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호 위원장의 초기업노조,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선택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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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전 초기업노조 위원장 “연대 납득할 조합원, 없다”


1. 보도내용 정리

삼성전자 초기업노조 최승호 위원장의 최근 인터뷰를 보면 단순히 임금이나 성과급을 얼마나 더 받을 것인가를 둘러싼 노사협상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최승호 위원장은 초기업노조 조합원의 약 98~99%가 DS부문에 속해 있기 때문에 DS의 임금과 근로조건을 중심으로 교섭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특히 DS와 DX의 성과급 재원이 과거부터 분리되어 왔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DS가 만들어낸 성과를 DX와 동일하게 나누는 것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습니다.

 

전삼노 등이 제안했던 전사 공통재원 방식의 성과배분에도 긍정적이지 않았으며, 2027년 공동교섭단 구성에도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습니다.

 

이와 함께 민주노총이나 한국노총과 같은 외부 조직과의 연대에도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결국 이번 발언에서 가장 눈에 들어오는 것은 성과급의 액수가 아니라 성과를 어느 범위까지 공동의 것으로 볼 것인가에 대한 최승호 위원장의 생각입니다.


2. 최승호 위원장의 발언 정리

최승호 위원장이 강조한 것은 노동조합의 가장 기본적인 역할입니다.

 

노동조합은 자선단체가 아니라 조합원의 권익을 대변하는 조직이라는 것입니다.

 

과거에는 노동조건이 열악하고 해고 위험이 컸기 때문에 노동자 사이의 연대가 중요했지만, 현재 삼성전자 노동자는 대기업이라는 환경에서 경쟁사와 자신의 처우를 비교하고 더 나은 조건을 찾아 이직할 수도 있기 때문에 자신이 만들어낸 성과에 대한 보상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설명입니다.

 

그는 이러한 성향을 ‘MZ 노조’라는 평가와 연결했습니다.

 

특히 연대에 대해 ‘다 같이 나누자’는 의미로 받아들이면서, 자신이 만들어낸 성과를 다른 사람과 나누는 것을 조합원이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습니다.

 

이러한 발언을 종합하면 최승호 위원장의 노동조합관은 비교적 명확합니다.

 

자신의 조합원이 만들어낸 성과를 우선적으로 보상받고, 외부적인 연대보다는 조합원의 직접적인 이익을 중시하겠다는 것입니다.


3. 최승호 위원장에 대한 논란 정리

문제는 이러한 노동조합관 자체가 아닙니다.

 

노동조합이 조합원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입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그 노조가 어느 범위의 노동자를 대표하고 있느냐입니다.

 

특정 부문의 노동자를 조직한 노조라면 해당 부문의 이익을 우선하는 것이 자연스러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삼성전자 안에서 여러 노조가 교섭을 요구하고 그 가운데 하나가 교섭대표노조가 된다면 대표성의 범위가 달라집니다.

 

교섭대표노조는 자신의 조합원만을 위한 교섭주체가 아니라 교섭에 참여한 다른 노조와 그 조합원의 이해관계까지 고려하면서 교섭해야 하는 지위에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최승호 위원장의 발언은 다음과 같은 질문을 만들게 됩니다.

 

초기업노조는 삼성전자 전체 노동자의 이해를 대표하려는 노조인가, 아니면 DS 조합원의 이익을 가장 우선하는 노조인가?

 

이것이 이번 논란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4. 초기업노조의 현재 위치

초기업노조라는 이름만 보면 삼성전자 내부의 여러 부문을 하나로 묶는 노조라는 인상을 줍니다.

 

그러나 실제 조합원의 약 98~99%가 DS부문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은 중요합니다.

 

조직의 이름과 실제 조직구성이 반드시 일치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최승호 위원장이 DS 중심의 교섭을 공개적으로 강조하고 2027년 공동교섭단 구성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이러한 성격은 더욱 분명해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현재 초기업노조를 단순히 ‘삼성전자 대표노조’라고 보는 것보다는 삼성전자 안에서 상당한 교섭력을 가진 DS 중심 노조라고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5. 최승호 위원장이 말하는 MZ노조가 된다는 것의 의미

최승호 위원장이 말하는 MZ 노조는 단순히 젊은 세대가 가입한 노동조합이라는 의미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가 설명하는 MZ 노조는 노동자의 권익을 바라보는 기준 자체가 과거와 다르다는 의미에 가깝습니다.

 

자신이 속한 조직에서 자신의 성과를 인정받고, 경쟁사와 비교해 더 나은 처우를 요구하며, 필요하면 이직할 수도 있다는 현실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는 연대의 의미도 달라집니다.

 

과거에는 다른 노동자의 처우 개선이 장기적으로 자신의 처우 개선으로 연결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자신이 만든 성과를 직접 보상받는 것이 더욱 중요해집니다.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다음과 같은 질문이 생깁니다.

