도부의 성향, 조합원들의 결속력, 파업 가능성, 생산에 미치는 영향, 다른 노조와의 연대 여부 등을 각각 판단할 수 있습니다.

 

그 결과 회사는 사업장마다 서로 다른 대응방안을 선택할 수 있게 됩니다.

 

어떤 사업장에서는 강하게 교섭하고, 어떤 사업장에서는 조기에 합의하고, 또 다른 사업장에서는 안전이나 작업환경과 같은 문제만 별도로 협의하는 식의 차별화된 노사관리가 가능해지는 것입니다.

 

이것은 회사가 반드시 노동조합을 약화시키기 위해 불법적인 개입을 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각 노조가 서로 다른 지도부와 조직문화를 가지고 있다면 노조 내부에서 발생하는 차이만으로도 회사가 서로 다른 대응전략을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넓어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특히 작은 사업장 노조일수록 지도부가 조직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 있습니다.

 

지도부가 협상에서 어떤 요구를 선택하는지, 어느 시점에 타협하는지, 다른 노조와 연대하는지 여부가 해당 조직의 교섭 결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필자가 말하는 ‘사측에 유리한 인물’이라는 개념도 반드시 회사에 포섭된 사람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노조의 정상적인 선출 과정을 거친 사람이라 하더라도 협상 과정에서 자신의 조직이 가진 생산 영향력이나 연대 가능성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거나, 상대적으로 회사가 받아들이기 쉬운 방식으로 교섭을 진행한다면 결과적으로 회사에게 더 유리한 협상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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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회사가 특정 인물의 선출을 위해 금품이나 조직적 지원 등을 제공하는 행위는 별개의 문제이며 법적으로도 허용되지 않습니다.

 

필자가 우려하는 것은 그러한 불법적인 개입 자체가 아니라, 노조의 파편화가 커질수록 사업장별 지도부의 전략적 판단이 회사와의 협상결과에 미치는 영향도 커질 수 있다는 구조적인 취약점입니다.

 

네 번째 취약점은 대표성의 범위가 점점 좁아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초기업노조가 DS 중심으로 재편된다면 앞으로는 자연스럽게

“삼성전자 전체 노동자의 대표인가?”

 

라는 질문보다

“DS 노동자의 대표인가?”

 

라는 질문에 가까운 조직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다시 사업부별·사업장별 노조가 등장한다면 대표성은 더욱 세분화됩니다.

 

DS를 대표하는 노조, 특정 사업부를 대표하는 노조, 특정 공장을 대표하는 노조가 각각 존재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조직들은 각자 자신의 교섭범위에서는 대표성을 가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삼성전자 전체의 노동문제를 놓고

“삼성전자 노동자 전체의 입장은 무엇인가?”

 

라고 질문했을 때 하나의 목소리로 답하기는 점점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같은 상급단체의 영향력이 지금까지 유지되는 이유도 단순히 조합원 숫자가 많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서로 다른 산업과 지역, 사업장의 노동자를 연결하고 특정 사업장의 문제를 다른 노동자의 공동문제로 확대할 수 있는 조직적 기반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대표성은 단순히 얼마나 많은 사람이 가입했는가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넓은 범위의 노동자를 하나의 문제로 연결하고 실제로 함께 행동할 수 있는가에서도 만들어집니다.

 

필자가 보기에 초기업노조가 현재 선택한 부문 중심의 분리는 이 넓은 대표성을 스스로 줄이는 선택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섯 번째 취약점은 한 번 분리된 조직이 과거와 같은 공동전선으로 쉽게 돌아갈 수 있느냐는 문제입니다.

 

파편화 이후에도 서로의 문제에 공동으로 대응할 수 있다면 앞에서 이야기한 약점은 상당 부분 보완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연대는 필요할 때 즉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평소에 서로의 문제를 공동의 문제로 인정하고 함께 행동하면서 신뢰와 상호성이 축적되어 있어야 합니다.

 

따라서 초기업노조가 독자교섭을 선택한 뒤 실제 교섭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한다고 해서 과거의 공동전선이 자동으로 복원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때는 다른 노조 입장에서도

“과거에는 우리와 성과를 공유하는 것을 거부했는데, 이제 와서 왜 우리가 함께해야 하는가?”

 

라는 질문이 나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파편화 이후 다시 연대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과거에 존재했던 공동행동 능력이 자동으로 복구되는 것은 아닙니다.

 

필자는 이 부분을 초기업노조가 현재의 선택에서 충분히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초기업노조가 선택한 부문별 분리가 가져올 수 있는 가장 큰 취약점은 개별 노조가 모두 약해진다는 것이 아닙니다.

 

각 노조는 자기 사업장에서는 충분히 강할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그 강한 힘을 삼성전자 전체의 집단적 협상력으로 다시 연결하기가 점점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현재의 초기업노조가 DS의 이익을 보다 집중적으로 확보하는 데 성공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다른 부문의 노동자와 공동으로 행동할 수 있는 조직적 기반을 잃는다면 정작 DS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사용할 수 있는 협상수단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특히 앞으로 반도체 생산시설이 국내 여러 지역과 해외로 분산되고, 기존 생산거점의 생산부담을 줄이는 경영전략이 지속된다면 특정 사업장의 파업이나 태업이 삼성전자 전체의 생산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중요하게 평가될 것입니다.

