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버스 청년주택’은 정말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라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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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민주당사부터 폐버스로...무슨 염치로 청년 운운"


최근 더불어민주당 황희 의원이 제안한 이른바 ‘폐버스 청년주택’을 둘러싸고 논란이 있었습니다.

 

황희 의원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폐선박이나 중고선박을 주거공간으로 활용하는 사례를 언급하면서, 우리나라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버스를 활용해 청년 임시주택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제시했습니다. 대학가나 지하철역 주변 공간을 활용할 수 있고, 예산이 적게 들면서 신속하게 공급할 수 있다는 취지였습니다.

 

황 의원은 이와 함께 해당 방식이 차량 1대당 약 5천만원 수준의 비용으로 가능하고, 1만대를 활용하면 상당한 규모의 임시주거공간을 신속하게 공급할 수 있다는 취지의 설명도 제시했습니다.

 

참고뉴스 : 황희 “폐버스 청년 주거 활용”…“본인부터 입주” 등 풍자 봇물

 

참고뉴스 : 황희 폐버스 주택 모티브 된 네덜란드 하우스보트 기원 살펴보니

 

논란이 확산되자 황 의원은 게시물을 삭제한 뒤, 이후 청년들의 주거 문제를 충분히 헤아리지 못했다며 사과했습니다. 따라서 최초의 제안과 이후의 해명·사과는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참고뉴스 : [이종근의 좌충우돌]네덜란드의 하우스보트가 청년 주거 정책이라고?

 

이후 국민의힘에서는 강한 비판이 나왔습니다. 특히 신동욱 수석최고위원은 황 의원의 제안을 프랑스 혁명 당시의 것으로 알려진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된다”는 말에 빗대어 비판했습니다.

 

그런데 과연 이 비유가 적절한 것일까요?

 

처음에는 저 역시 ‘폐버스에서 청년이 생활한다’는 발상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부터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관련 사례와 서울의 주거환경, 이동식 주거의 가능성을 하나씩 따져보면서 생각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황 의원의 제안은 완성된 정책으로 보기에는 부족하지만, 그 발상 자체를 ‘무지한 망언’으로 규정할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합니다.

 

오히려 원래 아이디어를 서울의 환경에 맞게 다시 설계한다면, 전혀 다른 형태의 주거정책으로 발전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1. 황희 의원이 언급한 네덜란드 하우스보트

황 의원이 언급한 네덜란드의 폐선박·중고선박 주거 사례는 암스테르담의 하우스보트(houseboat)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입니다.

 

암스테르담에서는 수변환경과 주택난 등의 배경 속에서 선박을 주거공간으로 활용하는 형태가 발전했습니다. 하우스보트는 단순히 사용하지 않는 배를 물 위에 띄워 놓은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장기간 거주할 수 있도록 개조된 주거 형태로 자리 잡았습니다.

 

https://m.blog.naver.com/dutchkom/222207861522

 

따라서 황 의원이 하우스보트를 사례로 들었다는 것 자체는 근거 없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다만 여기에는 주의할 부분이 있습니다.

 

‘암스테르담에 약 1만 척 규모의 하우스보트가 존재한다’는 식의 설명과 ‘폐선박이나 중고선박을 개조해 1만 가구 이상의 주택을 공급했다’는 표현은 같은 의미가 아닙니다.

 

하우스보트가 실제로 상당한 규모의 주거 형태로 존재한다는 사실과, 그것이 어떤 방식으로 형성됐으며 몇 가구를 공급했다는 통계는 구분해서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중요한 것은 하우스보트의 존재 자체입니다.

 

즉,

사용하지 않는 운송수단이나 기존 구조물을 주거공간으로 전환한다.

 

는 발상은 실제 세계에서 존재하는 방식입니다.

 

그러므로 황 의원의 발상을 처음부터 현실과 동떨어진 것으로 치부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2. 그렇다면 왜 암스테르담의 선박을 서울에서는 버스로 바꾸었을까

암스테르담의 하우스보트를 서울에 그대로 가져오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특히 한강은 단순한 운하가 아닙니다.