 

내가 만든 성과를 왜 다른 부문과 나누어야 하는가?

 

최승호 위원장의 발언은 사실상 이 질문에 대한 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6. 내부 통합 없이 부문만으로서의 노조가 가지는 협상력의 한계

여기에서 한 가지 역설이 발생합니다.

 

특정 부문에 조합원이 집중되어 있으면 그 부문의 요구를 강하게 주장할 수 있습니다.

 

DS의 인력과 사업 특성에 맞는 임금과 근로조건을 집중적으로 요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부문 중심 노조가 반드시 협상력이 약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현재와 같이 특정 부문의 실적이 좋고 그 성과에 대한 보상을 집중적으로 요구할 수 있는 상황에서는 부문 중심의 교섭이 단기적으로 더 큰 이익을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의미의 협상력은 달라집니다.

 

삼성전자라는 하나의 회사 안에서 DS와 DX의 노동자가 하나의 노조로 결집한다면 회사는 삼성전자 전체 노동자를 하나의 교섭주체로 상대해야 합니다.

 

반대로 DS와 DX가 각각 별도의 이해관계를 가지고 움직이면 회사는 각 부문의 요구를 개별적으로 상대할 수 있습니다.

 

이 차이는 단순한 법적 교섭권의 문제가 아닙니다.

 

법적으로 교섭할 수 있는 권한과, 많은 노동자가 하나의 이해관계로 결집하여 행사하는 집단적 교섭력은 서로 다른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더 중요한 것은 이러한 집단적 교섭력이 단순히 조합원 수를 합산한 숫자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어떤 한 부문의 노동자들이 회사와 협상하면서 충분한 압박이 필요할 경우,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는 다른 부문의 노동자들도 함께 행동할 수 있다면 해당 부문이 혼자 가지고 있는 것보다 훨씬 큰 협상력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연대는 한 부문의 협상력을 다른 부문의 조직력으로 증폭시키는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이것이 민주노총이나 한국노총과 같은 상급단체의 영향력을 이해하는 데도 중요한 부분입니다.

 

양대노총의 영향력을 단순히 조직의 규모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개별 사업장의 노동조합을 넘어 산업별·지역별·상급단체와 연결되면서, 특정 사업장이나 특정 부문의 문제에 다른 부문의 노동자들이 함께 행동할 수 있는 조직적 기반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 중요한 힘입니다.

 

한쪽의 노조가 협상력을 확보해야 할 때, 그 문제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다른 부문의 노조까지 연대하여 공동행동에 나설 수 있다면 협상력은 해당 부문에 한정되지 않습니다.

 

결국 한 부문의 문제를 전체 노동자의 공동행동으로 확대할 수 있는 능력 자체가 하나의 협상력이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연대는 단순히 내가 받은 것을 다른 사람에게 나누는 행위가 아니라 혼자서는 행사하기 어려운 집단적 교섭력을 만드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현재 초기업노조가 선택하고 있는 방향에는 하나의 역설이 발생합니다.

 

당장의 성과를 특정 부문에 집중시키기 위해 보편적인 보상체계를 외면하고, 나아가 부문별 교섭을 분리하는 방향을 선택한다면 현재 해당 부문이 가지고 있는 협상력을 극대화하는 데에는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선택은 동시에 다른 부문과 이해관계를 공유하고 서로의 협상력을 보태는 구조를 약화시킬 가능성도 가지고 있습니다.

 

즉 현재의 이익을 더 많이 확보하기 위해 선택한 부문 중심의 전략이 오히려 미래의 협상력을 스스로 제한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필자는 이것이 초기업노조가 놓치고 있는 부분이라고 봅니다.

 

현재 협상력이 강한 부문이 앞으로도 계속 강할 것이라는 전제가 없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산업 환경과 기업의 경영 상황은 언제든 바뀔 수 있습니다.

 

현재 높은 성과를 내고 있는 부문이 향후 사업 환경의 변화로 어려움을 겪거나, 인력감축과 조직개편 등 불리한 상황에 놓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그때 필요한 것은 현재의 성과를 얼마나 많이 가져갔느냐만이 아니라 어려움에 처했을 때 다른 부문이 함께 움직여줄 수 있는가입니다.

 

그런데 평상시에 다른 부문의 이해관계를 별개의 것으로 취급하고 각 부문의 이익을 분리하는 방향으로 조직을 운영했다면, 정작 자신의 부문이 어려워졌을 때 다른 부문의 연대를 요구할 수 있는 근거와 조직적 기반 역시 약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다른 부문의 노동자들이 연대를 선택할 가능성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연대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서로의 문제를 자신의 문제로 받아들일 수 있는 공동의 이해관계와 신뢰가 필요합니다.

