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를 잘못 쓰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이제 톱니바퀴를 하나 더 맞춰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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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분석해 봐" 했더니... AI 답에 등골이 서늘


오마이뉴스에 실린 문아영 필자의 글을 읽었습니다.


글의 제목은 「"나를 분석해 봐" 했더니... AI 답에 등골이 서늘」입니다.

 

글에서 필자는 자신이 AI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AI가 가져다주는 편리함과 그 이면에서 느끼는 불편함을 이야기합니다. 특히 AI를 사용하면서 과거의 탐구 과정이 사라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그 결과 자신의 머리가 '뿌옇게' 되는 것은 아닌지를 스스로 돌아봅니다.

 

저 역시 AI를 이용하는 사람으로서 이 문제의식에는 상당 부분 공감합니다. 처음 AI를 사용했을 때 느꼈던 편리함과 놀라움,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AI가 가져오는 정보를 어디까지 믿어도 되는지 끊임없이 확인해야 하는 피로감 역시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다만 글을 읽고 한 가지 다른 생각이 들었습니다.

 

필자가 AI를 잘못 사용하고 있는 것일까?

 

저는 그렇게 판단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상당히 신중하게 사용하고 있다고 봅니다. 다만 지금 사용하고 있는 AI의 능력을 조금 제한된 형태로 사용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 글은 필자의 AI 활용법을 비판하기 위한 글이 아닙니다. 이미 잘 사용하고 있는 방식에 조금 다른 톱니 하나를 더 맞춰보자는 제안에 가깝습니다.


1. 보도내용 정리

필자는 여러 생성형 AI 가운데 클로드를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자신이 세운 원칙도 분명합니다.

 

첫째, 글을 쓸 때 개요와 초안은 직접 작성합니다.


둘째, 그 초안에 담긴 논리적 오류나 결함을 AI에게 검토받을 수 있습니다.


셋째, AI가 제공하는 정보의 환각을 경계하고, 출처가 확실한 정보인지 스스로 다시 확인합니다.

 

AI에게 글을 대신 쓰게 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자신이 만든 결과물을 검토하는 용도로 활용하는 것입니다.

 

또한 필자는 두 개의 AI 에이전트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집업(Zip-up)'입니다. 매일 아침 국제뉴스를 수집하여 PDF로 만들어 이메일로 전달합니다. 수집 분야도 상당히 구체적입니다. 지역별 국제정치 동향과 AI 무기·군사기술 동향, 자율살상무기체계의 국제 규제 논의 등을 추적하도록 설정했습니다.

 

또 다른 하나는 '포스트맨 링더벨(PRB)'입니다. 이메일을 관리하면서 긴급하게 답해야 할 메일과 그렇지 않은 메일을 분류하고 답장 초안을 작성하도록 활용하고 있습니다. 다만 실제 이메일 발송은 필자가 직접 결정합니다.

 

이처럼 필자는 AI를 단순한 글쓰기 도구로만 사용하지 않습니다. 반복적인 정보 수집과 이메일 관리라는 업무를 AI 에이전트에게 맡기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필자는 AI 사용에 불편함을 느낍니다.

 

AI가 원하는 정보를 너무 빠르게 가져다주면서 과거에 책을 뒤지고, 도서관을 찾아가고, 자료를 읽고, 예상하지 못했던 문구와 지식을 발견하던 '탐구'의 과정이 사라지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필자는 AI를 사용하면서도 오히려 "전두엽 일부에 안개가 낀 상태"라고 표현할 정도의 멍한 느낌을 이야기합니다.

 

저는 바로 이 지점에서 필자의 AI 활용방식을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2. 필자가 사용하는 AI 방식의 한계

먼저 분명히 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필자의 AI 사용방식 자체에 큰 문제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오히려 AI에 무작정 의존하지 않기 위한 원칙이 잘 잡혀 있습니다.

 

문제는 다른 곳에 있습니다.