 

한강은 유량과 수위가 변하고, 집중호우가 발생하면 상당한 양의 물이 한꺼번에 유입됩니다. 한강공원과 주변 도로가 침수되거나 접근이 제한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한강에 주거용 선박을 띄운다면 단순히 배를 하나 마련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선박을 안전하게 잡아둘 계류시설이 필요하고, 수위 변화에 대응해야 하며, 전기·급수·오수 처리 등의 시설도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홍수나 집중호우가 발생했을 때가 문제입니다.

 

선박 자체가 안전하게 계류되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사람이 거주하는 공간이라면 긴급상황에서 육지로 접근할 수 있어야 합니다.

 

평상시에는 멀쩡하게 떠 있더라도 한강공원이 침수되어 접근이 어려워진다면 주거시설로서는 문제가 됩니다.

 

따라서 서울의 한강에 하우스보트를 대량으로 배치하는 것은 암스테르담의 사례를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운 방식이라고 판단합니다.

 

그런 점에서 육상 운송수단인 차량을 활용하자는 방향 자체는 서울의 환경을 고려한 선택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3. 하지만 ‘폐버스’가 최선인가

여기에서 황 의원의 제안에는 분명한 문제가 있습니다.

 

폐버스를 개조하는 것과 이동식 주거공간을 새롭게 설계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폐버스라면 구조적인 안전성, 단열, 냉난방, 환기, 소방, 전기, 정비, 주차 등의 문제가 따라옵니다.

 

또한 일반적인 주택처럼 주방과 세탁시설, 샤워실, 화장실까지 모두 넣으려고 한다면 차량은 커지고 복잡해집니다.

 

그래서 저는 논의를 진행하면서 ‘폐버스’라는 개념을 그대로 유지하기보다는 1인용 이동식 주거공간을 차량에 맞게 새롭게 설계하는 방향이 더 적절하다고 판단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15인 이하 승합자동차 등을 기반으로 한 차량을 활용한다면 보다 현실적인 접근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차량 형태는 황희 의원이 제시한 원래 정책의 세부 내용이 아니라, 여기에서 논의를 진행하면서 도출한 재설계안이라는 점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서 중요한 변화가 하나 생깁니다.

 

이것을 일반적인 주택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임시적인 거주공간으로 볼 것인가입니다.


4. 서울에서 일하는 것과 서울에 집을 두는 것은 같은 문제가 아니다

서울에서 근무한다고 해서 반드시 서울에 주된 주거공간을 마련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지방이나 수도권 외곽에 본인의 주 거주공간이 있을 수 있습니다.

 

평소에는 그곳에서 생활하지만 서울에서 근무해야 하는 기간에는 서울에서 숙박해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결혼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직장 때문에 평일에는 서울에 머물고 주말에는 가족이 있는 지역으로 돌아가는 주말부부 형태가 있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서울에서 근무하는 사람’과 ‘서울에 주택이 필요한 사람’을 반드시 동일하게 볼 필요는 없습니다.

 

여기에서 저는 주 거주공간과 근로 목적의 임시 거주공간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주 거주공간

주거의 중심이 되는 공간입니다.

 

가족생활을 하고, 취사를 하고, 세탁하고, 샤워하고, 생활물품을 보관해야 합니다.

 

따라서 장기간 안정적인 생활을 위해 일반적인 주택의 기능이 필요합니다.

근로 목적의 임시 거주공간

반면 서울에서 근무하는 동안 잠을 자고 쉬기 위한 공간이라면 필요한 기능이 훨씬 줄어듭니다.

 

숙면할 수 있는 침대 또는 캡슐 공간, 냉난방, 환기, 조명, 수납, 전력 정도면 기본적인 목적을 달성할 수 있습니다.

 

취사와 세탁, 샤워, 화장실까지 반드시 차량 안에 넣어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회사나 공공시설, 헬스장, 목욕시설, 세탁방 등 기존 도시 인프라와 기능을 나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보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은 ‘버스에서 평생 살게 하는 주택’이 아니라 ‘서울에서 일하는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이동식 1인 임시거주공간’에 가까워집니다.


5. 그래서 캡슐호텔과 비슷한 개념이 가능하다

캡슐호텔에는 일반적인 주택에 있는 기능이 없습니다.

 

하지만 사람이 잠을 자고 휴식할 수 있는 최소한의 개인공간을 제공합니다.