 

따라서 현재 강한 부문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과 미래에도 강한 협상력을 유지하는 것은 동일한 문제가 아닙니다.

 

현재의 협상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판단하여 다른 부문과의 연대를 약화시키는 선택을 한다면, 필자의 판단으로는 그것은 협상력의 지속성을 지나치게 낙관한 판단일 수 있습니다.

 

지금은 성과가 높은 부문이 다른 부문의 도움 없이도 충분한 협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환경이 바뀌어 그 부문이 노동자들에게 열악한 조건을 강요받는 상황이 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그때 자신을 지지해줄 다른 부문과의 연대가 이미 약화되어 있다면, 과거에 스스로 선택했던 부문 중심의 전략이 오히려 대응의 한계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결국 노조의 협상력은 현재 얼마나 많이 확보할 수 있는가만으로 평가할 것이 아니라, 상황이 바뀌었을 때 얼마나 많은 노동자가 함께 움직일 수 있는가까지 포함하여 평가해야 합니다.

 

현재의 이익을 집중시키는 선택이 미래의 연대 기반까지 약화시킨다면, 그것은 단기적인 협상력의 강화가 장기적인 협상력의 약화로 이어지는 역설이 될 수 있습니다.


7. 부문간 수익차이에 따른 이익분배를 제한하는 최승호 위원장의 발언

삼성전자는 DS와 DX라는 서로 다른 사업부문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업의 성격도 다르고 실적도 다릅니다.

 

따라서 성과에 차이가 있다면 성과급에도 차이가 생기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일 수 있습니다.

 

2026년 임금합의 역시 이러한 구조를 보여줍니다.

 

DS에는 특별경영성과급이라는 별도의 제도가 만들어졌고, 사업성과를 기반으로 한 재원과 DS 내부의 부문·사업부별 배분구조가 마련됐습니다.

 

동시에 DX와 CSS사업팀에도 별도의 자사주 보상이 이루어졌습니다.

 

따라서 이번 합의를 ‘DS가 모든 성과를 가져갔다’고 표현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보다 정확하게 보면 삼성전자 전체에 적용되는 보상과 DS의 성과를 별도로 보상하는 구조가 함께 존재하는 형태입니다.

 

그런데 최승호 위원장의 발언에서 중요한 것은 이 가운데 어디에 더 무게를 두느냐입니다.

 

그는 DS가 만든 성과를 DX와 공동으로 나누는 것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습니다.

내년에 공동교섭단은 꾸리지 않겠다고 했다.

동행노조에서 2027년 공동교섭을 하면 좋겠다고 두세 번 연락이 왔는데 반대했다. 어차피 그분들은 ‘반도체 업계 파이를 떼어 (DX 부문에) 평등하게 나누자’고 주장할 텐데, 노동조합은 자선단체가 아니고 조합원의 권익을 대변하기 위해 모인 단체다. (동행노조가 DX 부문 1인당 자사주 1000주 지급을 언급한 데 대해) 저희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DX의 경우 전체 적자라 희망퇴직과 부서 재배치를 진행하고 있지 않나. 물론 과거 반도체 불황 때 DX 부문이 도왔다는 말도 일리가 있다. 현재 DX 부문이 어려운데, 이러면 당연히 DS의 재원을 활용해 인건비 등을 보완할 수 있다. 다만 그러한 지원을 성과급까지 확장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 또한 사업 연혁을 따지면 (반도체에 돈을 빌려줬다는 DX 소속 MX 사업부보다) 반도체가 더 오래됐다.

이것은 결국 성과의 귀속범위를 DS라는 부문까지 좁히는 선택입니다.

 

그렇다면 반대의 상황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과거처럼 DS가 어려움을 겪고 DX가 높은 수익을 내는 상황이 다시 발생한다면 어떨까요?

 

그때 DX의 성과 역시 DX 노동자가 우선적으로 가져가야 한다는 원칙을 적용할 것인지, 아니면 삼성전자는 하나의 회사이므로 서로 나누어야 한다고 주장할 것인지가 문제가 됩니다.

 

이것은 최승호 위원장이 실제로 미래에 어떻게 행동할 것이라는 예측이 아닙니다.

 

현재 제시한 성과귀속의 원칙이 미래의 상황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는지를 묻는 문제입니다.


8. 논란은 최승호 위원장이 있든 없든 유지되는 이유

이번 논란을 최승호 위원장 개인의 문제로만 보면 그가 위원장직을 떠나는 순간 끝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상황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미 DS 중심 교섭이라는 방향이 제시되었고, 공동교섭단 구성에 부정적인 입장이 나왔으며, 교섭단위 분리까지 추진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것은 개인의 발언을 넘어 노조의 조직적인 선택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최승호 위원장이 떠난 뒤 후임자가 연대를 강화한다면 과거 노선과 비교될 것이고, 반대로 DS 중심 노선을 계속 유지한다면 최승호 위원장이 제시한 방향이 조직의 노선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결국 사람은 바뀔 수 있지만 이해관계는 남습니다.