 

필자가 AI 에이전트에게 맡긴 역할을 보면 상당히 명확합니다.

정해진 범위의 뉴스 수집 → 정리 → PDF 작성 → 전달

 

입니다.

 

이것은 훌륭한 자동화입니다.

 

하지만 여기에서 질문이 하나 생깁니다.

 

그 뉴스가 왜 필자에게 필요한지는 누가 판단하는가?

 

예를 들어 미국의 어느 주에서 매우 중요한 정치적 사건이 발생했다고 하겠습니다. 미국 현지에서는 대단히 큰 사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독자에게는 별다른 의미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한국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사건처럼 보여도, 해당 국가가 한국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거나 한국이 사용하는 무기체계와 연결되어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국제뉴스를 수집한다는 것은 단순히 다른 국가의 언론보도를 많이 모으는 것과는 다릅니다.

 

그 보도가 왜 나왔는지 알아야 합니다.

 

원천 사건은 무엇인지, 이전에 어떤 보도가 있었는지, 이후 어떤 파생 보도가 나왔는지, 다른 국가에서는 어떻게 받아들이는지까지 확인해야 비로소 그 뉴스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필자가 설명한 '집업'의 역할에서는 이러한 수집 이후의 탐구 과정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습니다.

 

뉴스를 잘 가져오는 것과 가져온 뉴스의 의미를 탐구하는 것은 서로 다른 작업입니다.

 

저는 필자가 후자의 과정을 AI와 함께 추가해볼 여지가 상당히 크다고 봅니다.


3. 편리한 AI, 하지만 필자가 간과한 한계

AI는 뉴스를 수집하는 데 상당히 편리한 도구입니다.

 

하지만 AI가 뉴스를 잘 가져온다는 것과 필자에게 필요한 뉴스를 정확히 가져온다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특히 국제뉴스는 더 그렇습니다.

 

AI에게 국제정치 동향을 수집하라고 하면 상당히 많은 뉴스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중 어떤 것이 한국 독자에게 중요한지, 어떤 사건이 앞으로 중요해질 가능성이 있는지, 어떤 보도가 단순한 지역적 사건이고 어떤 보도가 더 큰 국제적 흐름의 일부인지를 판단하는 문제는 별개입니다.

 

예를 들어 뉴스 수집 조건을 조금 다르게 설정할 수도 있습니다.

  • 보도에 대한 반응이 특별히 활발한 사건
  • 한국과 관련된 무기체계나 기술이 등장한 사건
  • 한국과 긴밀한 관계를 가진 국가와 연결된 사건
  • 한국과 직접적인 관계는 없지만 반복적으로 보도되는 사건
  • 기존 사건에서 파생되어 새로운 움직임이 나타난 사건

이런 조건을 추가하면 단순한 지역별 뉴스 수집에서 조금 더 나아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갈 수 있습니다.

 

"이 뉴스를 왜 가져왔는가?"

 

를 AI에게 설명하게 하는 것입니다.

 

이 질문은 생각보다 중요합니다.

 

뉴스를 가져오는 것보다 뉴스를 가져온 이유를 설명하는 것을 통해 AI가 어떤 기준으로 해당 보도를 선택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필자는 그 설명을 다시 판단의 재료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4. 필자가 느끼는 '전두엽 일부에 안개가 낀 상태'가 의미하는 것

필자가 과거의 작업방식을 설명한 부분은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논문과 책과 기사를 직접 읽고, 참고문헌을 정리하고, 도서관을 찾아가 자료를 찾고, 책장을 넘기면서 예상하지 못했던 문장을 발견하던 과정입니다.

 

필자는 이것을 검색이 아니라 탐구라고 표현합니다.

 

저는 이 표현에 주목했습니다.

 

필자가 그리워하는 것은 단순히 불편했던 과거의 작업방식이 아니라, 찾으려던 것 외의 것을 발견하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AI를 사용하는 현재의 방식은 조금 다릅니다.