 

여기에 차량의 이동성을 더한다면 어떨까요?

캡슐호텔 + 차량의 이동성

 

이라는 새로운 형태가 가능합니다.

 

즉, 바퀴 달린 1인용 캡슐호텔입니다.

 

차량 내부에서는 잠을 자고 쉬는 데 집중합니다.

 

식사는 회사나 구내식당, 외부 식당을 이용합니다.

 

샤워는 회사에 시설이 있다면 회사에서 하고, 그렇지 않다면 인근 헬스장이나 목욕시설의 장기 이용권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세탁은 세탁방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화장실 역시 회사나 공공시설 등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보면 차량에 모든 주거기능을 넣지 않고 도시 전체를 하나의 생활 인프라로 활용하는 방식이 됩니다.


6. 차량이라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물론 차량도 만능은 아닙니다.

 

특히 서울에서는 집중호우와 침수 문제가 있습니다.

 

차량을 장기주차한다고 해서 지하주차장을 무조건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강남권 등에서 집중호우로 지하공간이 침수되는 사례를 생각하면, 주거공간을 탑재한 차량을 지하에 장기간 두는 것은 오히려 위험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필요한 것은 침수 위험이 낮은 지상 또는 지대가 높은 장기주차 거점입니다.

 

다만 반드시 강남은 강남, 강북은 강북처럼 특정 지역에 차량을 고정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서울의 대중교통망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강남에 직장이 있다고 해서 차량이 반드시 강남에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침수 위험이 낮고 장기주차가 가능한 곳에 차량을 두고, 지하철이나 버스를 이용해 직장으로 이동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특정 지역 자체가 아니라,

안전한 주차공간 + 대중교통 접근성 + 직장 접근성

 

입니다.

 

이 점에서 황 의원이 제시한 대학가 또는 지하철역 주변에 배치한다는 방향은 기본적으로 검토할 가치가 있는 아이디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지하철역 바로 옆’으로 한정하기보다는 대중교통 접근성이 좋은 안전한 장기주차 거점으로 넓혀서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7. 개인이 차량을 사는 것이 아니라 장기렌트하는 방식

이러한 이동식 주거공간을 개인이 직접 구매해야 한다면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합니다.

 

차량 구매비용과 유지비용이 추가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개인이 차량을 소유하는 것보다 장기렌트 방식이 적합하다고 봅니다.

 

정부 또는 공공정책을 통해 적합한 차량을 확보하고, 전문 운영기관이 차량을 관리하면서 필요한 근로자에게 장기적으로 빌려주는 방식입니다.

 

이렇게 하면 이용자는 차량 자체를 자산으로 보유할 필요가 없습니다.

 

차량의 정비·보험·관리 등의 부담도 줄어들 수 있습니다.

 

운영이 종료되거나 직장이 바뀌면 차량을 반납하거나 다른 거점으로 이동하면 됩니다.

 

이런 점에서 일반적인 주택보다 이동성이 높습니다.


8. 누가 운영할 것인가

이러한 정책을 실제로 추진한다면 지방자치단체가 모든 것을 직접 관리하는 방식보다는 중앙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특히 국토교통부와 고용노동부가 공동으로 정책을 설계하는 방식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국토교통부는 차량·교통·주차·관련 제도 등을 담당하고, 고용노동부는 근로자의 주거 및 근로환경과 연결할 수 있습니다.

 

실제 차량의 보유·정비·보험·렌트·이용자 관리 등은 별도의 전문 운영기관이 맡는 구조가 더 적합할 수 있습니다.

 

다만 국토교통부와 고용노동부의 공동 운영 역시 현재 존재하는 제도가 아니라 이 논의에서 제안하는 정책 모델입니다.

 

지방자치단체는 직접적인 관리주체로 두기보다는, 필요한 경우 공공주차장이나 교통시설 등 지역 인프라를 제공하는 협력자로 참여하는 방식이 적절하다고 봅니다.


9. 중요한 것은 ‘서울에서 왜 살아야 하는가’가 아니라 ‘서울에서 왜 머물러야 하는가’이다

이 정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질문을 조금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서울의 높은 전세와 월세를 감당하면서까지 서울에 일반적인 주거공간을 마련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직장이 서울에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가 가장 클 것입니다.