9. 외부시각에서의 초기업노조의 이미지

외부에서는 초기업노조를 두 가지 방향으로 바라볼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쪽에서는 ‘조합원의 이익을 확실하게 챙기는 노조’라는 평가가 나올 수 있습니다.

 

자신들의 조합원이 만들어낸 성과를 다른 부문에 양보하지 않고 직접적인 보상을 요구한다는 점은 조합원에게 분명한 장점이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삼성전자 전체보다는 DS의 이익을 우선하는 노조’라는 이미지도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특히 스스로 연대의 필요성을 낮게 평가하고 DS 중심 교섭을 추진한다면 다른 부문의 노동자에게는 부문 이기주의로 받아들여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여기에서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노동조합에 대한 평가는 긍정과 부정이 엇갈리고 있지만, 노동조합 자체의 필요성까지 부정하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개별 노동자가 사측을 상대로 자신의 요구를 관철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여러 노동자가 하나의 노동조합으로 결집하여 공동의 요구를 제시한다면 사측 역시 노동조합과의 교섭에 나설 수밖에 없습니다.

 

노동조합이 존재해야 하는 가장 기본적인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러한 개별 노동자가 갖기 어려운 집단적 협상력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그런데 노조가 이러한 역할보다 자신들이 만들어낸 성과를 다른 부문과 공유하지 않고 자신들의 몫으로만 가져가려는 조직으로 인식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특히 최승호 위원장이 보여준 부문 중심의 발언과 행보가 외부에서 반복적으로 인식된다면, 초기업노조는 ‘조합원의 이익을 잘 챙기는 노조’를 넘어 ‘자신들의 이익만을 우선하는 이기적인 노조’라는 이미지를 얻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이미지가 단순한 평가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노동조합이 파업이나 태업과 같은 단체행동을 선택할 때에는 조합원들의 참여뿐만 아니라 외부의 여론과 사회적 공감 역시 중요한 환경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노조가 단체행동의 정당성을 외부에 설명하고 국민의 동조를 얻으려 하더라도, 평소에 다른 부문의 이해관계를 외면하고 자신들의 성과만을 우선해 온 조직이라는 인식이 강하다면 그 주장이 얼마나 설득력을 얻을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특히 향후 DS 부문의 경영환경이 악화되어 인력감축이나 근로조건 악화 등 조합원에게 불리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에는 더욱 그렇습니다.

 

그때 초기업노조가 외부를 향해 연대와 지지를 요청하더라도, 과거의 행보 때문에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는 다른 부문과의 연대를 거부하면서, 자신들이 어려워지자 외부의 연대를 요구한다’는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현재의 선택은 단순히 임금이나 성과급을 얼마나 더 확보하느냐의 문제로 끝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노조가 미래에 단체행동을 할 때 자신의 요구가 얼마나 사회적으로 설득력을 가질 수 있는가를 결정하는 자산 역시 현재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초기업노조가 조합원의 이익을 집중적으로 확보하는 전략을 선택하는 것이 단기적으로는 유리할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다른 노동자와의 연대뿐만 아니라 외부 사회의 공감까지 약화시킨다면 장기적으로는 단체행동의 선택지와 영향력을 스스로 좁힐 가능성도 있습니다.

 

결국 초기업노조가 앞으로 어떤 이미지를 갖게 될지는 조합원의 이익을 얼마나 잘 챙기느냐와 삼성전자 전체의 노동자를 얼마나 함께 대표하느냐 사이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그 이미지는 단순한 평판이 아니라, 향후 초기업노조가 실제로 협상력을 행사해야 하는 순간에 얼마나 많은 사람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가를 결정하는 또 하나의 협상 자산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최승호 위원장의 현재 발언과 행보는 필자의 관점에서는 그 협상 자산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처럼 해석됩니다.


10. 주주시각에서의 초기업노조의 이미지

주주의 관점에서는 조금 다르게 볼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 주주는 DS 주식을 따로 보유하는 것이 아니라 삼성전자라는 하나의 법인의 주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DS가 높은 이익을 내든 DX가 높은 이익을 내든 최종적으로 주주가 소유하는 것은 삼성전자 전체입니다.

 

따라서 주주 입장에서는 특정 사업부문의 성과도 중요하지만 결국 삼성전자 전체의 기업가치와 이익이 중요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부문별 노동조합이 각자의 성과를 최대한 자신들의 부문에 귀속시키려 한다면, 주주가 바라보는 삼성전자라는 경제적 단위와 노동조합이 바라보는 경제적 단위 사이에 차이가 생길 수 있습니다.