 

필자가 원하는 범위를 정해줍니다.

 

AI는 그 범위에 맞는 정보를 찾아옵니다.

 

필자는 그 결과를 읽고 판단합니다.

 

효율성은 상당히 높아집니다.

 

하지만 동시에 탐색의 범위가 AI에게 전달한 조건 안에 갇힐 가능성도 있습니다.

 

따라서 필자가 느끼는 '안개'를 반드시 AI가 인간의 사고능력을 빼앗았다는 의미로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AI는 너무 빨리 돌아가고 있는데, 필자의 탐구 능력과 맞물리는 톱니는 충분하지 않은 상태

 

일 수도 있습니다.

 

정보는 많아졌지만 탐구의 과정은 줄어든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것은 AI를 덜 사용해야만 해결되는 문제라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AI를 사용하는 방법을 한 단계 바꿔볼 필요가 있습니다.


5. 제안하는 AI 사용방식의 변화

저라면 필자에게 AI 구독을 끊으라고 권하지 않겠습니다.

 

집업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질문을 세분화하고, 뉴스 수집 이후의 단계를 추가해보는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예를 들어 AI가 하나의 뉴스를 가져왔다면 처음부터

"이 뉴스가 중요한 이유를 모두 설명해줘."

 

라고 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질문을 나눠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 이 보도에서 확인되는 사실은 무엇인가?

두 번째. 이 보도가 나오게 된 원천 사건은 무엇인가?

세 번째. 이전에 관련된 보도가 있었는가?

네 번째. 이후 파생된 보도가 있는가?

다섯 번째. 다른 국가의 언론은 이 사건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가?

여섯 번째. 한국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가?

일곱 번째. 직접적인 관계는 없더라도 앞으로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는가?

 

그리고 여기까지 확인한 뒤 필자가 다시 질문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사건에서 아직 확인하지 않은 부분은 무엇인가?"

 

이 질문 하나가 새로운 탐구의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AI는 단순한 뉴스 배달기가 아닙니다.

 

뉴스를 가져오는 AI → 가져온 뉴스를 설명하는 AI → 필자의 질문에 따라 다시 탐색하는 AI

 

로 역할이 달라집니다.

 

그리고 필자는 그 대화 속에서

"그렇다면 이것은 다른 사건과 연결되는 것 아닌가?"

 

라고 다시 질문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AI는 또 다른 보도를 찾아올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하나의 뉴스가 다른 뉴스와 연결되고, 단일 사건이 연속된 흐름으로 보이기 시작할 수도 있습니다.

 

저는 이것이 필자가 과거에 말한 '탐구'를 AI 시대에 다시 만들어보는 방법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모든 뉴스에 이 과정을 적용할 필요는 없습니다.

 

사용량과 시간이라는 현실적인 제약이 있기 때문입니다.

 

전체 뉴스는 가볍게 수집하고, 그중 궁금증이 생기는 뉴스만 깊게 파고드는 방식이면 충분합니다.

 

결국 AI에게 더 많은 일을 시키자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순간에 더 많은 질문을 던지는 방식으로 역할을 바꾸자는 것입니다.


6. AI가 단순히 성능만이 중요하지 않은 이유

여기에서 AI의 성능 문제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좋은 AI를 사용하는 것은 분명 중요합니다.

 

하지만 성능이 좋은 AI를 사용하는 것만으로 좋은 결과가 보장되지는 않습니다.

 

AI는 질문에 대해 높은 확률로 적합한 답을 만들어내는 도구입니다.

 

그리고 그 답변을 내놓는 과정 자체를 사용자 입장에서는 하나의 '판단'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판단의 방향을 상당 부분 조절할 수 있는 것은 정작 질문자인 인간입니다.

 

같은 AI에게 같은 사건을 두고도

"이 사건을 요약해줘."

 

라고 질문하는 것과

"이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찾아줘."