 

그렇다면 반대로 질문할 수 있습니다.

직장 때문에 서울에 머물러야 하는 것과 서울에 주택을 임차해야 하는 것은 정말 같은 문제인가?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서울에 주택을 두는 것이 개인에게 너무 큰 부담이라면, 주 거주공간은 다른 지역에 유지하고 서울에서는 근무기간 동안 필요한 최소한의 임시거주공간만 이용하는 선택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이동식 캡슐주거가 존재할 수 있는 이유입니다.


10. 하지만 절약한 돈을 쓰면 기존과 다를 것이 없다

여기에서 또 하나 중요한 조건이 있습니다.

 

이동식 임시거주공간을 이용한다고 해서 자동으로 경제적 자립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기존에 주거비로 월 100만원을 사용하던 사람이 이동식 임시거주를 통해 월 50만원으로 낮췄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그러면 50만원의 차액이 발생합니다.

 

그런데 그 돈을 모두 소비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결국 주거비만 줄었을 뿐 자산이 늘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이 정책의 진정한 목적은 단순히 ‘싸게 살게 해주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절감된 비용을 저축하거나 투자하고, 주거자산 확보를 위한 자금으로 축적할 수 있어야 합니다.

 

즉,

주거비 절감 → 자산 형성 → 더 나은 주거공간 확보

 

라는 단계가 만들어져야 합니다.


11. 이동식 주거는 최종 목적지가 아니라 하나의 단계다

따라서 저는 이 모델을 영구적인 주거공간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개인의 재정상황에 따라 단계적으로 이동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처음에는 이동식 임시거주공간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기존보다 낮아진 주거비를 활용하여 자산을 축적합니다.

 

이후 재정상황이 개선되면 더 나은 임대주택으로 이동하거나 전세자금을 마련할 수도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자신이 원하는 주거공간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즉,

이동식 임시거주 → 자산 축적 → 주거환경 개선 → 원하는 주거공간 확보

 

라는 과정입니다.

 

모든 사람이 같은 결과에 도달할 필요도 없습니다.

 

각자의 소득과 재정상황에 따라 가능한 만큼 자산을 확보하고, 그에 맞춰 주거환경을 확장해 나가면 됩니다.

 

정부가 최종 주택을 대신 마련해주는 것이 아니라, 개인이 자신의 힘으로 다음 단계로 이동할 수 있는 시간과 경제적 여유를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12. 그렇다면 신동욱 최고위원의 비유는 적절했는가

이제 처음의 문제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신동욱 수석최고위원은 황희 의원의 ‘폐버스 청년주택’을 두고 프랑스 혁명 당시의 것으로 알려진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된다”는 표현과 비교했습니다.

 

저는 이 비유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합니다.

 

그 비유가 적절하려면 황 의원의 제안이 주거문제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특권층의 무지한 대안이어야 합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황 의원의 발상에는 적어도 실제 해외 사례에 대한 참고가 있었고, 기존 운송수단을 주거공간으로 전환한다는 개념 자체도 현실에 존재합니다.

 

물론 폐버스라는 구체적인 방식에는 여러 문제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정책의 실현 가능성과 설계에 관한 문제입니다.

 

무지한 발언이라는 것과 미완성된 정책 아이디어라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오히려 “빵이 없으면 케이크”라는 비유는 정책의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지적하기보다는, 제안 자체를 조롱하는 정치적 수사에 가까워 보입니다.

 

참고링크 :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되지


13. 그렇다면 황희 의원의 제안을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가

저는 이렇게 평가하는 것이 가장 균형 잡혔다고 생각합니다.

 

발상 자체 → 완전히 비현실적인 것은 아닙니다.

 

네덜란드 사례의 참고 → 실제 하우스보트라는 사례가 존재합니다.

 

폐버스라는 구체적인 방식 → 안전·주차·관리·생활편의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습니다.

 

한강에 선박을 띄우는 방식 → 서울의 수위·유량·홍수·접근성 문제 때문에 대규모 주거정책으로 적용하기에는 여러 제약이 있습니다.

 

차량형 임시거주공간 → 서울의 교통환경과 기존 생활 인프라를 활용한다면 검토할 가치가 있습니다.