 

그 상황에서 노조가 사업장별로 나뉘고 서로의 행동에도 참여하지 않는다면, 회사는 과거처럼 하나의 거대한 노동조직을 상대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개의 서로 다른 조직을 각각 관리할 수 있게 됩니다.

 

이것은 회사가 반드시 모든 노조를 무력화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그러나 회사 입장에서는 노조가 하나로 결집되어 있을 때보다 대응할 수 있는 선택지가 많아지는 환경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필자는 그래서 초기업노조의 현재 선택을 단순히 ‘DS의 이익을 더 많이 확보하기 위한 교섭전략’으로만 보지 않습니다.

 

이 선택은 동시에 앞으로 삼성전자 노동자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누구와 함께 움직일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선택이기도 합니다.

 

부문별 분리가 DS의 현재 이익을 집중시키는 데 성공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 분리가 사업부와 사업장 단위로 계속 확대되고, 연대까지 약화된다면 초기업노조가 잃을 수 있는 것은 단순한 조합원 수나 조직 규모가 아닙니다.

 

필요한 순간에 다른 노동자의 힘을 자신의 협상력으로 연결할 수 있는 능력 자체가 약해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필자는 이것이 현재의 성과를 집중시키는 과정에서 초기업노조가 장기적으로 감수해야 할 가장 큰 취약점이라고 판단합니다.

 

결국 미래의 초기업노조를 평가할 때는

 

“얼마나 많은 조합원을 확보했는가?”

 

만을 볼 것이 아니라

 

“필요한 순간에 얼마나 많은 노동자가 초기업노조와 함께 움직일 수 있는가?”

 

를 함께 봐야 할 것입니다.

 

노조가 스스로 경계를 좁히는 선택을 반복한다면 조합원 수는 유지될 수 있어도, 그 조합원들을 넘어선 협상력과 대표성은 오히려 줄어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마무리하며

초기업노조가 추구하는 모습은 철저한 개인화입니다. 여기서 필자가 말하는 개인화는 개인 노동자 한 명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만들어낸 성과와 이익을 특정한 하나의 단위에 귀속시키는 사고방식을 의미합니다. 현재는 그 단위가 DS라는 하나의 부문이며, 이러한 논리가 확대된다면 향후에는 사업부나 사업장 단위로까지 내려갈 가능성도 있습니다. 즉, 부문에서 성과를 만들어냈다면 그 이익 역시 해당 부문이 가져가겠다는 모습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행보는 기존의 노조가 추구해왔던 모습과는 상당히 다릅니다. 그렇기에 초기업노조가 만들고 있는 변화는 하나의 실험적 선례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취약점이 비교적 명확하다는 것입니다. 본문에서 살펴본 것처럼 초기업노조가 현재 확보하고 있는 협상력을 앞으로도 같은 형태로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는 필자로서는 부정적으로 판단합니다.

 

지금도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라는 양대 노총이 상당한 존재감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대규모 조직이 갖는 의미는 단순히 조합원 숫자가 많다는 데 있지 않습니다. 노동법과 단체교섭, 부당노동행위, 산업안전, 쟁의행위 절차 등 노조 활동에 필요한 전문성을 가진 인력과 조직적인 검토 체계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한 요소입니다.

 

물론 소규모 노조라고 해서 반드시 협상력이 약한 것은 아닙니다. 생산에서 차지하는 위치가 중요하고 조합원들의 결속력이 강하며 실제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 상당한 압박력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조직 규모가 작아질수록 회사가 제시한 조건을 여러 각도에서 검토하고 법률적·산업적 취약점을 찾아 대응하는 과정에서 특정 지도부의 판단과 분석에 의존하는 정도가 커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차이는 회사가 조직적으로 대응하는 상황에서 더욱 중요해질 수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초기업노조의 미래는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문제는 이것이 초기업노조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보도를 보면서 필자가 계속 생각한 것은 노조의 역할입니다. 노조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 어떤 목적과 목표를 가져야 하는지, 그리고 그 목적과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어떤 방법을 사용할 수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초기업노조는 자신들이 추구하는 목적과 목표는 비교적 가시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문제는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을 스스로 좁히고 있다는 점입니다.

 

부문별로 성과를 구분하고 그 성과를 해당 부문에 귀속시키는 방식은 현재 DS 조합원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데에는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더 작은 조직 단위로 반복된다면 삼성전자라는 하나의 기업 안에서 노조가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가진 여러 조직으로 나뉘게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각각의 조직이 가진 힘을 하나의 집단적인 협상력으로 묶는 일은 지금보다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이런 모습을 볼 때 삼성전자를 걱정하는 주주와 외부의 시각에서는 이제 오히려 걱정을 덜어도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물론 이것이 노사갈등 자체가 사라진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다만 노조가 여러 부문과 사업장으로 나뉘게 된다면 과거처럼 삼성전자 전체 노동자가 하나의 공동전선을 형성해 회사 전체의 생산과 경영에 큰 충격을 주는 형태의 갈등 가능성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초기업노조가 선택한 개인화는 단기적으로는 특정 부문의 이익을 더욱 선명하게 만들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그동안 하나로 묶여 있던 협상력과 연대의 범위를 스스로 좁힐 가능성도 함께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나타나고 있는 변화가 앞으로 삼성전자 노조의 조직구조와 노사관계에 어떤 선례로 남게 될지는 앞으로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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