 

노동조합이 주주의 관점에 맞춰야 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다만 주주 입장에서는 노사관계가 지나치게 부문별 이해관계로 쪼개지는 것이 삼성전자 전체의 장기적인 경쟁력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바라볼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에서 또 다른 가능성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만약 일부 주주들이 초기업노조의 부문 중심적인 교섭 방식과 단체행동이 삼성전자 전체의 기업가치나 경영 안정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면, 초기업노조와의 협상을 확대하기보다는 협상 범위를 제한하거나 특정 요구에 대해서는 협상하지 않는 방향을 경영진에게 요구할 가능성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주주가 직접 노동조합의 교섭 방식을 결정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그러나 주주가 기업가치 하락이나 경영 불확실성 확대를 문제 삼고 경영진에게 노사관계에 대한 보다 강경한 대응을 요구한다면, 이는 회사의 교섭 전략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초기업노조 입장에서는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합니다.

 

현재의 성과를 특정 부문에 최대한 집중시키기 위해 강한 교섭 전략을 선택했지만, 그 과정에서 삼성전자 전체의 이해관계와 충돌하는 조직으로 인식된다면 오히려 회사와 주주 측의 대응을 더욱 강경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초기업노조가 향후 DS 부문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규모 단체행동에 나서더라도, 주주와 회사가 이를 ‘삼성전자 전체의 이익과 충돌하는 부문 이익의 관철’로 받아들인다면 협상 과정에서 초기업노조의 요구를 수용해야 할 이유를 더욱 제한적으로 판단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물론 이 경우에도 초기업노조가 아무런 대응을 할 수 없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회사가 정당한 교섭 요구를 거부한다면 노동조합은 노동위원회 등을 통한 법적 대응을 검토할 수 있고, 교섭이 결렬되어 법적으로 허용되는 범위의 쟁의행위 요건을 갖춘다면 파업이나 태업과 같은 단체행동을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법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것과 실제 협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은 서로 다른 문제입니다.

 

주주와 경영진이 초기업노조의 요구를 제한적으로 받아들이기로 하고 법적 대응과 경영적 대응을 병행한다면, 노조 역시 법적 권리를 행사하면서 맞설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실제 협상력이 반드시 높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초기업노조가 다른 부문과의 연대를 약화시키고 외부의 사회적 공감까지 잃은 상황이라면 문제가 더욱 커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향후 DS 부문의 경영환경이 악화되어 인력감축이나 근로조건 악화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초기업노조가 이를 막기 위해 단체행동에 나선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초기업노조는 법적으로 쟁의행위를 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회사와 맞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부문의 노동자들이 함께 움직이지 않고, 외부에서도 이를 ‘삼성전자 전체 노동자의 문제’가 아니라 ‘DS가 자신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행동’으로 받아들인다면, 초기업노조가 동원할 수 있는 힘은 조합원과 해당 부문 내부의 조직력에 상당 부분 한정될 수 있습니다.

 

이것은 노조의 법적 권리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그 권리를 실제 협상력으로 전환시키는 데 필요한 기반이 약해지는 것입니다.

 

결국 주주의 시각에서 중요한 것은 어느 사업부문이 더 많은 성과를 가져가느냐가 아니라 삼성전자 전체의 기업가치가 어떻게 유지되고 성장하느냐입니다.

 

따라서 초기업노조가 부문별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일수록 노동조합과 회사, 그리고 주주가 바라보는 경제적 단위 사이의 차이가 커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차이가 지나치게 커진다면 초기업노조가 원하는 것은 ‘더 강한 협상력’일 수 있지만, 주주와 회사가 선택하는 대응은 오히려 ‘협상 범위를 제한하고 노조의 영향력을 줄이는 것’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초기업노조가 법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법적 대응 수단의 존재와 실제 협상력은 동일하지 않습니다. 법적으로 싸울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더라도, 그 싸움에 함께할 다른 부문의 노동자와 외부의 사회적 공감이 없다면 노조가 실제로 행사할 수 있는 압박의 범위는 제한될 수 있습니다.

 

결국 초기업노조가 현재의 부문별 협상력을 미래에도 유지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습니다.

 

현재 강한 부문의 이익을 최대한 확보하는 과정에서 다른 부문과의 연대와 외부의 공감까지 약화시킨다면, 정작 그 부문이 어려워졌을 때 사용할 수 있는 협상 수단 역시 함께 줄어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주주와 회사의 대응이 강경해지는 상황에서 초기업노조가 정말로 의존해야 하는 것은 현재 확보한 조합원 수만이 아니라, 필요할 때 다른 노동자와 사회까지 함께 움직일 수 있는 조직적·사회적 협상력일 것입니다.

 

이 역시 현재의 협상력을 미래에도 유지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 위험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이유입니다.