 

라고 질문하는 것은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들어냅니다.

 

"한국과 관련이 있는가?"

 

라고 묻는 것과

"한국과 직접적인 관계는 없지만 한국의 안보·산업·외교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연결고리가 있는가?"

 

라고 묻는 것 역시 다릅니다.

 

따라서 AI의 톱니바퀴가 실제로 얼마나 많은 부분과 맞물려 작동할지는 AI 자체의 성능뿐 아니라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의 질문에 따라서도 달라집니다.

 

물론 AI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잘못된 정보를 가져올 수 있고, 서로 관계없는 사건을 연결할 수도 있으며, 복잡한 국제정세를 단순화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검증은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AI의 답변을 무조건 경계하면서 모든 것을 사람이 처음부터 다시 수행한다면, AI를 사용하는 의미도 줄어듭니다.

 

필요한 것은

AI에게 의존하는 것

 

도,

AI를 불신하여 모든 것을 다시 직접 하는 것

 

도 아닙니다.

 

AI가 내놓은 판단을 다시 질문하고, 필요한 부분을 검증하며, 그 답변에서 새로운 질문을 만들어내는 구조를 만드는 것입니다.


7. 필자에게 마지막으로 전달하고 싶은 것

필자가 처음 AI를 쓸 때에는 편리함에 놀라워하다가, AI가 가져오는 정보에 대해 신뢰성에 의문을 가지고 이를 검증하는 과정은 너무나도 피곤한 작업이라는 것을 저 역시 이해합니다.

 

그런데 이런 작업방식을 단순히 효율이 좋다는 이유만으로 유지한다는 것은 사람이 기계가 아닌 이상 오래도록 할 수 있는 작업방식은 아닙니다.

 

다만 AI에 대해 리터러시를 유지하기 위해 하는 행적인 만큼 필요한 부분이기에, 그것을 빼라거나 AI에게 의지하라고 권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AI는 재미있는 도구입니다. 판단이라는 것을 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질문에 대해 높은 확률의 적합한 답변을 하는 도구이긴 합니다. 그런데 그 높은 확률을 조절할 수 있는 것은 정작 질문자인 인간이라는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AI를 쓴다면 필자는 편집자와 정보 분석 동반자로서 사용해보는 것을 권합니다.

 

가져온 보도에 대해 검증하고 초안을 잡는 것도 좋습니다. 하지만 그 뉴스를 왜 가져왔고, 어떤 기준으로 그 보도가 필자에게 필요하다고 판단되어 제공했는지를 따져보는 것은 새로운 흥미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보도에 대해 주고받는 대화에서 새로운 뉴스 이슈를 찾는 재미도 대화 중에 나올 수 있는 또 다른 흥미거리입니다.

 

보도의 의도 중에 AI를 사용하지 말자는 의도는 아님을 압니다. 그렇다고 전적으로 AI에 의지하자는 내용도 아님을 압니다.

 

다만 AI라는 톱니바퀴의 톱니를 실제로 얼마나 많이 맞물려 사용할 것인지는 AI를 쓰는 필자와 같은 사용자에게 달려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합니다.

 

그 톱니바퀴를 활용하여 빠르고 강한 속도를 낼 수 있는 높은 단수의 기어로 활용할지, 느리지만 부담 없이 넓은 구역을 돌 수 있는 기어로 활용할지를 결정하고 운용한다면, 필자는 분명 전두엽 일부가 안개가 낀 것마냥 멍해지는 상태에서 벗어나 AI가 가져온 보도에서 무엇을 더 캐낼 수 있을지 기대하는 새로운 재미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AI가 탐구를 빼앗았다고 생각하기보다, 아직 AI와 맞물리는 톱니를 충분히 만들지 않았을 가능성도 한번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어쩌면 필요한 것은 AI와 거리를 두는 것이 아니라, AI와 맞물리는 기어를 한 단 더 올리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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