 

영구적인 주택 대체 → 적절하지 않습니다.

 

근로 목적의 임시거주공간 → 일정한 조건에서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폐버스에서 청년을 살게 한다’는 문장에 머무르지 않는 것입니다.

 

그 아이디어를 실제 정책으로 만들려면 처음부터 다시 설계해야 합니다.


14. 제안하는 새로운 형태의 ‘이동식 1인 임시주거’

제가 지금까지의 논의를 통해 정리한 모델은 다음과 같습니다.

 

대상

서울에서 근무하지만 반드시 서울에 주된 주거공간을 둘 필요는 없는 1인 근로자

 

차량

15인 이하 승합자동차 등을 기반으로 한 1인용 이동식 캡슐

 

차량 내부

숙면·휴식·수납·냉난방·환기·전력 중심

 

차량 외부

식사·샤워·세탁·화장실 등의 기능을 도시 인프라와 분담

 

주차

침수 위험이 낮은 지상 장기주차 거점

 

교통

지하철·버스 등 기존 대중교통망 활용

 

소유

개인이 구매하기보다는 장기렌트

 

운영

국토교통부·고용노동부 중심의 정책 설계와 전문 운영기관의 관리

 

지자체

직접 관리주체가 아니라 필요한 지역 인프라에 대한 협력

 

목적

서울에서의 주거비 부담 감소

 

최종 목표

절감된 비용을 자산 형성에 활용하여 개인이 장기적으로 원하는 주거공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이 정도로 정리하면 처음의 ‘폐버스’와는 상당히 다른 모습이 됩니다.


결론

이번 논란을 처음 접했을 때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판단은 두 가지였을 것입니다.

 

하나는

“청년보고 폐버스에서 살라는 것이냐.”

 

라는 비판이고, 다른 하나는

“해외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으니 황희 의원의 아이디어는 옳다.”

 

라는 옹호입니다.

하지만 둘 다 충분한 검토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암스테르담에는 실제 하우스보트라는 수상주거가 존재합니다. 기존 운송수단을 주거공간으로 전환하는 발상도 실제 사례가 있습니다.

 

그러나 암스테르담의 하우스보트를 서울 한강에 그대로 옮길 수는 없습니다. 한강의 유량과 수위 변화, 집중호우, 계류시설, 접근성 등의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폐버스 역시 그대로는 좋은 주택이 아닙니다.

 

하지만 이동 가능한 차량을 최소한의 1인 임시거주공간으로 설계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이것이 일반적인 주택을 대체하는 정책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주 거주공간과 근로 목적의 임시거주공간을 분리하고, 서울에서 근무하는 동안 필요한 숙면과 휴식 공간만 제공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여기에서 발생하는 가장 중요한 효과는 단순히 ‘싸게 살 수 있다’는 것이 아닙니다.

 

주거비를 줄인 만큼의 여유를 저축과 자산 형성에 활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만 그 돈을 소비해 버린다면 기존의 생활방식과 크게 달라지지 않습니다.

 

따라서 최종적으로는

저렴한 임시거주 → 주거비 절감 → 자산 축적 → 더 나은 주거공간 확보

 

라는 단계적 이동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황희 의원의 ‘폐버스 청년주택’은 완성된 정책으로서는 부족합니다.

 

그러나 그것을 곧바로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된다”는 식의 무지한 발언으로 규정하는 것 역시 적절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안에 있는 ‘기존의 운송수단을 주거공간으로 전환한다’는 발상에서 출발해, 서울의 교통·주차·생활 인프라에 맞는 이동식 1인 임시거주 모델로 재설계할 수 있는가를 따져보는 것이 더 생산적인 접근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청년에게 필요한 것은 무조건 값싼 집 하나를 제공하는 것만이 아닐 수 있습니다.

 

자신의 현재 재정상황에 맞는 선택지를 가지고, 주거비 부담을 줄이고, 그 여유를 활용해 스스로 자산을 형성하며, 최종적으로 자신이 원하는 주거공간으로 이동할 수 있는 기회도 하나의 정책적 선택지가 될 수 있습니다.

 

‘폐버스’라는 한 단어만 놓고 판단하기보다, 그 뒤에 있는 문제를 어디까지 현실적인 정책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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