11. 앞으로 삼성전자 내 노조는 어찌될 것인가

앞으로 삼성전자 내부 노조의 가장 큰 변화는 하나의 삼성전자 안에서 여러 노조의 이해관계가 더욱 뚜렷해질 가능성입니다.

 

특히 DS와 DX의 교섭단위가 분리된다면 각 부문은 자신의 이해관계를 중심으로 교섭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현재의 대표성 갈등은 일부 줄어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만큼 삼성전자 전체 노동자를 하나로 묶어 회사와 교섭하는 힘 역시 약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저는 앞으로 삼성전자 노조의 목소리가 반드시 모두 작아진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DS의 목소리는 더 강해질 수도 있고, DX 역시 자신의 요구를 더욱 명확하게 제시할 수 있습니다.

 

다만 ‘삼성전자 노동자 전체의 하나의 목소리’는 약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이것은 앞으로 성과급 협상에서 중요한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지금과 같은 반도체 호황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알 수 없습니다.

 

향후 AI 산업이 하드웨어의 지속적인 증설뿐 아니라 기존 컴퓨팅 자원의 효율화와 알고리즘 최적화 방향으로 더욱 발전한다면 반도체 수요의 증가 방식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또 다른 대규모 호황이 찾아올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부문별 노조가 각자의 성과만을 중심으로 교섭한다면 삼성전자 전체의 초과성과를 하나의 공동재원으로 묶어 협상하는 힘을 누가 만들어낼 것인가라는 점입니다.

 

지금은 DS가 강한 상황이기 때문에 DS 중심의 성과보상이 상당한 교섭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향후 DX가 압도적인 성과를 내는 상황이 온다면 DX 역시 자신의 성과를 근거로 요구할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삼성전자 전체의 성과를 놓고 하나의 목소리로 협상하는 방식은 더욱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12. 초기업노조 이외 다른 노조는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그렇다면 다른 노조가 할 수 있는 일은 단순히 초기업노조를 비판하는 것이 아닙니다.

 

자신들의 조합원이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명확하게 제시해야 합니다.

 

특히 DX 중심 노조라면 ‘DS가 너무 많이 가져갔다’는 주장만으로는 부족합니다.

 

DX 노동자가 삼성전자 전체의 성과에 어떤 기여를 했는지, 그 성과를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지, 전사 공통재원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해야 합니다.

 

또한 다른 노조와의 공동행동이나 조직 확대도 선택지가 될 수 있습니다.

 

초기업노조가 DS의 이해관계를 중심으로 결집한다면 다른 노조 역시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중심으로 노동자를 결집해야 합니다.

 

결국 앞으로 삼성전자 내부의 노조 경쟁은 ‘누가 더 많은 조합원을 확보하는가’와 함께 ‘누가 더 많은 노동자를 하나의 공동이익으로 묶을 수 있는가’의 경쟁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13. 회사는 이것을 예상하고 있었을까

저는 이 부분을 단순히 ‘회사가 예상했을 수도 있다’ 정도로 끝내기에는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협상 타결 이전 회사가 제시했던 보상안을 보면 생각해 볼 지점이 있습니다.

 

회사가 제시한 보상구조에는 DS의 성과를 반영하는 별도의 보상이 있는 동시에 다른 부문에도 일정한 보상을 제공하는 방식이 포함됐습니다.

 

즉 회사가 선택할 수 있었던 방식은 ‘성과가 난 부문에만 보상한다’는 방식이 아니었습니다.

 

성과의 차이는 인정하면서도 삼성전자 구성원 전체가 일정 부분 함께 보상받는 구조를 제시한 것입니다.

 

이러한 보상안은 노조 입장에서 보면 단순한 돈의 문제가 아닙니다.

 

만약 여러 부문의 노조가 이를 하나의 공동성과로 받아들이고 적극적으로 협상했다면, 서로 다른 부문 노동자들이 ‘우리는 삼성전자라는 하나의 회사에 속해 있다’는 공통분모를 강화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노조의 대표성도 커질 수 있습니다.

 

더 많은 노동자가 하나의 교섭구조 안에서 같은 요구를 하게 되고, 회사 입장에서는 더 큰 하나의 교섭주체를 상대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 부분에서 저는 회사의 선택을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강하게 결집된 하나의 노동조합이 만들어지는 것이 반드시 유리한 것은 아닙니다.

 

하나의 회사 안에서 노동자들이 하나의 이해관계로 묶이고, 그들이 공동으로 회사에 대응할 수 있는 조직으로 성장한다면 회사가 상대해야 하는 교섭주체의 힘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회사가 오히려 보편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보상요소를 먼저 제시했다는 점은 흥미로운 부분입니다.

 

물론 이것이 회사가 최승호 위원장의 성향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의도적으로 ‘도박’을 했다는 증거는 아닙니다.

 

회사 내부에서 어떤 판단과 계산을 했는지는 공개되어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결과를 놓고 보면 하나의 해석은 가능합니다.

 

회사는 DS의 성과를 인정하면서도 삼성전자 전체 노동자가 함께 보상받을 수 있는 여지를 제시했고, 그 결과를 노조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이후 노조의 결집 정도가 달라질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졌습니다.

 

그리고 실제 결과는 매우 흥미롭게 나타났습니다.

 

초기업노조는 합의안을 높은 비율로 받아들였지만 다른 노조와의 입장 차이는 더욱 뚜렷해졌습니다.

 

이후 초기업노조는 공동교섭단 구성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DS 중심 교섭을 추진했으며, DX와의 교섭단위 분리까지 이야기하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결과적으로 회사가 처음 제시했던 ‘보편적 보상’은 노조를 하나로 묶는 장치가 되기보다는 각 부문의 이해관계를 더욱 선명하게 드러내는 계기가 된 셈입니다.

 

저는 이것을 회사가 처음부터 의도한 도박이었다고 단정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회사가 노조 내부의 이해관계 차이를 알고 있었고, 그러한 차이를 활용할 수 있는 선택지를 가지고 있었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특히 회사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이번 임금협상을 유리하게 끝내는 것이 아닐 것입니다.

 

앞으로 수년간 삼성전자라는 하나의 회사 안에서 상대해야 할 노동조합의 구조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도 중요한 문제일 것입니다.

 

하나로 결집된 노동조합과 여러 부문별 이해관계를 가진 복수노조는 회사가 상대해야 하는 교섭환경 자체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번 합의 이후 나타난 노조 간 결집의 어려움과 DS·DX 이해관계의 분리는 단순한 노조 내부의 갈등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삼성전자 노사관계의 장기적인 구조가 변화하는 과정으로 볼 필요가 있습니다.


마무리하며...

최승호 위원장의 인터뷰 발언은 이전 노조의 위원장으로 있는 다른 이들과는 차별된 발언을 합니다.

 

그런데 노조의 존재 이유를 생각한다면 최승호 위원장의 발언은 마치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발언처럼 해석합니다.

 

노조의 존재 이유는 개별 노동자가 혼자서는 행사하기 어려운 권리를 노동자들이 집단적으로 행사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통해 조합원들이 그 사업장에서 보다 안정적으로 자신의 권리를 보장받고 임금과 근로조건을 개선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최승호 위원장의 발언은 성과급을 이익이 난 부문에 집중하도록 함으로써, 그 과정에서 노조가 장기적으로 어떤 협상력을 갖게 되는지는 전혀 관심사가 아닌 것처럼 읽힙니다.

 

이전 삼성전자 사측과 노조와의 합의 과정에서 과거 DS부문이 이익이 나지 않았을 때 DX부문이 이를 뒷받침해줬기에 보편적인 보상 요소가 제시되었던 이력이 있습니다. 이는 최승호 위원장의 발언에서도 확인됩니다.

“물론 과거 반도체 불황 때 DX 부문이 도왔다는 말도 일리가 있다. 현재 DX 부문이 어려운데, 이러면 당연히 DS의 재원을 활용해 인건비 등을 보완할 수 있다.”

 

그런데 그 지원의 범위를 성과급까지 확대하는 것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밝힘으로써 삼성전자 내 다른 노조의 반발을 불러왔습니다.

 

필자는 바로 이 부분을 초기업노조의 현재 노선이 삼성전자 전체 노동자의 공동된 이해를 하나의 교섭 논리로 묶기보다는 DS 조합원의 이해를 우선하는 방향으로 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근거라고 판단합니다.

 

따라서 앞으로 초기업노조가 어떤 요구를 가지고 협상하더라도 다른 부문의 노동자들이 그것을 자신들의 공동된 문제로 받아들일 수 있을지는 별개의 문제가 됩니다. 초기업노조가 선택한 DS 중심의 교섭 노선이 계속된다면, 다른 노조와 노동자들에게는 그것을 삼성전자 전체의 공통된 문제라기보다는 DS 내부의 문제로 인식할 가능성이 커질 수 있습니다.

 

MZ노조에 대한 발언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이 보도를 본 이들이 남긴 댓글에서도 상당히 부정적인 반응이 나타납니다.

 

[최승호 위원장 덕분에 그간 젊은이들이 주장하는 공정의 실체를 조금은 알게 되었음. 어려울땐 사회 원망, 좋은 시절엔 오로지 나의 능력. 정말 혐오스럽다.]

 

[하이닉스보다 많이 뜯는게 목표였대....주주는 안중에 없음]

 

[천민자본주의에만 가득차서 사명은 버리고 그냥 시대 흐름을 잘 타고 타인의 도움이 있었음에도 내꺼만 좋다는 그릇된 인식..]

 

[연대의 개념없이 노동운동을 한다는게 철이 없는건지 세상을 모르는건지]

 

[본인이 욕먹는게 성과급만 먹어서 그렇다고 생각하는게 어이상실임. 왜 임금인상률 고정시간외수당 현금성 복지포인트 등등 회사가 훨씬 좋은 제안을 했고 그 금액만 천단위였는데 ds 성과급에 몰빵때리고 전부삭제 베이스업은 절반으로 잘라진거 때문에 난리난거는 쏙빼고 성과급 안나눠줘서 그렇다는거임? 그걸 다떼먹고 ds 성과급만 챙겨오니 그럼 dx도 성과급이라도 줘! 가된거지]

 

이러한 반응은 적어도 해당 보도를 접한 일부 독자들에게서 비판의 초점이 단순히 성과급의 배분을 넘어 노조의 태도와 연대의 의미, 그리고 자신들의 이익을 바라보는 방식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것이 곧 국민 전체의 여론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노조가 사회적 지지를 필요로 하는 단체행동에 나설 경우, 평소 어떤 모습으로 인식되어 왔는지는 무시하기 어려운 요소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러한 반응은 초기업노조가 앞으로 사회적 지지를 확보하는 데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하나의 신호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근거로서의 분석이 위의 본문글입니다.

 

노조는 무엇일까요? 노조는 무엇을 위해 존재할까요? 그리고 대표성을 가진 노조는 무엇을 추구해야 할까요?

 

필자가 생각하는 노조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개별 노동자가 혼자서는 행사하기 어려운 협상력을 노동자들의 결집을 통해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대표성을 가진 노조라면 자신의 조합원의 이익을 확보하는 것과 함께, 자신이 대표하는 범위에 속한 다른 노동자들과 어떤 공동의 이해관계를 만들고 그들의 협상력을 어떻게 하나로 묶을 것인지도 고민해야 합니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현재 삼성전자 내 초기업노조의 모습에는 이러한 부분이 부족하다고 필자는 판단합니다.

 

초기업노조가 현재의 성과를 DS 조합원에게 최대한 집중시키는 선택을 하는 것 자체를 잘못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노동조합이 조합원의 이익을 위해 존재한다는 최승호 위원장의 주장에도 일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과 미래의 협상력을 유지하는 것은 같은 문제가 아닙니다.

 

다른 부문의 노동자와 연대할 수 있는 기반을 약화시키고, 삼성전자 전체의 공동된 이해를 형성할 수 있는 기회까지 스스로 줄인다면 정작 DS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자신을 도와줄 수 있는 노동자와 조직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 대가는 지금 당장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노동조합의 협상력은 자신이 가장 강할 때보다 자신이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얼마나 많은 노동자가 함께 움직여줄 수 있는가에서 그 실체가 드러날 수도 있습니다.

 

국민의 지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많은 이들의 호불호가 갈리는 양대노총,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영향력이 단순히 자신들의 조합원 이익을 극대화하는 데에서만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개별 사업장과 산업, 지역을 넘어 다른 노동조합과 연결되고, 특정 노동자들의 문제를 다른 노동자들의 공동 문제로 확대하여 함께 행동할 수 있는 조직적 기반 역시 그 영향력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바로 그 연대할 수 있는 능력 자체가 하나의 협상력이 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필자가 초기업노조의 현재 노선을 우려하는 이유입니다.

 

노조가 조합원의 이익을 지키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노조의 힘은 조합원이 현재 얼마나 많은 것을 가져가느냐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닙니다.

 

필요한 순간에 얼마나 많은 노동자가 함께 움직일 수 있는가, 그리고 그 행동을 사회가 얼마나 정당한 요구로 받아들일 수 있는가 역시 노조의 중요한 힘입니다.

 

그런데 현재 초기업노조가 선택한 방향이 이러한 연대와 사회적 공감의 기반을 약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진다면, 지금 확보한 성과가 오히려 미래의 협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 대가(代價)가 무엇인지는 앞으로의 삼성전자 노사관계에서 확인하게 될 것입니다.

 

다만 현재의 발언과 행보만 놓고 본다면, 필자의 입장에서는 초기업노조가 향후 단체행동이나 교섭에서 국민과 사회의 폭넓은 지지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합니다.

 

결국 이번 논란에서 중요한 것은 최승호 위원장이 성과급을 얼마나 더 확보했느냐가 아닙니다.

 

노조가 무엇을 위해 존재하며, 자신의 힘을 어디에서 만들어내는가에 대한 선택의 문제입니다.

 

그리고 필자가 보기에 최승호 위원장의 발언은 당장의 성과를 얻는 데에는 집중하고 있지만, 그 성과를 지속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노조의 장기적인 협상력과 연대의 가치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선택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이 글의 시작에서 언급한 것처럼, 필자는 이것을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것과 같은 선택으로 해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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